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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감독] “인간적인, 더 인간적인”

<표적> 창감독

<표적>은 프랑스영화 <포인트 블랭크>(2010)를 각색 및 리메이크한 액션영화다. 감독은 ‘창감독’이 맡았다. 본명은 윤홍승, 하지만 그는 창감독이라 불리기를 원한다. “감독이 되면 나만의 고유명사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었다. 어떤 이름을 지을까 옥편을 뒤적이다가 ‘창’자가 눈에 들어오더라. 만들 창, 미쳐 날뛸 창 등등 그 몇 가지 뜻들이 내가 하는 일의 정신 같은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짓게 됐다. 나에게는 소중한 이름이다. 책임감도 생기고.” <표적>은 <고死: 피의 중간고사>(2008) 이후 창감독이 만든 두 번째 영화다. 칸 비경쟁부문 미드나이트 프로그램으로 초대받기도 했다. 창감독은 “<표적>이 나의 데뷔작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름’에 값하는 첫 번째 영화라고 생각한다는 뜻인 셈이다.

-영화를 만들기 전에는 뮤직비디오쪽 일을 했다고 들었다. =원래는 영화를 하는 것이 꿈이었다. <싸이렌>(2000)의 연출부 막내로 들어간 적이 있다. 하지만 도제 시스템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광고쪽으로 방향을 바꿔 조명팀 일을 하게 됐다. 그때 채은석 CF감독이 함께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했다. 그렇게 광고쪽 일을 시작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뒀다. 역시 나하고는 잘 안 맞더라. 다시 뮤직비디오쪽으로 옮겼고 6개월 정도 지난 뒤 가수 보아의 뮤직비디오로 데뷔했다.

-어떤 것들을 찍었나. =200편 정도 했다. 보아, 소녀시대. SG워너비, 성시경, 박효신, 빅마마, 씨야, 이소라 등등. 뮤직비디오 감독상까지 받았다.

-영화감독으로는 <고死: 피의 중간고사>로 데뷔했다. 뮤직비디오와 영화의 차이가 뭐라고 느껴지던가. =<고死: 피의 중간고사> 때는 솔직히 별 차이를 못 느꼈다. 그 영화는 뮤직비디오 못지않을 정도로 짧은 기간에 급하게 준비한 거였으니까. 일반적인 영화업계의 상식으로 보면 말이 안 될 정도의 프리 프로덕션 기간을 거쳤고, 촬영도 20회 차였고, 편집도 5일만에 했다. 그 작품이 창피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내게는 <표적>이 데뷔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야말로 영화와 뮤직비디오 사이에 간극이 있구나 하고 느끼게 됐다.

-예를 든다면. =디테일, 서사적인 이해도 등이 영화에서 훨씬 더 중요한 것 같다. 뮤직비디오가 동물적인 본능으로 접근하는 매체라면, 영화는 사람들간의 철저한 커뮤니케이션과 계산과 준비 등이 있어야 한다는 걸 새삼 느꼈다.

-<표적>에는 원래 다른 감독(전재홍)이 내정되어 있었지만 하차했고 그 뒤에 제안받았다고 알고 있다. 프로젝트가 얼마간 진행된 시점이었던 건데, 어떤 점이 흥미로워서 이 제안을 받아들였나. =구성과 플롯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캐릭터는 마음에 안 들어서 많이 바꿨다. 로케이션이나 스탭 등 찍을 수 있는 상황이 거의 마련되어 있었다. 내가 가지고 가야 할 영화의 방향성만 잘 접목하면 실현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가지고 가야 할 방향성이란 어떤 것이었나. =원래 시나리오는 좀 건조했다. 나는 인물들에게 인간적인 면모를 좀더 넣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던진 키워드는, 우리 영화가 촉촉하고 감정적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국적인 정서와 환경을 고려하여 주인공의 사연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원작보다 낫다는 반응도 있고, 비슷하다는 반응도 있고, 못하다는 반응도 있다. 다양하다. 감독 주변은 어떤가. =주변에서야 다 좋다고 해주는 거고…. 좀 희한한 게 한 가지 있다. 사전에 모니터링 시사를 해보니 남성들에 비해서 여성들의 선호도가 훨씬 좋았다는 거다. 그게 좀 희한하다. 글쎄 남성 관객은 액션이 좀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지 어떤 건지. 영화의 호흡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들도 있는데,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은 따라오기 힘들어하는 것 같고, 젊은 관객은 깔끔하다고 말하기도 하고 그렇다.

