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피플 > flash on
[flash on] 꿈과 희망의 트라이
정지혜 사진 백종헌 2014-10-02

<60만번의 트라이> 출연자 황상현, 김옥희

오사카조선고급학교(이하 오사카조고) 럭비부를 통해 재일동포사회를 조명한 박사유, 박돈사 감독의 다큐멘터리 <60만번의 트라이>가 9월18일 국내 개봉했다. 개봉일에 맞춰 영화에 출연한 럭비부원 황상현(오른쪽)과 럭비부 매니저 김옥희(왼쪽)가 한국을 찾았다. 영화에서 장난기 가득하던 까불이 상현은 여전히 개구져보였고 해맑게 웃던 옥희는 어느새 여성미가 철철 넘치는 대학교 4학년생이 됐다. 92년 동갑내기 두 친구는 인터뷰 내내 “하하호호” 웃으며 톰과 제리처럼 티격태격이다. 그러다가도 재일동포 사회에 대해서 물으면 서툰 한국어 실력이지만 각자의 생각을 차분히 말로 옮겼다. 오사카조고에서 보낸 그들의 유년기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것이 곧 <60만번의 트라이>가 아니겠나 싶었다.

-한국은 첫 방문인가. =상현_그렇다. 정말 미인이 많더라. (인터뷰 장소에 놓인 TV에서 ‘태티서’가 나오자) 티파니가 좋다.

옥희_나는 세 번째다. 유학 중인 친구를 만나러 온 적이 있었다. 이번엔 영화 개봉으로 와서 그런지 긴장되고 신선하다.

-관객과의 대화에도 참석했다. 한국 관객과 함께 영화를 본 소감이 궁금하다. =상현_눈물이 났다. 유인 동무가 부상으로 전국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면서 자신을 대신해 출전하는 선수에게 유니폼을 전달하는 장면은 다시 봐도 슬프다. 지금도 소름이 돋는다.

옥희_일본에서는 일본어로 상영됐는데 한국어로 다시 보니 색달랐다. 관객의 반응이 궁금해서 영화보며 자꾸 뒤돌아봤다.

-처음 박사유, 박돈사 감독이 다큐영화를 찍는다고 할 때 어땠나. =상현_우리를 찍어서 영화가 되겠나 싶어 걱정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감독님께 여쭤보면 “자연스럽게 해라”라고만 하시고.

옥희_보통 영화에는 감동적인 장면이 있지 않나. 우리 얘기에는 감동 요소가 없어 보였다. 특별난 것 없는 우리를 찍겠다고 하시니 믿을 수가 없었다. 사유 언니가 말도 걸어주고 과자도 사다주면서 편안해졌다.

-럭비부에는 어떻게 들어가게 된 건가. =옥희_친오빠 두명 다 오사카조고 럭비부 출신이었다. 어릴 때 오빠들의 시합을 보면서 매니저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상현_럭비하는 영휘 동무의 움직임을 보는데 정말 멋있더라. 나도 그렇게 되고 싶어 시작했다. 그러다 보면 여동무들도 많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다.

-조고를 졸업하고 성인이 됐다. 현재는 각자 어떻게 지내고 있나. =옥희_간세이 가쿠인대학에서 복지학을 공부 중이다. 다행히 졸업하기 전에 생명보험 회사에 취직이 됐다. (영화에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고 하자) 야망이 있다. (웃음)

상현_신인배우상을 노린다. (좌중 웃음) 현재 오사카의 불고깃집에서 매니저로 일한다. 많이 배워서 내 음식점을 내고 싶다.

-졸업 후에도 럭비부원들과 정기적으로 만난다고 들었다. 함께 그때 그 시절을 돌아보면 어떤가. =옥희_럭비부 오영길 감독님은 “스포츠는 사회를 바꾼다”고 하셨다. 전국대회에 나갈 때마다 각지의 재일동포 아버지, 어머니들이 응원을 와주셨다. 그걸 다 눈앞에서 본 거다. 또 대회에 조선학교 이름과 조선 이름을 달고 나갔는데 그걸 본 일본 사람들이 우리의 존재를 인정해줬다고 생각한다.

-<60만번의 트라이>를 한국 관객이 어떻게 봐주길 바라나. =상현_일본의 고교 무상화 정책에서 조선학교가 배제된 문제도 나온다.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지 마시고 (재일동포들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봐주신다면 정말 기쁘겠다. 옥희 일본에도 조선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