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사랑이야>의 장르소설 작가 장재열(조인성)은 양아버지의 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겪고, 정신과 의사 지해수(공효진)는 엄마의 불륜을 목격하고 사랑과 섹스를 거부하는 불안장애를 앓는다. 이들은 서로의 내밀한 상처를 공유하고 가까워지며 만남과 충돌, 끌림은 로맨틱 코미디의 전개를 충실히 따른다. 그런데 감정을 부정하고 타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해수의 모습은 상담치료의 장벽이 되는 ‘방어기제’로 설명되고, 재열의 기습키스는 결벽증 환자에게 쓰레기통의 휴지를 만지게 하는 ‘강한 행동치료’와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로맨틱 코미디의 클리셰를 정신과적 시각으로 분석하다 보니 추행이 치료가 되는 무리수가 돌출한다. 사랑으로 다친 마음은 사랑으로 치유한다는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은 여전한가? 글쎄,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모든 등장인물에게 진단된(혹은 앞으로 진단될) 정신과적 병증을 부여하는 이 드라마는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사랑의 유통기한’을 말할 때처럼, 사랑을 해명하기 위해 과학적 지식을 동원하는 수준을 넘어야 할 책임이 있다. 물론 각각의 경우에는 정신증에 대한 편견을 지우는 의학적 소견과 그에 따른 상담, 약물, 전기치료의 영역이 분명하고 자주 언급된다. 해서 사랑은 모든 것을 치유하는 만병통치약일 수가 없으며 도리어 사랑과 관계로 빚어지는 마음의 병이 엄연하다. 해수 자신을 비롯해 그녀가 진료하는 환자들의 경우를 살피면 어떤 사랑은 치료를 방해하고 어떤 치료는 사랑하는 이들이 감춘 어둠을 들춘다.
물론 병의 이름을 안다는 것이 치료에 완벽하게 대응하는 것도 아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명함 내밀 듯 자신의 ‘투렛증후군’을 밝히는 박수광(이광수)의 행동은 주변의 이해를 구하는 치료의 과정이지만, 그가 짝사랑하는 오소녀(이성경)는 비난의 방패막이와 합리화를 위해 ‘품행장애’라는 진단명을 앞세운다. 자신의 증상을 뛰어넘길 원하는 정신과의 해수조차 가끔은 ‘죽 쒀서 개 줄 일 있냐?’는 식으로 자기 병증에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자연히 머릿속엔 사랑과 의학적 치료의 비율을 가늠하는 저울이 놓이지만 그 균형은 좀처럼 찾아지지 않는다. 아직까지 명쾌한 답을 찾지 못한 오답노트를 따라가는 기분인데, 그게 싫지가 않다. 사랑이 장애와 역경을 극복한다거나 모든 것을 치유한다는 식의, 의문 없이 답습하는 절대 명제를 찬찬히 되짚기 때문이다. ‘신체추행장애’를 앓던 환자가 둘째를 원한다는 아내의 말에 부양에 대한 부담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팔을 절단하는 데 이르렀고, 죽은 아이의 환영을 안고 돌보는 환자가 ‘약물유도 인터뷰’에서 자신이 마트에 간 사이 아이를 돌보지 않고 옆방에서 잠만 잔 남편에 대한 원망을 털어놓는다. 이들은 사랑하니까 앞으로도 괜찮을까? 적어도 이 드라마는 사랑이라는 외다리로 극기를 감행하지 않는다. 정신의학은 이해의 수단이자 다른 한쪽 다리가 된다.
+ α
남자 소설가는 깔끔?
잘생긴 베스트셀러 작가가 장재열 말고도 있다. SBS 드라마 <커피하우스>의 베스트셀러 작가 이진수(강지환)의 정리벽도 보통 사람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그리고 이들의 정반대편에 늘 ‘추리닝’을 입고 남이 버린 피자박스 쿠폰을 모아 피자를 시켜먹는 백수 무협지 작가, MBC 드라마 <메리대구 공방전>의 강대구(지현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