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넷 등 단체들은 소위 ‘저작권 합의금 장사 방지법’에 대한 법개정을 요구 중이다.
지난 4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하여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둔 저작권법 개정안이 있다. 오픈넷이나 진보넷 등의 단체들은 이 개정안을 ‘저작권 합의금 장사 방지법’이라고 부르며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으며, 저작권 신탁단체들은 문화산업을 붕괴시킬 내용이라면서 개정을 반대하고 있다.
저작권법 136조는 “저작재산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를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 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에 대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처벌조항이다. 개정안은 여기에 형사처벌 범위를 ‘영리 목적’과 ‘6개월 동안 100만원 이상’ 침해한 경우로 제한하는 것이다. 개정의 명분은 형사고소 남발과 이를 이용하여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합의금 장사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법이 개정될 경우, 영화 다운로드 가격이 4천원이니 6개월 동안 249편을 비정상적인 경로로 다운로드해 감상하는 경우에는 형사 처벌에서 면책된다. 1년에 1천편이 개봉되니 대략 연간 개봉영화의 절반 정도를 구매하지 않고 다운로드해도 처벌대상이 아닌 셈이다. 그러니 업자들이 들고 일어설 수밖에 없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자는 격 아닌가 하는 반문이다.
개정의 방향이 틀렸다. 개정의 대상이 된 비친고죄 조항이 2006년 도입될 당시 논의의 핵심은 영리 목적의 악의적이고 대규모적인 저작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문제는 이 조항이 검찰에 의해 사실상 사문화되고, 로펌 등의 사기성 합의금 장사의 수단으로 변질된 것이다. 웹하드를 이용한 사용자는 처벌되거나 합의금을 위한 형사고소의 대상이 된 반면, 정작 웹하드는 기술적 보호조치를 취했다는 이유로 사실상 면책받아왔다. 웹하드의 비정상적 사업모델이 변경되지 않는 한, 형사처벌 면책조항은 그 의도와는 무관하게 문화산업의 기반을 허무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면책조항이 도입되려면 영리 목적의 저작권 침해에 대한 강력한 대응방안이 동시에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그도 아니라면 지금처럼 면책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아니라, 자동기소유예와 같은 면책의 방법을 새롭게 도입하는 것이 맞다. 저작권법 제1조, “이 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취지를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그러니 문제는 오히려 국회다. 법률소비자연맹은 홈페이지에 기사를 무단 복제•전재한 국회의원 270명을 지난 2월 개정 대상이 된 조항상의 저작권 위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물론 최근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정작 본인들이 만들어놓은 법에 의해 처벌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한 국회의원들의 괘씸죄에 엄한 저작권법 비친고죄 개정안이 나온 거라는 생각이 드는 게 그리 무리는 아닌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