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윈 엡스는 상당히 잔인한 인물이다. 연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연기하며 에드윈을 정당화하려고 하진 않았다. 그의 행동에 동기를 부여하고 이해를 추구했을 뿐이다. 에드윈의 잔인한 행동이 어디에 근본적인 뿌리를 두고 있는지. 두려움과 부족함, 불안감 등 내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연기했다. 에드윈은 부인이 아닌 여자 노예를 사랑하지만, 이 무지한 남자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조차 없다. 이처럼 에드윈에게서 지극히 인간적인 단점을 찾아내는 것에 집중했다. 관객이 그를 보며 아주 잠깐이라도 인간적인 면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모든 인간이 결국은 연결돼 있는 것 아닌가. 모두가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단순히 1차원적인 악역보다는, 입체적이며 때로는 바보 같아 우습기조차 한 인물이 흉포한 일을 저질렀을때 그 충격은 더할 것이라고 본다.
-왜 스티브 매퀸과 자주 작품을 하는가. =단순하다. 그를 사랑한다. 스티브는 <헝거>로 내 인생을 바꿔주었다. 그와 일을 하면 늘 즐겁고, 그는 나에게서 최고의 연기를 꺼내준다. 흥분되고, 즐겁고, 두렵기도 하지만 함께하는 모험이기 때문에 좋다. 영화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준 사람이고, 내가 준비되었을 때 나에게 기회를 준 사람이다. 동시에 함께 작업하기 무척 편한 사람이고, 그의 모든 작품에서 함께한 숀 바벳(촬영감독) 역시 매우 호흡이 잘 맞는다. 그런 케미스트리는 억지로 만들어낼 수 없다. 친구나 연인처럼. 스티브하고는 자주 전화하고, 런던에 있으면 저녁식사도 함께한다.
-만약 다음 작품에서 스티브가 당신을 캐스팅하지 않는다면. =실망할 것 같다. (웃음) 하지만 동시에 이해도 할 것 같다. 캐릭터에 내가 맞지 않는다면 억지로 쓸 수는 없으니까. 나도 스티브도 그런 선택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작품의 경우, 시나리오가 너무 아름다웠고 마지막 장면에선 눈물이 나더라. 스티브에게 하루라도 좋고 이틀이라도 좋으니 아무 역할이라도 시켜달라고 했지. 그러면서 속으로는 은근히 에드윈을 시켜줬으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