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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드러내는 신에서 더 벌거벗었다고 느꼈다”

아델 엑사르코풀로스 인터뷰

젊고 무명이었던 아델 엑사르코풀로스는 본명을 제목으로 내건 작품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함에 따라 기대치 않았던 화려한 데뷔를 했다. 그녀는 성정체성에 확신이 없던 어린 날에 동성과 첫사랑에 빠지고 그 뒤로 격렬한 성장통을 겪는 인물 아델을 사실적으로 연기해 극찬을 받았다. 감독이 레몬 타르트를 먹는 그녀의 입을 보고서, 먹는 장면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이 영화의 주인공에 캐스팅하기로 결정했다고 고백할 정도로 매력적인 입매의 미소를 가진 그녀는 시종일관 당당하고 열린 태도로 기자들을 대했다. 소극적인 영화 속 아델과 달리 배우로서의 인생을 적극적으로 개척해나가고자 하는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레즈비언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레즈비언의 사랑이 아니라 그냥 사랑 이야기로 여기고 접근했기 때문에 딱히 미리 무언가를 준비하지는 않았다. 이 영화는 어떻게 한 사람이 우리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해 얘기한다. 그게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두렵지 않았나. 그것이야말로 진정 ‘알몸’ 상태인데. =물론이다. 섹스 신보다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을 연기할 때 더욱더 벌거벗었다고 느꼈다. 압델라티프는 많은 부분에서 즉흥연기를 시켰다. 즉흥으로 연기하면서 실제로 경험하고 상황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반복됐고, 그 과정이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매번 많은 시도를 했다. ‘이다음엔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고’ 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런 장면을 찍을건데, 네가 원한다면 키스를 해도 되지만 느낌이 오지 않는다면 하지 마라’ 하는 식이었다.

-영화에는 아델이 음식을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정말 힘들었다. 남자친구와 케밥을 먹는 장면은 아침 8시부터 시작해 18번을 찍었는데, 그때마다 매번 새로운 케밥을 먹어야 했다. 굴을 먹는 장면은 내가 실제로 굴을 안 좋아하는 것을 알고 감독이 일부러 선택한 것이고. 스파게티 장면은, 처음엔 다들 배가 고파 좋아하며 먹었지만 결국 밤새 스파게티를 먹어야 했다.

-섹스 신은 어땠나. =처음엔 즐기면서 서로의 움직임을 알아가는 과정이 있었고, 보호장비도 착용했기 때문에 재미있게 연기를 즐길 수 있었다. 알몸 역시 또 하나의 분장 상태라고 스스로 되뇌이며 촬영에 임했다. 힘들었던 건 섹스 신 자체가 아니었다. 다른 모든 장면들처럼, 너무 오랫동안 촬영이 계속되다 보니 어느 순간 옷을 챙겨입고 나가고 싶어지더라. 사람들 앞에서 알몸 상태로 있기가 싫어지는 거다. 섹스 신은 일종의 보디랭귀지이고, 안무가 짜여져 있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의 감각으로 해내야 한다. 가끔은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들었다.

-사람들이 러브신에만 지나치게 집중한다고 생각하진 않나. =영화가 공개된 뒤 다양한 반응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사람들이 러브신에 대해 얘기하고 물어볼 것이라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학교에서의 장면, 가족과의 장면이나 다를 바 없이 러브신을 찍는 게 감독의 선택이었고, 두 인물(아델과 엠마)의 관계가 얼마나 유기적인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러브신은 중요했다.

-영화를 본 친지의 반응은 어땠나. =가족은 영화를 존중하며 받아들였다. 그들은 이 장면들(섹스 신)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들이다.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딱히 말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영화이고 연기일 뿐이니까. 누군가가 이것을 진짜로 받아들인다면 그것 역시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아주 잘해냈다는 뜻이니까. 모두들 나에게 그러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나는 아빠를 칸영화제에 초대했다. 이렇게 의미 있는 자리에 설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오세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다 가짜예요”라고 아빠한테 말했다.

-레즈비언 사회의 아이콘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레즈비언 이야기라기보다 그저 사랑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사랑과 섹스를 이야기하면서 인간의 감정을 논하는 데에 폭력적인 토론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다. 내게 현실 참여라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의 주인공으로 경력을 쌓게 됐다. 최정상에서 시작하는 것이 두렵진 않은가. =그렇기도 한데, 뭐 멋지다. (웃음) 마지막에서 시작하는 기분도 들고. 물론 배워야 할 것도, 해야 할 일도 많아서 부담도 느낀다. 황금종려상을 받았으니 앞으로 더 잘해야 하고, 작품 선택도 신중히 해야 하고, 좋은 사람들과 일해야 하고…. 마치 실수할 권리를 잃어버린 것 같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데도.

-앞으로의 계획은. =배우 사라 포레스티에의 첫 연출작에 주연을 맡았다. 그녀 역시 압델라티프의 배우이기 때문에 이 상황이 좀 재밌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어렸을 때 압델라티프의 영화에 출연했다. 사라 포레스티에의 영화에선 말을 더듬는 사람을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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