-원빈이 주연을 맡았던 <아저씨>에 비교하는 의견들도 있다. 이 의견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당황스럽다. 과묵한 주인공이라는 캐릭터 때문일까? 사실은 <아저씨>의 액션을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한다. 합도 잘 만들었고. 하지만 우리 영화 무술팀에는 아예 말했다. <아저씨>처럼 하지 말자고. 주연배우가 원빈 같은 젊은 배우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인생을 충분히 살아서 애도 있고, 가정도 있는 그런 나이의 사람에게 맞는 액션이어야 한다고 생각한거다. 조금 촌스러워 보여도 괜찮다고 했다. 오히려 그것이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체험으로 다가가길 바랐다.

-그럼 <표적>의 주연배우 류승룡에게는 어떤 것들을 주문했나. =용병 출신으로서 관록이 묻어나길 바랐다. 이 인물은 거친 인생을 많이 살아봤기 때문에 대처 능력이 좋을 거라고 봤다. 쉽게 흥분하지도 않을 거고. 멋있는 폼보다는 주먹을 하나 뻗더라도 본인의 노하우와 차분함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작도 중요하지만 표정이 중요하다는 것도 강조했고. 여훈이라는 인물은 동생 성훈(진구)에게 형이지만 실은 거의 아버지나 마찬가지 존재다. 이 사람이 갖고 있는 아버지 같은 근성을 강조했다.

-두명의 여형사를 김성령, 조은지에게 맡겼다. =두 배우의 캐스팅은 내가 연출을 맡기 전에 결정된 사항이지만, 나 역시 그게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김성령이 맡은 여반장은 단발머리에 코트를 입은 세련된 여형사로 설정했다. 대한민국의 여형사가 강력계 반장으로까지 올라가려면 얼마나 자기관리를 잘했을까, 하는 전제를 뒀던 것이다. 그 자기관리란 육체적인 것만이 아닌 품행, 옷매무새 등에서 다 드러날 거라고 본 거다. 늑대 같은 남자들 속에서 단연 돋보일 것이라고 봤다. 형사라고 해서 부스스한 차림이기보다는 자기관리를 철저히 잘하는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유준상의 연기와 송 반장이라는 인물이 원작에 비해서도 그렇고 가장 입체적으로 보였다. 원작의 인물과 다른 면모를 강조하면서 과감하게 해석한 부분도 있고. =시나리오상에서는 원작과 비슷했다. 대사도 좀 딱딱했고. 그런데 등장인물들을 죽 나열해놓고 보니까 캐릭터들이 각자의 성격대로 다 달라야 할 것 같더라. 게다가 이 영화는 배우들의 개성을 잘 다듬어나가야 하는 멀티 캐스팅이다. 유준상은 지금까지의 이미지와 연기의 폭과는 다른, 그가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연기의 성취감을 고려했다. 결과적으로는 야누스적인 인물로 잘 나왔다. 송반장은 가장 어려웠음에도 막상 풀려고 나서니 쉽게 풀린 좋은 예다.

