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거리에 실제 전투 패트레이버 ‘잉그램’이 출현했다. 80년대 말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애니메이션 <패트레이버>의 실사화를 기념하며 제작된 8m 크기의 실제 ‘패트레이버’를 두고 원작 팬들은 흥분 상태에 빠졌다. 최근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의 실사 버전 영화들이 연달아 제작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패트레이버>는 특별하다. 애니메이션의 장인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작품이자 리얼 로봇을 대표하는 메커닉이기 때문이다. 실사판 <패트레이버>는 과연 팬들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왜 하필 지금, 다시 <패트레이버>인가. 오시이 마모루 감독에게 물었다.
-정비반장 시바 시게오만 남기고 등장인물이 전부 교체됐다. 2013년을 배경으로 ‘3세대’의 특차 2과를 만든 이유가 무엇인가. =애니메이션에서 한 일을 그대로 실사화하는 것은 별로 흥미가 없었다. 전후 일본을 생각해보면 지금의 일본을 만든 고도성장을 이끈 세대와 그다음 세대가 있었고 현재는 다시 한번 세대가 바뀌어서 3세대라고 할 수 있다. 좋든 나쁘든 그게 지금 세대이다. 3세대의 갈등을 테마로 한다면 현대의 사회성과 시대성을 그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3대째 등장인물은 대부분 새로운 얼굴들이지만 이름부터 시작해 외모, 성격 등이 원작 인물과 완전히 겹친다. =25년이나 된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은 현재의 배우와 아무리 가깝게 만들려고 해도 위화감이 있다. 이름이나 얼굴이 비슷한 3대째의 캐릭터를 배우가 연기하면 좀더 어울릴 것 같았다. 무엇보다 원작의 생활감과 리얼리티를 그대로 가져오고 싶었다.
-중장비 기계를 기반으로 한 인간형 병기, 레이버는 리얼 로봇을 대표하는 메커닉이다. 실사화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대단한데. =나도 마찬가지다. <패트레이버> 시리즈의 또 다른 축은 레이버의 존재감이다. 실사화를 제작할 때 프로듀서에게 실물 크기의 레이버를 만들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물론 애니메이션에서의 설정을 그대로 똑같은 크기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디테일을 10배 정도 늘리고 실제로 움직일 수 있을 만한 형태나 중량감, 또 실제로 사람이 조종석에 앉을 수 있어야 하는 점 등에 신경을 썼다.
-그럼에도 이번 작품에서 레이버는 전혀 활약이 없다. 거대한 프라모델 같다. =새로운 패트레이버는 총 12화에 걸친 이야기다. 시리즈이기 때문에 버라이어티가 필요했고 각각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세 감독이 함께, 또 따로 작업했다. 대화가 많은 회도 있고 액션이 많은 회도 있다. 에피소드1에서는 일부러 레이버의 등장 신을 줄였다. 물론 레이버가 많이 활약하는 에피소드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레이버는 사실상 실용성은 전혀 없고 가능성은 제로인, 일본인 특유의 판타지라고 생각한다. 원래 패트레이버는 “2족 보행 거대 로봇이 활약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걸 또 다른 테마로 하는 작품인 만큼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볼 수도 있겠다.
-애니메이션은 진지한 내용이 많지만 실사영화일 때는 오히려 웃긴 작품이 많다는 평이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어떤 쪽에 가깝다고 생각하나. =딱히 실사와 애니를 구별하진 않지만 이번엔 기본적으로 많이 웃고 즐기는 방향으로 만들었다. 사실적인 드라마만으론 ‘패트레이버’가 될 수 없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감각처럼 살릴 수 있도록 실사영화 곳곳에서 노력을 했다. 하지만 내년 개봉예정인 최종화 장편 극장판은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무거운 작품이 될 것이다. 이야기의 폭이 넓은 것도 패트레이버가 지닌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