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스럽게도 우리는 ‘TV는 내 친구’라는 생각이 부끄럽지 않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 물론 입 밖으로 꺼내는 데는 일정한 용기와 그에 상응하는 눈칫밥이 따르겠지만 분명 오늘날 TV 콘텐츠는 지식을 제거한 바보상자가 아닌 정서를 교감하는 친구로 다가왔다. 특히 우리나라의 예능 프로그램들은 리얼 버라이어티부터 관찰형 예능으로 발전하는 과정 속에서 사적인 정서를 향유하는 콘텐츠로 진화했다. 카메라 속 세상과 일상의 경계는 점점 가까워졌고 일상과의 교감은 TV 콘텐츠의 성패를 가늠하는 기준이 됐다. 재미의 뜻도 달라져 웃음과 함께 정서적 공감대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했다. 비록 명절 연휴 내내 TV 앞에 앉아 있더라도 자책할 필요가 없어졌다.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힐링인 것이다.
일상성이 화두가 되자 MBC의 <나 혼자 산다>와 같은 예능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싱글턴의 정수를 파고들기보단 여성의 시각에서 싱글남의 라이프를 전시하는 데 그친다. 정확히 말하면 <나 혼자 산다> 등이 내세우는 공감대와 소통은 안타까움과 귀여움 같은 모성애를 기반으로 한 정서와 연예인의 삶을 엿보는 재미의 결합이다. 일상과의 교감을 찾긴 했지만 연애든 뭐든 곱씹고 포장해서 내놓는 단계까지는 아직 발전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긴 연휴 기간 마음속 깊이 소통하고픈 진정한 친구를 만나고 싶은 이들에겐 5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커뮤니티>를 추천한다. 구제가 시급한 중퇴생들, 이혼한 중년들, 생각만 의욕적인 노인네들과 같이 각양각색의 싱글턴들이 그린데일 커뮤니티칼리지(학부대학이자 평생교육기관)에서 다시 한번 캠퍼스 라이프를 펼친다. 중요한 건 시즌4에서 해고당했던 이 시리즈의 창작자 겸 작가 댄 하먼이 돌아왔다는 점이다.
영미권에서 싱글턴은 코미디를 위한 최적의 설정이다. <빅뱅이론>이나 <고 온> <투 브로크 걸스>, 영국의 <미란다>와 같은 코미디 시트콤들은 공통적으로 루저들의 공동체를 다룬다. 웃음 속에 새로운 관계망, 즉 유사가족의 가능성에 대한 환상과 낙관이라는 따스함이 스며들어 있다. 거창하게 말하면 연대, 소소하게 말하면 사교에 관한 이야기다. 가족이 해체된 시대에 맞는 대안공동체의 가능성에 대한 타진이다.
한편, 어디에나 꼭 싱글라이프의 해피엔딩을 연애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만약 당신이 여성이고, 로맨스가 필요하다면 지난해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라스트 신데렐라>를 추천한다. 연애나 외모에 대한 관심을 잃고 남성화되어가는 30~40대 일본 싱글여성을 지칭하는 ‘아저씨녀’의 로맨스를 다룬 드라마로, 2007년 <호타루의 빛>의 ‘건어물녀’의 최신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염려되어 덧붙이자면 TV와 좋은 시간을 보내놓고 본인의 연애 불능을 싱글라이프 때문이라고 착각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