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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FF 37.5] “애니메이터는 연기자다”
사진 최성열김소희(영화평론가) 2014-03-07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김창수 작화감독

Filmography

작화감독, 레이아웃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2014) 원화, 캐릭터 디자인 <돼지의 왕>(2011) 원화, 레이아웃 <마법천자문: 대마왕의 부활을 막아라>(2010) <무림일검의 사생활>(2007) <천년여우 여우비>(2006) 원화감독 <사랑은 단백질>(2008)

“작화감독으로서 어떤 일을 했느냐”라는 질문에 김창수 감독은 곤란해했다. ‘지금이 아니면 안돼’와 같은 소규모 제작사에서 서로의 업무를 명확히 가르는 것은, 관객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각각의 스탭들의 몫을 가르는 것만큼 어렵다. “물론 최초의 구상과 아이디어는 장형윤 감독의 머리에서 나왔지만, 작업과정에서 스탭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감독의 스타일상 내 입김이 들어간 부분이 어디까지인지 짚어서 말하기는 어렵다”고 김창수 감독은 말한다.

그 대신 김 감독이 건넨 “애니메이터는 연기자다”라는 말은 작화감독을 포함한 범애니메이션 스탭의 존재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힌트다. 애니메이터들은 말하자면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에서 경천의 탈을 쓴 얼룩소 같은 사람들이다. “눈동자의 모양이나 머리카락의 개수 등에 따라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에 서로간의 그림을 맞춰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 어떤 작업보다 스탭간의 소통이 중요함을 짐작할 수 있다.

김창수 감독이 작화감독의 자질로 “좋은 마스크(그림 실력), 열정, 관찰력”이라는 요소 뒤에 “감수성”을 빼놓지 않는 것도 바로 애니메이터는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우 중에도 액션 연기를 잘하는 배우, 멜로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있듯이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은 액션은 잘 그리는데, 멜로 장면에 약한 사람도 있다.” 부족한 부분은 음악의 도움을 얻기도 한다. “작업할 때 귀에 항상 이어폰을 꽂고 있다. 감정 장면을 그릴 때는 슬픈 음악을, 액션 장면을 그릴 때는 신나는 음악을 듣는 식인데 신기하게 그림에 반영된다.” 캐릭터의 뒤에서 ‘함께 연기한’ 김창수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경천과 일호의 옥상 키스 신이다. “일호가 가려다가 다시 와서 키스하지 않나. 그때 호흡이 좋았다. 음악과도 잘 맞았고. 그 부분에서 가슴을 치는 무언가가 있더라.”

김창수 감독은 최초 구상 시기를 제외한 3년 반 동안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작업을 함께했다. 김 감독은 그간의 시간에 대해 “매 순간이 위기였다”고 회상한다. 지원을 받지 못하면 제작이 중단되는 상황을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 작업에 참여하면서 뼈저리게 경험했던 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감독이 “불안정한” 2D 창작애니메이션 작업을 계속하는 이유는 “내가 들어갈 수 있는 빈 공간이 많아서”다. 그는 이 빈 공간에서 최상의 연기를 펼치기 위해 “가는 선과 두꺼운 선을 오가는 연필의 미세한 농도”를 감지하며 연필을 돌린다. 물론 움직임을 테스트하는 작업 등에서 3D가 쓰이지만, “2D만의 ‘감성’은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는 “잡지 <소년챔프>의 만화공모전에 응모했다가 한 만화가의 눈에 띄어서” 처음 작화를 시작하게 됐다. 근 20년을 그려온 그이지만 “언제까지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여전하다. 작업의 고됨에 비해 알아주는 사람이 적다는 것도 늘 아쉽다. “거의 모든 작업에 관여하고 시간을 쏟지만, 나중에 개봉하고 완성됐을 때는 주변으로 밀리는 기분이다. 결국, 크레딧에만 남는 건데, 이것은 자기 작품을 하지 않는 이상 숙명 같은 거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자기 작품을 하려는지도 모른다.” 그는 현재 단편애니메이션을 준비 중이다. ‘죽음’에 관한 애니메이션이라니 기대된다. “(완성되면) 그때 다시 한번 인터뷰하자”고 말하며 그가 웃었다.

휴지로 만든 마법사 멀린 초안

앗, 휴지… 아니, 멀린이다! 김창수 감독이 싱긋 웃으며 꺼내놓은 비장의 무기는 마법사 멀린의 실제 캐릭터다. 이것은 박지연 조감독의 작품이라고. 이거 스타의 ‘쌩얼’을 목격한 기분이다. “알고 보니 너, 되게 친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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