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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랑루즈 S.E
2002-02-21

DVD메인과단신

Moulin Rouge S.E 2001년, 감독 바즈 루어만 자막 영어, 한국어, 타이어, 중국어 오디오 DD 5.1, D, DTS (서플먼트 DD 2.0) 화면포맷 아나모픽 2.35:1(서플먼트 1.33:1) 지역코드 3 출시사 폭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바즈 루어만 감독의 팬이 아니다. 왜냐하면 관심가는 감독에게 나타나는 ‘맹목적 띄워주기’나 ‘아무런 이슈없이 자주 생각나기’ 증세가 그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작품에 대해서만은 ‘포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사족을 못쓰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모순에 대해 굳이 해석을 달자면, 그가 다루는 진부하다 못해 닭살이 마구 돋는 스토리 라인에는 상당한 거부반응을 일으키면서도 그가 만들어내는 화려한 시각의 대향연에는 바로 항복해버리는 나의 취향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그런 상황이니 <물랑루즈>의 DVD가, 그것도 S.E로 출시된다는 정보를 접하고는 출시날짜를 손꼽아 기다릴 수밖에.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다가 미리 만나본 <물랑루즈 S.E>는,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뛰어난 케이스 디자인만으로도 나를 단번에 함락시켰다. 붉은 풍차, 붉은 휘장 그리고 니콜 키드먼의 붉은 드레스까지 정확하게 강조된 이미지의 폭포 앞에서 잠시 혼이 나갈 정도. 또한 사소한 부분일 수 있지만, 디스크를 꼽아두는 부분을 투명한 제품으로 사용해 바닥에 깔려 있는 또다른 화려한 이미지들까지 즐길 수 있게 해준 것도 시각적 즐거움을 배가해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시각적인 즐거움이 비단 케이스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화 자체보다 더 다양하고 흥미로운 서플먼트들이 두 번째 디스크에 담겨져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 가장 보고 싶어했던 춤추는 장면들의 리허설 비디오들은, 온몸을 경직시킬 만큼 강렬한 느낌을 선사한다. 연습복을 대충 걸치고 강하게 스텝을 밟아들어오는 무용수들의 몸놀림을 보는 것은, 완벽하게 세팅된 영화 속의 장면에서 보는 것과는 또다른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소리를 한껏 높여 스피커에서 쏟아지는 강렬한 사운드와 함께 그 일련의 동작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래, 바로 이런 게 DVD 서플먼트의 매력이야!’라는 생각을 떠올릴 수밖에 없을 정도.

이 밖에 <물랑루즈 S.E> DVD에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와 3명의 여성 보컬이 함께 부른 <Lady Marmelade>의 너무나도 섹시한 뮤직비디오와 MTV 뮤직어워드의 현장공연이 삽입되어 있다. 또한 호기심 많은 이들을 위해 메뉴화면 속에 여러 이스터 에그들을 숨겨놓은 점도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 특히 그중에서도 바즈 루어만 감독의 어이없는 코미디가 등장하는 장면은 꼭 찾아봐야할 만큼 압권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서플먼트가 들어 있는 디스크에는 한글 자막은 물론 영문 자막조차 없다는 사실이다. 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soyoun@hipop.com▶ <물랑루즈>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