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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주석 위에서 균형잡기
박소미(영화평론가) 사진 방건우 2014-10-21

<황금시대> 허안화 감독

홍콩의 거장 감독 허안화는 일부러 어려운 수수께끼를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황금시대>는 여러모로 힘든 길을 택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허안화는 줄곧 홍콩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오며 홍콩 사람들의 오랜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중국의 대표적인 천재 소설가 샤오홍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다. 제작비도 문제였다. “대중적이지 않은 소재라 투자자를 찾기 어려웠다.”

이게 끝이 아니다. 샤오홍은 이미 수차례 영화화된 인물이다. 하지만 허안화는 “또다시 샤오홍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 이전 작품들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렇다면 어떤 다른 길을 찾은 걸까. “작가로서의 면모보다는 샤오홍의 사랑, 특히 샤오쥔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 무엇보다 <황금시대>는 재연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결합이라는 생소한 화법이 돋보인다. 마디마다 샤오홍의 지인들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인터뷰를 하듯 그녀가 겪은 일에 대해 진술한다. 허안화는 “인물들이 각자 다른 시각에서 샤오홍에 관해 이야기하는 방식을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실험해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기에 확정적인 진실은 없다. 샤오홍이 샤오쥔과 헤어지고 두완만과 결혼하게 된 이유에 대해 당사자들은 각기 다른 기억을 상술하지만 그뿐이다. 무엇이 진짜인지는 밝혀지지 않는다. “관객이 여러 가지 각도에서 샤오홍이라는 인물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허안화 감독은 파란만장했던 작가 샤오홍의 생을 한줄로 매끈하게 정리하기보다는 명확하지 않은 부분은 그대로 남긴 채 영화를 볼 관객을 위해 최대한 많은 주석을 달아두었다. 세 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열명이 넘는 인물의 코멘트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교한 세공술이 필요했을 것이다. 아무렴. “시나리오 작업에만 3년이 걸렸다”며 그녀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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