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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기획보다 좋은 글이 우선이다”
송경원 사진 오계옥 2014-03-25

도서출판 강 정홍수 대표

책은 인연이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 책과 사람의 만남, 그리고 영화와 책의 만남. 모두 연결되어 있다. <씨네21> 열혈 애독자를 자처하는 도서출판 강의 정홍수 대표가 영화 관련 서적에 관심을 가진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십 분짜리 영화학교>를 시작으로 김혜리 기자의 <영화야 미안해>, 허문영 영화평론가의 <세속적 영화, 세속적 비평>, 최근 김경욱 영화평론가의 <나쁜 세상의 영화사회학>까지 꾸준히 영화 관련 서적을 내고 있는 정홍수 대표는 오늘도 부지런히 영화와 책의 인연을 잇고 있다.

<영화야 미안해>

-영화 관련 서적 출판에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 =계기는 <씨네21>이다. 2006년 문화평론가 남재일과 문학평론가 정여울의 책을 각각 출판한 적이 있다. 둘 다 <씨네21>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코너에 기고했던 글들을 일부 모아 엮은 책이다. 그게 인연이 되어 김혜리 기자를 소개받았다. 김혜리 기자야 워낙 팬도 많고 글도 좋으니 그간 썼던 걸 묶어서 책을 함께 내고 싶다고 제안했고 2007년 <영화야 미안해>를 냈다.

-첫 번째로 출판한 책은 다른 책이던데. =사실 그보다 몇달 앞서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십 분짜리 영화학교>를 출판했다. 1998년 황금가지에서 <독립영화 만들기>로 출판했다가 절판되었던 책이다. 역자인 고영범씨가 개인적으로 잘 아는 선배인데 책을 보니까 재밌고 아까워서 판권 계약을 새로 한 뒤 복간했다. 제목도 원제에 가깝게 고치고 내용도 좀더 덧붙이고. 계속 영화쪽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비슷한 시기에 여러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됐다. 정성일 영화평론가가 쓴 <임권택이 임권택을 말하다>도 그중 하나다.

-그러고 보니 <임권택이 임권택을 말하다>도 현재 절판 상태다. =결국 사람이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책 이야기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이후 정성일, 허문영 평론가를 차례로 만나면서 이런저런 제안을 했다. <임권택이 임권택을 말하다> 역시 책이 나온 2003년 이후 시간이 많이 흐른 만큼 인터뷰를 더해 복간할 필요를 느꼈다. 영화 쪽 전문가는 아니지만 책으로 영화에 접근하는 가장 효과적인 통로는 결국 인터뷰 방식인 것 같다. 최종적으로 임권택 감독은 정성일 평론가가, 홍상수 감독은 허문영 평론가가, 박찬욱 감독은 김영진 평론가가 인터뷰하는 중장기적인 라인업이 나왔다. 계약도 하고 2008년부터 인터뷰도 꽤 진행했는데 워낙 장기 프로젝트인 데다 다들 일정이 바쁘셔서 진척이 느리다. 계속 영화를 찍고 있으니 어느 시점을 끊어내 정리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세속적 영화, 세속적 비평>

<영화사회학>

-활동 중인 감독들의 인터뷰집은 정리 시점을 정하기 쉽지 않다. =며칠 전에도 정성일 평론가와 통화했다. 임권택 감독님은 신작 <화장>을 찍고 계시고 정성일 평론가는 또 그걸 다큐멘터리로 찍고 있으니, 이것까지 마치고 정리하자고 하더라. 홍상수 감독도 1년에 몇편씩 영화를 찍는데 찍을 때마다 허문영 평론가가 이 영화까지는 들어가야 한다고 하셔서. 인터뷰 정리하게 잠시 멈추라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웃음) 출판 입장에서는 어느 시점에서 끊어서 시작이라도 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감독론, 작가론이라는 게 기획자가 임의로 잘라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때를 기다리는 것도 작업의 연장이다.

-허문영 평론가의 <세속적 영화, 세속적 비평>도 재밌게 읽었다. =글이 워낙 좋으니 반응도 무척 좋았다. 그런데 처음엔 허문영 평론가가 의외로 완강하게 거절해서 엄청난 설득이 필요했다. 문학쪽은 시스템이 짜여 있어 일정 시기가 되면 계간지에 쓴 글을 모아 비평집을 내는 게 자연스럽다. 그런데 영화비평쪽은 아직 그런 과정이 익숙지 않은 것 같다. 책을 낸다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니다. 기발한 기획보다 좋은 글이 우선이다. 개인적으로 한국 영화비평의 수준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좋은 글들이 많은데 평론가들은 다들 수줍다. (웃음) 영화에세이나 비평집 모두 대중적인 인문서로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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