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있다. 예술인복지법상 ‘예술인복지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조직이다. 뭘 하나 봤더니, 산재보험 지원, 긴급의료비 지원, 실태조사 이런 것들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활동을 위해서는 예술경력증명이 필수이다. 이 예술경력증명이 재미있다.
일단 영화도 예술인가? 그렇다. “문학/미술/사진/건축/음악/국악/무용/연극/영화/연예”, 이렇게 해당된다. 그럼 만화는? 드라마는? 다큐멘터리는? 여전히 예술의 장벽은 높다. 연예도 예술인데, 그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종사자는 예술인이 아니란 얘기다. 일단 영화는 해당되니까 넘어가자.
영화제작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은 예술인인가? 일단은 그렇다. “창작, 실연, 그와 관련된 기술지원 및 기획”이니까. 단 “예술활동을 ‘업’(業)으로 하는 예술인”이어야 한다. 웨딩 촬영을 본업으로 영위하고 부업으로 촬영팀에서 일하는 건? 분장팀은 예술인인가? 이게 기술지원에 해당하나? 등등등. 잘 모르겠다면? 그래서 그걸 심사하는 심사위원회가 따로 있다.
그럼 이제 다 된 건가? 아니다. 그걸 증명해야 한다. “육안으로 식별 가능해야” 한다. 물론 영화는 시각예술인데, 당연히 육안으로 식별 가능하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포털사이트 영화/방송/모델 정보 검색결과 스크린 캡처(URL 주소 포함), 주최/제작기관확인서 증빙으로 대처 가능, 온라인 시나리오마켓 등록실적 미해당”이 영화에 대한 경력증명 방식이다. 오, 위대한 포털이라니. 이제 포털사이트에 이름이 올라가야만 영화인이 된다. 재밌는 건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마켓에 아무리 시나리오를 올려봐야 영화시나리오작가라는 예술증명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려면 출판을 해야 한다.
더욱이 기준도 엄격하다. 영화 예술인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배우는 최근 3년 내 3편 이상 출연, 감독은 최근 3년 내 1편 이상 연출해야 하며, 최근 3년 동안 3편 이상의 비평이나 비평집을 출간해야 평론가, 최근 3년 내 3편 이상의 영화에 기술지원인력이나 기획인력으로 참여해야 스탭, PD가 될 수 있다. 최근 3년 내 1편만 했으면 당연히 탈락이다. 배우도 아니고, 감독도 아니고, 스탭도 아니다. 모두 자문해보자. 우리 모두 영화 예술인인지.
참, 계약서는 이 모든 상황의 증거물로 인정된다. 꼭 계약서 쓰고 챙겨놓으시라. 두 번째 참, <씨네21>은 항의해야 한다. 왜 <씨네21> URL은 경력증명 증거가 되지 못하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