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추진하고 있는 부산의 국제 영상콘텐츠 밸리에 대한 경제성이 낙제점을 받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경제성(비용 대비 편익)이 0.47로 나온 것이다. 이 점수가 1이 되어야 이른바 ‘똔똔’을 치는 것인데, 0.47은 투자비의 53%를 날려먹는 사업이란 뜻이다. 게다가 이 편익이라는 것이 실제로 벌어들이는 수익뿐만 아니라 이 투자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기여효과를 모두 돈으로 환산해서 계산하는 것이므로, 이 사업을 추진해봐야 영화계나 부산시에 경제적으로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뜻이 된다. 영진위는 ‘글로벌 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미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경제성 점수가 처음에는 3점이 넘었고, 두 번째는 1점 정도였다. 현재 KDI의 결과가 정확한 것이라면, 당시 용역을 맡은 기관들은 엉터리 숫자를 내놓은 셈이다. 당시 용역기관 중 한곳은 국책연구원이었고, 한곳은 영화 관련 유명 대학과 유명 컨설팅 업체가 결합한 산학협력단이었다. 그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들이 어떻게 그런 결과를 내놓았을까? 그만큼 영진위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수천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왜 굳이 땅 사고 건물 짓는 토목공사에 투자하려는 것일까? 영진위는 남양주촬영소 건립 당시를 이야기하며,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고, 대형 스튜디오가 있어야 해외 로케이션 유치가 가능해지고, 한국영화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어 글로벌화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여러분이 판단해보시라. 과연 그럴까? 대통령 공약임에도 낙제점을 받은 이 사업을 영진위와 부산시는 어떻게든 끌고 가려는 것 같다. 부산시 입장에서야 지역 내 수천억원의 공사자금이 쏟아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효과가 있으니 그럴 만하다. 하지만 한국 영화계의 미래를 고민해야 할 영진위는 도대체 어떤 대의명분을 가지고 이 사업을 추진해나갈지 궁금하다.
곧 영화발전기금 모금이 중단됨에 따라 기금 고갈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부의 영화계 지원 축소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기획재정부는 그동안 기금 모금 연장이 안 될까봐 함부로 쓰지도 못하고 적립해놓고 있는 영화발전기금을 ‘부자기금 top10’ 안에 올려놓고 다른 필요한 곳에 돌려써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영화계의 타격은 물론이거니와 영진위 스스로도 존폐를 걱정해야 할 위기상황이라는 말이다. 글로벌 스튜디오를 짓는 것보다 이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 영화계를 위해서나 영진위를 위해서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