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대런 애로노프스키 / 출연 러셀 크로, 제니퍼 코넬리, 에마 왓슨, 로건 레먼, 앤서니 홉킨스 / 개봉 3월20일
심판의 날이 다가왔다. “신께서 인간의 죄악을 보고 한탄하사 ‘내가 그들을 땅과 함께 멸하리라’ 하시니라”라는 창세기의 이야기로 유명한 ‘노아의 방주’는, 타락한 인간 전부를 파멸시키고 새로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신의 결심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창세기가 묘사하길 “의인이요, 하나님과 동행했던” 500살의 노아가 바로 신의 명을 받들어 방주를 만들기 시작한다. 대런 애로노프스키의 <노아>의 기본 설정은 일단 그 창세기에 바탕을 뒀다. 타락한 인간 세상에서 신의 계시를 받은 유일한 인물 노아(러셀 크로)가 대홍수로부터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거대한 방주를 짓기 시작한다. 방주에 탈 수 있는 이는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의 암수 한쌍, 그리고 노아의 가족뿐이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노아의 방주를 조롱하기 시작하고 가족들간에 의견 대립마저 생긴다. 그럼에도 그는 방주를 포기할 수 없고, 시시각각 대홍수의 기운이 엄습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대런 애로노프스키는 ‘노아의 방주’라는 기본 설정을 제외하고는 거의 판타지에 가깝게 자유로운 상상력을 펼쳤다. 실제로 오래전부터 노아라는 인물에 매료된 그는 그래픽 노블 <노아>를 출간하기도 했기에, 그는 창세기와 무관하게 일종의 원작자이기도 한 셈이다. 방주를 두고 노아와 대립하는 군대는 물론 기존에 없던 캐릭터와 크리처들이 출몰한다(스티브 카렐이 노아로 출연한, 코믹한 현대판 ‘노아의 방주’ <에반 올마이티>의 특수효과를 담당했던 ILM이 <노아>에도 참여했다). 그 안에 조물주와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노아의 깊은 번민이 자리한다. 그래서일까, 앞서 종교 관계자들을 초청하여 내부 시사를 가진 파라마운트쪽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노아의 방주 이야기와 사뭇 다른 내용에 난색을 표하며 감독에게 일부 재편집을 요구하기도 했다. 물론 최종적으로 감독의 편집권에 왈가왈부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그럴수록 호기심만 더욱 증폭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앤서니 홉킨스 외에 닉 놀테, 프랭크 란젤라, 레이 윈스턴 같은 쟁쟁한 배우들의 정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대런 애로노프스키는 노아의 방주를 ‘절대반지’라고 여겨도 무방한, 자기만의 판타지 장르를 만들고자 했을 것이다.
관전 포인트
무엇보다 창세기에 “비가 40일 동안이나 밤낮으로 내려 인류 전체가 물에 빠져 죽었다”라고 기록된 대홍수의 스펙터클이다. 이후 물은 150일 동안이나 빠지지 않았고 방주는 아라라트산에 이르렀다. 육지의 존재를 알아보기 위해 비둘기를 띄웠지만 소득 없이 돌아왔을 뿐이다. 이 이야기는 인류 역사상 최초, 최대 재난의 스펙터클이다. 재난영화의 오랜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신성한 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