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아무도 압델라티프처럼 영화를 찍지 않는다”

레아 세이두 인터뷰

엠마는 빛나는 파란 머리를 하고 한순간에 아델의 마음을 훔친다. 그리고 영화 내내, 가장 따뜻한 색깔인 블루는 ‘아델의 삶’을 지배한다. 레아 세이두는 이 매력적인 레즈비언 예술가 엠마 역을 맡아 만남에서 헤어짐에 이르는 어느 사랑의 궤적을 열정적으로 표현했다. 현재 프랑스 영화계에서 가장 바쁜 배우 중 하나인 그녀는 그러나 지난해 칸영화제 수상 직후 “감독의 요구 사항은 상식을 넘어서는 정도였고 촬영은 심리적 고문에 가까웠다”라고 창작 과정의 어려움을 폭로했다. 레아 세이두는 당당한 야심가 엠마와 상반되는 다소 소극적인 자세로 기자들을 맞이했다. 감독과의 불화를 둘러싼 논란을 의식한 듯 시종일관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조용한 어투에는 뼈가 숨어 있었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압델라티프 케시시가 아주 훌륭한 감독이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일한 모든 배우들은 항상 작품에 깊이 몰입한다. 나는 영화를 통해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아주 멀리 나아가는 경험을 하고 싶었다.

-동성애에 대한 영화라는 인상을 크게 받지는 않았다. =동성애보다 사회적 배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물들이 각기 다른 출신 배경을 가졌다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조금 유감인 점은, 원작에서는 출신 배경을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런데 압델라티프가 사회적인 문제로 이야기를 바꾸었다. 그 결과에 조금 실망했다.

-어떤 장면이 가장 연기하기 어려웠나. =모든 장면이 힘들었다. 하나의 신을 찍는 데 며칠씩 할애하곤 했다. 심지어 길을 건너는 장면을 찍는 데도 10시간이 걸렸다. 그냥 길을 건너는 건데도! 모든 촬영이 이런 식으로 이루어졌다.

-새로운 방식이었고 경험이었겠다. =압델라티프는 유일무이하다. 누구도 그처럼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지금의 영화에 만족하는가. =물론 만족한다. 무척 아름답고 강렬한 영화다. 하지만 완전히 객관적인 마음으로 이 영화를 볼 수는 없다.

-대개는 남성의 시각으로 혹은 비현실적으로 레즈비언 섹스 신을 찍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에선 제대로 된 레즈비언 섹스 신을 보여준다. =당신이 보기에 섹스 신이 현실적이었나.

-그랬다. 사전 조사를 하거나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었나. =그러지는 않았다. 다만 압델라티프가 트리바디즘(tribadisme, 외성기를 마찰시키는 체위)을 하길 원했다. 그래서 우리는 인터넷으로 트리바디즘을 검색했고, 그렇게 했다. (웃음) 그게 다다.

-이렇게 내밀한 영화를 찍기 위해서는 감독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신뢰하는 게 중요한데, 당신은 그러지 않았다. =물론 항상 믿음이 필요하다. 나는 그의 예술을 믿는다. 그는 긴장감을 필요로 하고, 그것이 그의 창조 방식이다.

-힘든 과정 없이, 감독과의 충돌 없이도 이토록 훌륭한 연기가 가능했을까. =아마 가능하지 않았을까. 내 말은, 당연히 (현장이) 편할 수는 없다. 무언가를 탐구하는 일은 결코 편하지만은 않으니까. 내게 연기는 언제나 힘들고 어렵다. 하지만 현장에서 존중은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을 존중하는 건 좋은 일이지 않나.

-칸영화제에서의 수상이 관객을 극장으로 더 불러모으리라고 보나. =한 프랑스 평론가는, 이 영화를 두고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고 말했다. 그 말에 나도 동의한다. 이 영화에는 극도로 모던한 어떤 지점이 있다. 정확하게 현실에 기반해 있다.

-당신과 감독의 불화는 언뜻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를 찍은 뒤 마리아 슈나이더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마리아 슈나이더는 19살에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에 출연하며 올 누드로 섹스신을 찍었다. 이후 이 영화에 출연한 것을 후회한다고 여러 번 공개적으로 밝혔고, 베르톨루치 감독과도 인연을 끊었다.-편집자). 베르톨루치 감독은 슈나이더가 죽었을 때,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조금 다르긴 하다.

-본능적으로 연기하는 편인가,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편인가. =의미를 찾을 수 있을 때가 좋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인물의 여정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을 선호한다. 주제라든지 감정이라든지.

-엠마의 여정은 어땠나. =이번엔 처음으로 잘 모른 채 연기했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분량을 찍었다. 테이크도 많이 갔고. 그런데 감독은 그중 오직 20%만 사용했고 80%는 덜어내버렸다. 관점 자체를 가질 수가 없었다.

-당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큰 위험을 감수해야 했던 경험이 아니었나 싶은데. =배우라면 언제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편안함을 찾는 것보다 위대한 영화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압델라티프와 일하는 것은 스스로 무척 원했던 일이다. 힘들었지만, 마리아 슈나이더의 끔찍한 이야기와는 확실히 다르다.

-다음번에 또 레즈비언 영화 제의가 들어온다면 하겠는가. =감독이 누구냐에 달려 있다. 감독이 우선이고 스토리는 그다음이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