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디어사업자들의 관심은 온통 모바일에 쏠려 있다. 사람들이 앉으나 서나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질 않으니 당연하다. 그만큼 사업자간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데, 처음에는 통신 속도, 콘텐츠 규모, 색다른 서비스 등으로 점잖게 승부하더니, 결국은 가격 경쟁으로 돌입하고 있다. 각 통신사가 IPTV 모바일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고, 여기에 티빙이나 호핑 같은 플랫폼들도 가격 할인으로 응수하고 있다. VOD도 월정액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웹하드나 토렌트를 통해 불법으로 다운로드해 보는 것보다 훨씬 싸고 편리하게 이용이 가능하다. 이런 좋은 세상이 어디 있나? 불법 다운로드도 아닌데, 모든 게 공짜라니.
하지만 사업자 관점에서는 이 무한 경쟁이 그리 반갑지 않다. 현재 경쟁 상황과 수익구조를 감안하면 미래의 승자가 통신 3사로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의 파격적인 무료/할인 TV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주 수입원이 이용자가 지불하는 결제금액이 아니라 통신 데이터 비용이기 때문이다. 고객이 불편하다는데, 유료 결제를 굳이 고집할 이유도, 광고를 굳이 실어나를 이유도 없다. 더 큰 수익을 위해 그 정도는 눈 딱 감고 주는 거다. 반면 통신사의 수익모델을 갖지 못한 대다수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들은 점점 살아남기 어려워진다.
한 가지 걱정되는 부분은 이렇게 유통 창구가 단일화되면 거기에 콘텐츠를 공급해야 하는 PP(Program Provider)들의 협상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3대 멀티플렉스 체인의 과점구조가 영화산업에서 제작/배급 부문과 상영 부문간의 심각한 불균형을 낳았듯이, 새로운 모바일 세계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미래의 산업 생태계를 바라볼 때 우려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런 와중에 영화는 이런 모바일 사업의 현실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건당 4천원 이상을 결제해야 하는 최신 영화가 여전히 사업의 핵심 재원이기 때문이다. 가격을 후려치기에는 사업자 스스로도 출혈이 너무 큰 거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고객의 발걸음이 생각만큼 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대신 모바일에서 불법으로 영화를 보는 방식은 엄청나게 진화하고 있다. 요즘 나오는 앱플레이어를 쓰면 자기 집에 있는 PC에 저장된 모든 영화를 아무 데서나 스마트폰으로 끌어와 볼 수 있고, TV로 미러링해서 볼 수 있다. 뭘 복잡하게 설치하거나 변환할 필요도 없이 그냥 앱만 PC와 스마트폰에 깔면 되는 것이어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모바일에서 영화 시장의 성장이 갈수록 더뎌지는 이유다. 모바일이 미래 시장의 큰 트렌드라면 누군가는 이런 상황에 대한 고민을 미리 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