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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블랙박스] 시스템에 끊임없이 도전할 뿐

“우리는 왜 <군도: 민란의 시대> <명량> <루시> <타짜-신의 손>을 볼 수밖에 없는가”에 답함

글 : 최현용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 소장

<명량>

“내가 집에 가는 토요일 밤 11시에서 12시 사이에 볼 수 있는 영화는 오직, 이 영화들이었다. … 이렇게 내가 특정 영화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은 명백한 권리의 침해이다. … 선택의 폭은 제한적이며, 볼 수 있는 영화는 당연히 적다.” 지난 9월25일 정미정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미디어스>(www.mediaus.co.kr)에 기고한 “독과점 시장에 고객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호갱님’뿐: 우리는 왜 <군도: 민란의 시대> <명량> <루시> <타짜-신의 손>을 볼 수밖에 없는가”(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419)를 통해 이와 같은 견해를 밝혔다. 같은 상황을 다른 방식으로도 생각해보자.

2013년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는 총 907편이다. 같은 기간 CJ CGV에서 개봉한 영화는 412편(스크린 수 901개), 롯데시네마에서 개봉한 영화는 477편(스크린 수 657개), 메가박스에서 상영한 영화는 399편(스크린 수 438개)이었다. 1년이 52주이니 CJ CGV는 주당 7.9편, 롯데시네마는 주당 9.2편, 메가박스는 주당 7.7편을 개봉한 것이다. 거기에 시사, 대관, 애니메이션 상영 같은 경우조차 제외한 ‘예외 없는’ 온관상영 비율이 CJ CGV는 44.4%, 롯데시네마는 49.3%, 메가박스는 40.4%로 3개 극장 평균은 45.1%이다.

요약하자면, 2013년 내내 모든 스크린의 절반 정도를 퐁당퐁당이든 구석상영이든 가리지 않고 여러 영화를 상영하고서도 소화한 영화편수가 전체 개봉영화의 절반 정도이다. 흥행을 위해 영화제작자들이 요구하는 교차상영 없는 온관상영 비율을 높이면 상영편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구나 어느 정도의 좌석점유율을 보이는 영화일지라도 다음에 개봉하는 영화를 핑계로 종영시키지 않으면 상영편수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하고 싶은 ‘호갱님’의 권리도 있고, 내가 만든 영화를 극장에서 관객과 공유하고 싶은 또 다른 창작자 ‘호갱님’의 권리도 있다. 둘 다 문화다양성 혹은 사회권/문화권으로 불린다. 그러나 내 영화가 흥행되기를 원하는 이면에는 다른 영화가 상영되지 못한다는 제로섬적 상황을 전제하고 보면, 문화다양성의 권리가 반드시 모든 결과에서 선이 될 수도 없다. 그리고 이 양자 사이에서 이윤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극장기업의 탐욕이 있으니 이 또한 ‘재산권’이라는 권리가 되겠다.

과연 3자가 만족할 방안은? 정답은 없다. 단순히 극장만의 문제도 아니고, 수직계열화만의 문제도 아니다. 스크린이라는 물리적 한계와 산업적 게이트키핑이라는 시스템적 한계에 대해 도전하는 끊임없는 과정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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