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류형진 전 영화진흥위원회 정책 연구원
‘영화진흥위원회 인더스트리 포럼’에서 “한국 영화산업의 디지털 온라인 시장과 변화”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10월7일 부산 아시아필름마켓의 ‘영화진흥위원회 인더스트리 포럼’에서 “한국 영화산업의 디지털 온라인 시장과 변화”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IPTV, CATV의 VOD 시장이 확대되면서, 영화 제작 단계에서부터 이 시장을 고려한 기획이 이루어지고 있고 배급단계에서도 극장과 동등한 지위에서 유통 계획이 수립되는 등 디지털 온라인 시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토론회의 요점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얼마나 팔렸는지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데 있다. 어떤 영화가 언제 얼마나 팔리는지 알게 되면, 이 시장을 염두에 둔 제작 기획을 할 수도 있고, 유통 전략을 짤 때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또한 조회수나 매출 추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면서 마케팅 전략을 잡아나갈 수도 있다. 이런 정보들이 단순히 궁금증을 해결하는 수단이 아니라 시장 전략을 짜고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디지털 시장에 대한 정보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지난해부터 발표하고 있는 IPTV 3사와 홈초이스의 영화 VOD 주간 톱10이 유일하다. 1년에 한번 내는 <한국영화연감>에 실리는 통계도 공식통계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영진위가 각 사에 공식적인 자료 요청을 해도 정보를 얻기 힘든 탓에 디지털 유통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력 인사에게 부가시장 통계와 관련된 원고를 요청하고 있다. 그 필자가 자신의 친분과 인맥을 활용해 알음알음 정보를 구해 원고를 작성해주면 그 자료를 연감에 그대로 싣는 식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부가시장에 대한 통합전산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번 토론회도 부가시장 통합전산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결론났다. 수년 전부터 이 부분에 대한 영화계의 이슈 제기가 있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일단 정보를 가지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들이 정보 공개를 극도로 꺼리고 있다는 데에 있다. 매출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회사의 기밀을 노출시켜 큰 피해를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되짚어보면 입장권통합전산망을 구축할 때에도 사정은 비슷했다. 매출정보가 공개되면 사달이 날 것처럼 극장들의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지금 통합전산망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보라. 시장을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를 제공하는 수단이 됐고, 그런 시스템을 기반으로 극장 시장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정책입안자들은 이에 대해 좀더 적극적인 입장에 서야 한다. 정부의 인허가를 통해 독점적인 사업권을 보장받는 통신사업자들은 시장에 대해 좀더 큰 책임과 의무를 가져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부가시장 통합전산망의 구축과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 가입 의무화에 대해 더 공세적인 정책 드라이브를 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