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진 감독의 <새출발>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한국경쟁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새출발>은 학자금 대출, 임신, 낙태, 학과 통폐합 등의 문제로 고민하는 20대의 우울한 현재를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지루하지 않은 롱테이크, 카메라 앞에서 한없이 자유로운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전주의 피날레를 장식한 장우진 감독에게 그의 ‘새출발’이 되어줄 첫 번째 장편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수상을 축하한다. =기대는 했지만 예상은 못했다. 영화제쪽에서 시상식에 참석하라기에 혹시나 했는데, 시상식장에 가보니 경쟁부문의 감독님들이 다 와 계시더라. (웃음)
-<새출발> 이전에 만든 단편 <하루>(2011)는 횡성에서 낙태 수술을 받는 커플의 이야기다. <하루>가 <새출발>의 모티브인가. =그렇다. <하루>를 모티브로 해서 그 앞과 뒤의 이야기를 덧붙였다. <하루>는 낙태 수술을 받으려는 커플이 횡성에 도착하고, 여자친구가 수술을 받으면서 끝이 난다. 영화에서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위로하거나 이해하지 못한다. 그날 하루의 우울함에만 집중한 영화였다. <새출발>은 그렇지 않다. 이번엔 미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관객에게도 직접적이지 않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
-영화가 희망적으로 끝난다는 느낌을 받진 않았는데. =희망의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던지진 않았다. 그런데 우울한 시기를 지나는 동안 한번 크게 울고 나면 비워지는 게 있지 않나. 속풀이라고 해야 하나. 남자주인공이 동굴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으로 영화가 끝나는데, 남자 옆에는 이미 크게 한번 울고 난 여자주인공이 함께 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보여주지 않지만 여자가 남자를 일으켜주는 모습을 상상할 순 있을 것이다.
-출구 없는 20대의 이야기가 새롭지는 않다. =맞다. 20대의 우울함, 방황하는 청춘의 얘기는 이미 많이 나왔다. 식상한 소재에 다르게 접근하려고 했다. 어떻게 영화적인 순간을 담아낼 것인가에 집중했다.
-촬영과 연기가 인상적이다. =스탭들이 고생 많았다. 1인3역, 1인4역까지 소화해야 했으니. 현장 스탭은 6명이 전부였다. 촬영, 조명, 연출, 스크립터, 미술, PD 한명씩. 조감독도 없었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프레임 밖의 인원과 규모를 줄였다. 배우들이 영화의 상황에 빠지게끔 상황을 만들었고, 촬영도 일부러 DSLR로 했다.
-모두 비전문 배우들인가. =남자주인공(우지현)은 한양대에서 연기를 전공한 친구고 그외에는 모두 정식으로 연기를 배운 적 없는 친구들이다. 여자주인공(이혜린)도 중학생 때부터 단편 출연은 했지만 연기를 배운 건 아니었고. 국문과 친구들로 나오는 배우들은, 홍익대 조치원캠퍼스의 연극동아리 친구들이다. 배우 모집 공고를 냈고, 친한 친구 무리를 통으로 캐스팅해서 찍었다.
-영화를 시작한 계기는. =어려서부터 영화를 엄청 좋아했다.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영화만 봤다. 그러다 미술을 배웠고 미대 입시를 준비했다. 미술 실기로 대학(홍익대 디자인영상학부)에 들어갔고, 대학에서 영화를 경험하면서 연출에 재미를 느꼈다.
-영향을 받은 감독이 있다면. =결정적으로 내게 영향을 준 감독은 스탠리 큐브릭, 존 카사베츠, 다르덴 형제. 한국 감독들 중엔 홍상수 감독을 정말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