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7일 부산 벡스코에서는 아시아필름마켓2014의 주요 행사 중 하나인 아시아스타캐스팅포럼이 열렸다. 중국 영화시장의 성장세는 영화산업의 근간이랄 수 있는 스타시스템이 자리잡아가는 모습에서 잘 드러난다. 아시아스타캐스팅포럼에 중국 대표로 부산을 찾은 이지엔터테인먼트가 그 좋은 증거다. 이지엔터테인먼트는 올해 2월에 문을 연 신생회사지만 주아문, 송가를 비롯한 스타들과 감독, 시나리오작가로 구성된 만만치 않은 진용을 자랑한다. 물론 이러한 내실이 하루아침에 쌓인 건 아니다. 중국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실무자들이 모여 분명한 목적의식 아래 설립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지엔터테인먼트의 공동대표 제시카 첸 역시 10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아시아스타캐스팅포럼에는 어떻게 참가하게 됐나. =4년 전 홍콩영화제 고문으로 활동하던 중 중국 배우의 발전에 대한 토론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알게 된 분 중 한명이 지금 아시아필름마켓에서 일하고 있는데 올해 이런 행사가 있는데 참여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의해왔다. 최근 합작영화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이고 배우들도 새로운 흐름에 적응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느끼던 터라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
-이지엔터테인먼트는 신생회사인데 벌써 식구가 적지 않다. =올 2월에 설립했는데 현재 6명의 배우와 감독과 작가 5명이 함께한다. 4인 공동대표체제로 경영전문가 1명과 나를 포함해 업계에서 최소 10년 이상 활동한 이들이 파트너다. 그중 한명인 루야오는 진가신 감독의 중국 내부 매니지먼트를 오래 담당했고 알리시아는 배우 판빙빙의 홍보와 재무담당으로 6년 넘게 일했다. 경험과 인맥이 어느 정도 구축된 좋은 파트너들과 함께한 덕분에 훌륭한 배우와 작가들이 믿고 동참해줬다.
-본인도 업계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다고 들었다. =98년부터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처음 6년간은 기자로 일했었다. 2004년부터 미국 최대 매니지먼트사 중 하나인 CAA(Creative Artists Agency) 중국 지사에서 경험을 쌓고 이후 EDKO필름에서 프로듀서를 맡아 <콜드 워> 등을 제작했다.
-이지엔터테인먼트의 설립 배경과 앞으로의 비전이 궁금하다. =과거엔 한명의 매니저가 스타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1인 매니저 시스템이었고 그 자체로는 이상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 하기 어려웠다. 최근 산업 규모가 커진 만큼 전문성이 요구되는 흐름에 맞춰 이지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우리는 한명의 배우나 작가를 분야별로 다수의 전문매니저가 관리할 뿐 아니라 단순한 보조역할을 넘어 제작, 투자 전반에 함께 참여한다.
-중국 내 엔터테인먼트 산업, 특히 매니지먼트 산업의 전망을 낙관하나. =규모 자체의 성장세보다 내수시장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예전의 합작영화의 경우 주로 해외시장에 의존했기 때문에 중국 배우들은 인지도 낮은 조연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내수시장으로도 충분히 수익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내에서 인지도 있는 배우들이 필요해졌다. 소재도 액션, 전쟁, 고전물 등으로 제한적이었지만 중국 본토시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이야기와 소재가 주목받고 있는 추세다. 수요가 늘어난 만큼 더욱 신중한 관리와 운용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자연스레 매니지먼트 산업에 대한 투자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배우들과 업체에 조언을 해준다면. =합작영화에 대한 국가적 정책도 절호의 기회다. 가능하면 중국어를 꼭 배워두길 권한다. 예전과 달리 기왕이면 중국어를 할 수 있는 배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파트너를 잘 고르는 것도 중요한데, 실적을 꼼꼼히 따지고 사전자료를 철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화란 결국 사람간의 교류다. 현재 한국 영화진흥위원회가 교량 역할을 매우 잘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 어려우면 우리에게 먼저 연락을 달라.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