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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의 비극을…
정지혜 사진 최성열 2014-05-20

<자유낙하> 기요르기 폴피 감독

“JIFF의 ‘디지털 삼인삼색’은 감독들에게는 꿈의 프로젝트다.” <자유 낙하>를 연출한 헝가리 출신의 기요르기 폴피 감독에게 JIFF는 “신이 보낸 구원의 메시지” 같았다. JIFF의 제작비가 모태가 돼 헝가리 현지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제작비 규모를 키웠고 영화로까지 완성했기 때문이다. “헝가리 필름 펀드의 경우는 ‘네 작품을 좋게 만들기 위해서 그래’라는 이유를 붙여가며 내게 어떤 스토리를 쓸 건지 미리 묻기부터 한다. 그렇게 해서 시나리오가 통과된다 해도 내게 여러 번 수정을 요청한다. 이 시간만 1년반이 넘게 걸리고 중간에 엎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쩔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로 나는 많이 지쳐 있었다. 3년 전부터는 더 이상 영화를 만들 수 없는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영화를 그만둬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때 JIFF에서 연락이 온 거다.” 일정 정도의 예산과 영화 제출 기한만 제시하고 모든 걸 감독에게 전임하는 JIFF의 시스템이 감독에게는 다시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동력이 돼줬다.

“잡생각 하지 않고 영화에만 집중했던” 감독은 <자유 낙하>라는 상당히 기이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영화는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린 노파가 죽지 않고 살아나면서 시작된다. 그녀는 다시 아파트 계단을 오르고 그때마다 각 방에서는 예측 불허의 일이 일어난다. 마음 수련으로 벽을 뚫는 신공을 보이는 남자, 온몸을 랩으로 감싼 채 살아가는 연인, 아이를 다시 자궁 안에 넣는 여자 등 현실인지 상상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상당히 그로테스크한 7편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식으로 이어진다. 사실 비현실적인 상황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특이한 인물들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그리 낯선 등장은 아니다. 200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됐던 <허클>에서 그는 대사를 거의 쓰지 않으면서도 딸꾹질하는 노인과 동물들을 출연시키며 연쇄살인사건의 음침한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표현해냈다. <택시더미아>에서는 시체를 방부 처리해 보관하거나 엄청난 식욕을 보이며 혐오스러울 정도로 몸을 불린 인물들을 줄줄이 등장시키기도 했다. 어째서 그는 매번 범상치 않은, 비일상적인 이야기에 빠져드는 걸까. “영화와 실제의 삶이 같을 수는 없지 않나. 전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제대로 전하고 싶다. 특히나 영화는 이미지의 힘이 상당히 강한 매체다보니 강렬한 스토리와 강한 캐릭터가 필요하다. 이런 요소들이 영화에서 무언가를 자동적으로 만들어낼 거라고 믿는다.” <자유 낙하>의 또 하나의 흥미로운 지점은 옥상에서 떨어져 살아난 노파가 다시 옥상으로 올라가 낙하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 영화의 서사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암시다. “<자유 낙하>는 시시포스 신화를 생각하게 한다. 노파가 살아난 건 기적이다. 근데 기적이라는 건, 그 기적을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하는 당사자에게는 슬픈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종종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의 비극을 비유하는 말로 언급되는 시시포스가 이 영화의 척수다.

9월에 있을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자유 낙하>의 출품을 준비 중인 감독은 전주국제영화제의 ‘디지털 삼인삼색’을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이 제작지원뿐 아니라 정식 극장 개봉까지도 계획 중인 걸로 안다. 한국과 헝가리 양쪽에서 다 개봉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흥행이 잘돼 수익이 나길 바란다. 그래야 나도 전주영화제쪽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앞으로도 ‘디지털 삼인삼색’이 잘 운영돼 더 많은 감독들에게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돌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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