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영화 스탭들을 위한 표준근로계약서가 의무화될 것 같다. 지난 1월22일자로 새누리당 박창식 의원은 ‘표준임금지침’을 의무화하는 영화및비디오물의진흥에관한법률(이하 영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의 내용은 놀라울 정도로 혁신적이다. 처음으로 영화근로자와 이들의 대표단체로서 영화근로자조합이 법적 정의를 획득했고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영화업자단체, 영화근로자조합으로 구성된 노사정협의회도 법적인 지위를 얻었다. 또 이 노사정협의회를 통해 문화관광부는 표준임금지침을 마련해야 하고 업계는 이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렇게 부르짖던 표준근로계약서 의무화인 것이다. 이를 지킬 경우에는 각종 정부 지원에서 우대 혜택을 받게 되지만, 어길 경우에는 투자조합을 비롯하여 모든 공적기금이 투여되는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서 배제된다. 뿐만 아니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도 처해진다. 또 모든 영화업자는 스탭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임금, 근로시간, 그 밖의 근로조건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하고 이를 어길 경우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스탭 근로계약을 허투루 봤다가는 패가망신할 수준이다. 놀랍지 아니한가.
2011년 5월에 영진위가 영화스탭 표준근로계약서를 발표했지만, 이를 적용한 영화는 2월13일 개봉한 <관능의 법칙>이 처음이라고 한다. 때문에 이것은 명필름만이 할 수 있는 결정이고, 전 감독조합 대표로 스탭 처우개선에 관심이 높았던 권칠인 감독이기에 할 수 있었던 프로젝트라는 칭송을 받고 있다. 모두가 영화 스탭의 근로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떠들어댔지만, 현실에서는 지켜지지 못했던 것이다. 제작사들은 ‘여유 있는 제작사나 할 수 있지’라거나 ‘투자사가 안 받아줘서 못해’라는 식으로, 스탭들은 ‘제작사가 안 해준다는 데 어쩌겠어’라는 변명으로 표준계약서 따위는 남의 일로 치부했던 게 사실이다. 이런 영화계 현실 때문에 표준계약서에 대한 의무화, 법제화 요구는 거세졌고, 공정위 표준약관 지정이나 문화관광부 고시 등의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되기는 했지만, 결국은 이런저런 핑계와 함께 3년 가까운 시간이 아무런 성과 없이 지나왔다.
이 와중에 나온 이번 영비법 개정안은 지금까지 실체 없는 논의만 반복했던 모두를 무색하게 한다. 과거에 관련된 논의에 참여했던 사람 중 한명으로서, 한편으로 부끄럽고 한편으로 감사하다. 법이 통과되고 나면 제작가협회, 영화산업노조, 영진위가 함께 운영 중인 영화산업협력위원회를 법이 명시한 노사정위원회로 전환하고, 이 영화산업협력위를 통해 2011년에 마련된 영화 표준근로계약서를 새로운 표준임금지침으로 전환할 수 있다. 실행을 위한 준비는 갖춰져 있다. 이 개정안이 무사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