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자의 영화 투자금 횡령이라는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사기극으로 제작이 중단됐던 <하이프네이션>은 <하이프네이션: 힙합사기꾼>이라는 이름을 달고 4년 만에 새로 태어났다. 기존 배우들과 스탭들은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에 이 영화와 연을 끊었지만 대니얼 신은 끝까지 남아 영화를 마무리했다. 95년 유채영과 함께 혼성그룹 US로 데뷔하고 업타운의 객원멤버로 활동했던 그 대니얼 신이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끼를 펼쳐 각본, 편집, 음악 그리고 주연까지 맡았다. 이 영화를 완성해내는 것이 제이슨 리에 대한 가장 통쾌한 복수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그를 만나 이번 영화에 대한 뒷이야기를 물었다.
-기존 프로젝트였던 <하이프네이션>부터 참여했다. =사기꾼 제작자 제이슨 리와 친구로 지냈었다. 당시 주연급 조연과 음악 프로듀서직을 약속받기도 했다. 하지만 공범으로 오해하지는 말아 달라. 제이슨 리는 내 인맥을 이용해 사기를 친 것이고 결국 나에게도 사기를 쳤다. 나도 피해자다.
-수상한 낌새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나. =그걸 알면 내가 가만히 있었겠나. 나중에 생각해보니 의심 가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었는데 거기에 속아 넘어간 나나 투자자나 모두 바보였다.
-결과적으로는 전보다 더 많은 역할을 맡았다. =이 사기극에 대한 이야기로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왔다. 이 모든 과정이나 제이슨 리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누구겠나. 바로 나다. 이 영화에 내가 빠질 수 없겠더라. (웃음) 기존 멤버들에게 영화를 새로 시작하자고 연락했더니 대부분 거절했다. 그들의 마음이 이해는 되지만 거절을 거듭 당하다보니 오기가 생기더라. 그 오기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기로 결심했다.
-애드리브 분량이 꽤 된다. 랩 배틀의 영향인가. =맞다. 힙합 문화 속에는 서로 까불고 약 올리고 장난치는 부분이 있는데 무조건 내뱉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타이밍을 파악해 치고 빠지는 기술도 중요하다. 연기도 결국 타이밍이잖나. 프리스타일 랩을 하듯이 즐기면서 했다. 한번은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장난으로 대사 연습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감독이 컷을 외치더라. 편집실에서 감독이 그 테이크를 최종본에 넣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동안 음반 활동이 없어 궁금했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한번에 쏟아냈다. =한국에서의 활동이 없었던 것뿐이지 미국에서는 꾸준히 작업을 해왔다. 음악영화나 춤영화는 미리 곡을 만들어놓고 촬영을 하는데 기존 프로젝트가 워낙에 엉망이었던지라 미리 찍어둔 촬영분에 대한 음악이 없었다. 이번 영화는 반대로 춤 장면을 보면서 음악을 만들었다. 최대한 즐기면서 하려고 노력했지만 기존 방식과는 반대로 작업하느라 힘들었다.
-그래도 의미 있는 작업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무엇보다 열정과 욕심이 가장 큰 동기로 작용했다. 내 맘대로 이것저것 해볼 수 있는 영화를 언제 또 만나겠나.
-박재범이 나오는 영화인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다. =(박)재범이의 10대 팬들은 부가판권시장을 통해 구해보지 않을까. (웃음) 센 척하기 위해 ‘19금’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 욕설이나 거친 표현들을 자제해줄 수 있겠냐는 제작사쪽의 요청이 있었으나 힙합 문화에서 자연스러운 표현을 추구하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
-이 영화는 1월9일 개봉한 <배틀 오브 비보이>와 맞붙어야 한다. =자신 있다. 하지만 그들도 잘되길 바란다. 힙합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작품이라면 다 잘돼야 한다.
-당신의 음악은 언제쯤 다시 접할 수 있을까. =걱정 마시라. 곧 컴백한다. 이번 영화 삽입곡 중에 크라운 제이와 함께 작업한 <먹고 자고 싸고>라는 곡이 있다. ‘신 시티’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팀을 결성해 2월 중순경 앨범 발매를 준비하고 있다. 왜 신 시티냐고? 여기저기 살아봤는데 서울만큼 악한 도시가 또 없더라. (웃음) 음, 다음 영화에 대한 계획은 아직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