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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통한 배우 전도연 vs 소심한 감독 류승완 [1]
사진 오계옥 정리 이영진 2002-03-02

전도연과 류승완의 피도 눈물도 있는 야.자.타.임

“누구라고? 전도연?” 류승완 감독이 <피도 눈물도 없이>의 첫 번째 카드로 전도연을 주저없이 내밀었을 때, 다들 의아해했다. 충무로 최정상의 여배우와 밑바닥 B급 무비를 신봉하는 키드와의 만남이라니…. “변신이 필요했던 배우와 흥행이 불안했던 감독의 만남이군”이라고 혹자들이 쑥덕거릴 만도 했다.

촬영에 돌입해서도 수군거림은 그치지 않았다. 현장 소식통은 “감독과 배우의 궁합이 찰떡이다”는 그 흔한 소문 대신 “서로를 좀 어려워하는 것 같다”는 추측만 들려줬다. 양수리와 인천과 수색의 현장을 직접 들여다봤을 때도 정말 그런 듯했다. 짬을 내서 청취를 시도했지만, 서로에 대한 멘트는 ‘영리한 배우’와 ‘세심한 감독’이라는 짧은 수식의 선을 넘지 않았다. 붙박이는 아니었으니 본 것만으로 모든 것을 안다고 할 수도 없겠고, 현장에서야 제3자가 모르는 감독과 배우의 긴장이 존재하는 걸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어쨌든 두 사람은 꽤 시간이 지난 뒤에도 멀어보였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하지만 감독과 배우는 얼마 전 홍릉에서 열린 기술시사에서 함께 영화를 본 뒤, “어때요?”라는 질문과 “좋네요”라는 답변만을 주고받았을 뿐이다. <피도 눈물도 없이>의 최종 프린트가 공개된 지난 2월14일. 개봉을 앞두고 이어지는 인터뷰에 녹초가 된 두 사람을 어둑어둑한 7시에, 그것도 험악한 서울 공덕동의 한 식당으로 유인해서, “이제는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종용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올해 서른이 된 73년 소띠, 동갑내기들의 거칠지만, 애정어린 ‘야자타임’은 바쁜 촬영일정 속에서 텔레파시로만 나눴던, 혹은 미처 못 나눴던 이야기들로 그렇게 시작됐고, 자리는 2시간 넘게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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