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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블랙박스] 블록버스터 전략에 맞설 자 누구인가

<명량> 관객 1500만명, 롱테일 경제학이 실패한 한국 영화시장

<명량>이 1500만명의 관객을 넘어섰다. 최종 관객수가 얼마가 될지 여전히 미지수다.

2006년, 잡지 <와이어드>의 편집장 크리스 앤더슨이 쓴 <롱테일 경제학>의 영향은 엄청났다. 앤더슨은 아마존닷컴 등의 사례로 ‘1년에 단 몇권밖에 팔리지 않는 상품의 판매량을 모두 합하면 놀랍게도 잘 팔리는 상품의 판매량을 추월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에 더 맞는 상품을 찾을 수 있고 구매력도 있을 때, 블록버스터가 아닌 니치 상품을 구매하게 될 것’이라는 과감한 예측도 덧붙였다. ‘롱테일’은 디지털 온라인 시대의 경제학으로 각광받았고 구글(유튜브), 넷플릭스 등의 미디어 회사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앤더슨의 주장과는 다른 흐름이 감지되었다. 영화산업의 블록버스터 전략은 여전히 유효했다. 2010년 워너브러더스는 3편의 이벤트 영화에 전체 제작 예산의 33%를 들여 미국 내 매출의 40%, 해외 매출의 50%를 거둬들였다. 반면 전체 예산의 6% 미만으로 만든 저예산영화 4편의 매출액은 미국내 4%, 해외는 1%에 그쳤다. 음악산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이튠즈 스토어의 2011년 판매량을 보면, 판매중인 전체 음원 중 94%는 100회 이하로 팔렸고 32%는 단 1번씩 판매되었다. 반면 전체 중 0.00001%인 100곡 정도가 100만번 이상 팔렸고, 총매출의 17%를 차지했다. 오프라인도 마찬가지였다. 2011년에 발매된 음반 중 0.001%가 매출의 7%를 차지하는 등 전체의 1%에서 매출의 80%가 나왔다. 롱테일은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디지털은 롱테일의 기반을 마련하긴 했지만 이것을 수익으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 결과 롱테일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꾸려왔던 유튜브 등의 사업자들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야 했다. 그것은 다시 ‘블록버스터’ 전략이었다. 그리고 롱테일의 자리에는 니치와 블록버스터 전략을 결합한 ‘니치버스터’ 전략이 채택되었다. ‘롱테일’은 실패했고, ‘블록버스터’는 보다 더 강력해지고 있다.

최근 <명량>이 기록적인 15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있었지만 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좌석점유율로 돌파해냈다. 처음엔 공급이 수요를 창출했지만, 어느 순간 수요가 공급을 이끌어내는 모양새다. 최종 관객수가 얼마가 될지 여전히 미지수다. 인구 5천만명 중 2천만명 이상이 보는 영화를 만날 가능성도 있다.

<명량>은 한국 영화시장에서 블록버스터 전략이 전부이며, 이런 쏠림 현상이 보다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블록버스터 전략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극장업계 3사가 시장의 90%를 지배하는 ‘수요과점’을 기반으로 보다 확대될 것이다. 이를 제어할 방법은 묘연하다. <명량>은 영화 다양성의 디스토피아적 현현(顯現)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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