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곰상 수상작품 감독 인터뷰 2
베를린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금곰상을 수상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기자회견은 베를린에서 시상식이 열린 지 이틀 뒤인 2월19일 도쿄에서 열렸다. 미야자키 감독이 베를린영화제에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 지난해 7월20일 일본에서 개봉한 <센과 치히로…>는 11월10일에 <타이타닉>의 흥행기록을 앞지른 뒤, 2월17일 현재 전국 2269만2104명을 동원하고 있다. 흥행수입도 290억엔을 넘었다.
100명이 넘는 기자들이 모인 가운데 제국호텔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는 먼저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가 “미국에서 <센과 치히로…>는 너무 일본적이고 마지막 부분이 난해하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유럽에선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받을 수 있어 매우 기뻤다”고 베를린 현지의 반응을 보고했다. 곧이어 베를린에서 대신 상을 받았던 스튜디오 지브리의 해외사업국장 스티븐 아파트로부터 금곰상을 넘겨받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무거워요”라고 농담을 던진 뒤 기자회견에 임했다.
소감은.
우리가 만들어온 영화 앞에 곰이나 사자가 있는 줄 몰랐다. 추석, 설, 크리스마스를 한꺼번에 맞이한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러나 영화를 만들었던 현장의 사람으로서는 상보다는 관객이 보내준 성원을 받은 순간, 그동안의 노력이 보상받았다고 느낀다.
해외에서 보내준 관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어쨌든 일본 관객이 어떻게 보는 것인가가 우리의 최대 관심거리고, 해외의 반응은 부록 정도로 생각한다. 보너스를 받은 것 같은 기분이다.
이번 수상은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작품으로 인정받은 것이 아닌가.
나 자신은 일본 애니메이션은 막다른 길에 섰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지금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는 생활 스타일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많은 애니메이션 작품이 있지만 폭력이나 섹스를 다룬 것이 많고, 안이한 자세로 세계에 나아가면 창피를 당한다는 사실도 잊지 말라. 나는 영화상을 위해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을 위해 영화를 만든다는 태도를 바꾸고 싶지 않다. 게임이나 비디오를 통해 현실을 접하는 탓에 현실감 없이 성장해가는 일본 청소년들이 우려스럽다. 30년 이상 영화를 만들었고 비디오도 팔아왔지만, 관객이 기뻐하면 할수록 딜레마를 느낀다.
차기작은 어떤 것을 만들 것인가.
구상은 여러 가지 있지만 나의 의지만이 아니라 스탭의 편성 등 여러 조건에 따라서 정해질 것이다. 도쿄=사토 유 통신원▶ 제52회 베를린영화제 수상결과
▶ 제52회 베를린영화제 결산
▶ 베를린에서도 재연된 <나쁜 남자> 논쟁
▶ <블러디 선데이>의 폴 그린그래스 감독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 베를린에서 발견한 보석 5편
▶ 영화평론가 김소희의 베를린의 상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