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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를 먹는 괴수가 나타난다면?

<고질라> 개러스 에드워즈 감독

개러스 에드워즈 감독.

-개봉을 기다리는 현재 기분이 어떤가.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이기적인 작업이다. 내가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 하니까. 그러면서 세상에 나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재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웃음)

-장편 데뷔작 <몬스터즈>(2010)에 비해 두 번째 작품인 <고질라>는 예산이 무려 1억6천만달러의 블록버스터다. 부담되지 않았나. =<몬스터즈>를 20만달러로 만들 때도 부담이 됐다. “오 마이 갓, 이렇게 큰돈을! 내가 망쳐버리면 어쩌지?” 하면서. (웃음) 당연히 들어간 예산과 사람들이 내놓는 말들에 대해 걱정하지만 어릴 적부터 꿈꿔온 감독의 길을 포기하는 것이 더 두려웠다. 결국 어떤 환경에서건 나 스스로 잘 버텨낼 수 있는지에 대한 중압감이 가장 컸던 것 같다.

-<고질라> 연출을 맨 처음 제안받았을 때 바로 승낙했나. =아마 2초 정도 고민했던 것 같다. (웃음) 최고의 버전을 만들어야 한다는 중압감이 컸다. 하지만 늙어서 손자들에게 “<고질라>를 만들 뻔했었다”라고 말했을 때 아이들이 “그런데 왜 안 했어요? 왜?”라고 물어보면 “너무 중압감이 커서 안 했어”라고 대답하고 싶지는 않았다. ‘예스’라고 대답한 뒤 “제길, 정말 제대로 만들어야겠구나”라는 생각만 번쩍 들었다.

-1954년 오리지널 <고지라>는 전쟁과 대량 살상무기에 대한 두려움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당신의 작품은 1999년에서 시작한다. 지금 사회에서도 그런 두려움이 통한다고 생각하나? 어떻게 역사를 다루려 했나. =아마도 80년대에 만들었다면 냉전에 대한 것을 다루지 않았을까? 현재는 핵발전과 핵전쟁에 대한 것이다. 서양 국가들이 세계를 안전하게 지킨다는 명목으로 누구는 핵무기를 가질 수 있고, 누구는 없다는 것을 결정한다는 것이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핵무기를 먹는 괴수가 나타난다면, 서로가 어떻게 하면 빨리 핵무기를 없앨까 고민할 것이 아닌가. 물론 오락적인 면이 있어야 하지만 그런 식으로 또 다른 스토리의 겹을 만들고자 했다. 최고의 SF영화는 언제나 당대의 사회상을 투영한 심벌리즘이 포함돼 있다고 본다.

-<고질라>에서 군대는 별달리 큰 힘을 못 쓴다. =“자연을 상대로 싸울 수는 없다”라는 대사가 있다. 순리대로 흘러가도록 놓아두어야 한다는 거다. 우리가 컨트롤할수 있는 게 아니니까. 바로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들었고, 때문에 보다 큰 무기를 만들면 해결될 수 있다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지는 않았다. 그 어떤 기술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아이디어였다. 자연의 순리에 간섭하기보다는 존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조절하려고 할수록 더 많은 것을 망치게 된다.

-쓰나미나 원자력발전소가 무너지는 장면 등은 무척 사실적이다. 의도적인 연출인가. =바닷속에서 거대한 괴수가 나온다는 설정은 사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빌딩이 무너지거나, 방사능이 유출되는 사고는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다. 처음부터 최대한 사실에 바탕해 접근하자고 생각했다. 고질라는 ‘자연’의 거대한 힘을 상징한다. 고질라와 대립하는 또 다른 괴수는 자연을 파괴하는 우리 자신의 폭력적인 성향이다. 바로 그 우리의 행동으로 인해 고질라가 다시 세상의 균형을 회복시키기 위해 찾아오는 것이다.

-고질라의 디자인에 대해 얘기해달라. =2년 전 티저 예고편을 제작하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뉴질랜드에 있는 웨타 워크숍에서 디자인 작업을 했는데, 나는 시차가 12시간 정도 있는 런던에 있었기 때문에 화상통화를 통해 3D 디자인 모델을 보며 수 시간 동안 작업했다. 재미있는 작업이었는데, 평면적 디자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루빅스 큐브처럼 한쪽을 만지면 다른 한쪽이 망가져서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360도로 회전시켰을 때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일 때까지 작업했다. 진짜 루빅스 큐브라면 다 분해해서 색깔을 맞추는 ‘편법’이라도 썼을 텐데. (웃음) 아무튼 세계 최고 전문가의 작업을 지켜보는 것조차 황홀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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