-진구가 연기한 성훈은 원작과 다르게 ‘틱 장애’를 겪는 장애인으로 설정되어 있다. 왜인가. =여훈과 성훈. 이 형제의 관계를 영화적으로 어떻게 만드느냐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성훈을 가정적으로 결핍이 있는 아이라고 설정했다. 내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틱 장애 증후군을 떠올렸고 더 조사해봤다. 선천성도 있지만, 유아 시절에 부모로부터 심한 강요를 받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오는 후천성도 있다고 하더라. 이 두 형제의 구구절절한 유년 시절을 다 설명하지 않아도 그것 자체로 관계 형성이 될 거라고 봤다. 어떤 환경에서 자란 것인지 관객이 유추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원작에서 주인공이 살인범으로 몰리는 데에는 그만한 동기가 있다. 그는 다른 범죄를 저지르려다가 살인자로 몰린다. <표적>에서는 동생과 동행했던 여훈이 동생이 가야 할 자리에 우연히 갔다가 갑자기 살인범으로 몰린다는 설정이다. =원작과 우리 영화의 직업군이 다르다고 봤다. 원작에서 주인공은 범죄를 저지르는 게 직업이다. 하지만 <표적>의 이 형제들은 단순한 심부름이나 하면서 푼돈이나 버는 식이다. 별다른 이유 없이 사건 현장에 간다. 일상적인 어느 날 저녁 무렵에, 뭐 별일 있겠어, 하고 갔는데 그런 큰일을 당하는 게 우리 영화의 생리에 맞겠다고 생각했다.

-액션 장면들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어떤 설계가 있었나. =솔직한 액션으로 가보자고 했다. 진짜 땀 흘리고 이를 악물고 하는 그런 쪽으로. 인위적인 카메라 워킹이나 쓸데없이 들고 찍는 것도 자제했다. 사실은 그게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이지만 자연스럽게 드라마의 흐름을 쫓아가고 싶었다. 액션에 폼을 넣지 말자는 것이었다. 누아르나 액션영화의 폼은 원래 미덕이지만 그런 걸 배제하기로 했다. 예를 들면, 후반부 클라이맥스 장면의 경우, 자동차가 건물을 뚫고 들어오는데 그때 쓰인 차가 평소에 성훈이 쓰던 중고차다. 그 차가 마치 괴물처럼 되어서, 미약하나마 하나의 무기가 되어서, 어떤 투혼의 힘 같은 것을 발휘하는 느낌을 전해주었으면 했다.

-그 밖에 어떤 장면을 연출할 때 짜릿했나. =특히 두 장면이다. 여훈, 성훈 형제를 속여 위험에 빠트린 장필주의 사무실을 여훈이 찾아가서 장필주를 심문하는 장면이 첫 번째다. 그가 장필주를 때려눕히고 내 동생 성훈에게 왜 그랬느냐고 물을 때 여훈이 눈물을 흘린다. 현장에서 찍을 당시에도 가슴이 아플 정도였다. 또 하나는 클라이맥스에 등장하는 차 위의 격투 신이다. 일부러 배우들을 피곤하게 만들어놓고 찍은 장면이다. 몸이 힘들어야만 그 장면이 요구하는 표정이 나올 것 같았다.

-긍정적으로 표현하자면 과감한 클로즈업, 부정적으로 표현하자면 인물의 감정을 넘어서는 과잉의 클로즈업이 많이 보인다. =<표적>은 클로즈업을 많이 썼지만 남용할 생각은 아니었다. 두 가지 경우에 썼다. 인물이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를 표현할 때, 인물의 감정이 정점에 올랐을 때. 긴장감과 감정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숏의 사이즈를 선택했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과잉이라고 볼 수도 있을 테고.

-칸영화제 비경쟁부문 미드나이트 프로그램으로 초청받았다. =칸 버전하고 국내 개봉 버전하고 좀 다르다. 개봉 버전에서는 심의 때문에 삭제한 장면이 몇 개 있다.

-어떤 장면인가. =피가 튀는 몇 장면, 그리고 폭탄 제조하는 장면 등을 삭제했다. 특히 폭탄 장면 등은 전문가들에게 세세하게 그 공정을 물어보고 넣은 장면들이었는데, 청소년 모방 범죄 가능성 등이 있다고 해서 제외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사위원들이 예상보다 우리 영화 수위를 좀 심각하게 본 경향이 있어서.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에 맞추기 위해 삭제했나. =영화의 퀄리티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축약했다.

-<표적>은 프랑스에서도 개봉하나. =할 것 같다. 내년 정도로 얘기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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