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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x cross] 음악을 놓아버리는 게 더 힘들지
이주현 사진 오계옥 2014-01-06

결성 20주년 맞이한 헤비메탈 밴드 디아블로

강준형, 최창록, 장학, 추명교, 김수한(왼쪽부터).

김수한(기타), 추명교(드럼), 장학(보컬), 최창록(기타), 강준형(베이스). 다섯명의 멤버로 구성된 헤비메탈 밴드 디아블로의 2013년은 다이내믹한 한해였다. 우선 디아블로라는 이름을 내걸고 활동을 시작한 지 20년이 되었고(원년 멤버는 김수한, 추명교 두명뿐이다),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밴드 경연대회에 난생처음 출전해 우승을 했고, 디아블로의 음악을 모티브로 게임을 개발했고, 신인 밴드를 지원하기 위한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음악을 하면서 행복하려면 팬, 좋은 음악, 좋은 음악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회사가 필요한데 그 세 가지가 모두 충족된 때가 바로 2013년이었다”고 멤버 최창록은 말했다. 변방의 장르를 꼭 끌어안고서, ‘어떻게 하면 헤비메탈로 대중과 소통할 수 있을까’ 치열하게 고민하던 디아블로를 만났다.

-밴드 결성 20주년을 맞은 올해, 디아블로의 다양한 활동을 볼 수 있었다. =김수한_눈 깜짝할 사이에 1년이 지나간 것 같다. EP앨범 ≪The Keeper Of Souls≫를 냈고, 20주년 공연도 가졌고, 지난해 12월엔 이곳(소속사 코럴브릿지)에 새로 둥지도 틀었다. 추명교_20년 이상 활동한 선배들도 많은데 괜히 우리 스스로 20주년이라고 얘기하는 게 창피하기도 하다. 한편으론 록밴드에 호의적이지 않은 한국의 음악 시장에서 20년을 버틴 게 뿌듯하다. 내년에 더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올 한해 밑그림을 잘 그린 것 같다.

-<미스터 브레이크>라는 모바일게임도 기획하지 않았나. =장학_회사와 함께 게임을 만들었다. 헤비메탈을 듣고 감화된 악마 ‘미스터 브레이커’가 메탈 공연장의 관객을 좀비로부터 구해내는 게임이다. 디아블로의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쓰이고, 캐릭터도 빨간 악마(디아블로) 형상을 하고 있다. 우리의 음악을 좀더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뭘까를 고민하다 게임을 만들게 됐다.

-록밴드 오디션인 ‘레드불 라이브 온 더 로드’에선 후배들을 제치고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추명교_팬들이 우승을 만들어준 거라 생각한다. 눈물나게 고맙더라. 우승 때문이 아니라 팬들의 응원과 지지를 피부로 확인할 수 있어 기뻤다. 최창록_또 우리가 헤비메탈 밴드잖나. 대회에 200여개팀이 출전했는데 그중 헤비메탈팀은 10팀도 안 됐다. 그마저도 초반에 모두 탈락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헤비메탈팀이 우승했다. 헤비메탈이 대중에게 그리 멀기만 한 음악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것 같아 우리에겐 의미 있는 경연대회였다.

-경제적인 어려움, 음악적인 견해 차이 등으로 해체하는 밴드들이 많다. 중간에 멤버 교체는 있었지만 디아블로는 팀의 역사를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중간중간 위기도 있었을 것 같은데. =김수한_우리가 다른 밴드와 달라서 여기까지 온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위기를 극복하고 이겨내는 우리만의 방식이 있었던 것 같다. 현실적인 여건이 힘들어서 음악을 그만두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에겐 음악을 놓아버리는 일이 더 힘들다. 또한 밴드이기 때문에 음악적인 견해는 다양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 음악적 소스를 가져오면 멤버들이 계속 개입해 살을 붙인다. 모든 멤버의 생각을 반영해 곡을 만들기 때문에 작업 속도가 더딘 편이다. 하지만 그렇게 곡 작업을 하면 멤버 모두가 ‘내 노래’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밴드의 막내와 최고 연장자의 나이 차가 띠동갑이 넘는다. 막내로서 형들이 어려운 적은 없었나. =장학_그건 나중에 따로 문자로…. (웃음) 생활하다보면 서로의 나이를 잊게 된다. 디아블로에 합류한 지 4년 좀 넘었는데, 힘들다고 느낀 적이 거의 없다. 관계가 무척 돈독하다. 추명교_힘들 때일수록 서로 팔짱 꽉 끼고 음악에만 집중하려 했던 것 같다. 장학_거의 매일 보는데도 페이스타임(영상통화)을 한다니까. (웃음) 강준형_2012년에 제일 뒤늦게 디아블로에 합류했다. 처음엔 음악적으로도, 비주얼적으로도 포스 강한 형들이랑 안 어울릴 것 같아서 걱정이 좀 많았다. (웃음) 그런데 워낙 잘해주신다. 이젠 가족 같다.

-펀딩21과 함께 ‘디아블로, POWER UP!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오디션을 통해 신인 밴드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처음에는 20주년 기념 공연을 위한 펀딩을 준비했다가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며 지금의 프로젝트를 펀딩21쪽에 먼저 제안했다고 들었다(www.funding21.com에서 프로젝트의 상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장학_이것 역시 대중과의 소통을 고민하다 떠올린 프로젝트다. 우리의 능력 안에서, 후배들에게 도움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더 뜻깊을 것 같았다. 국내에 좋은 밴드들이 정말 많은데 그들에 대한 투자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좋은 신인들이 많이 나오고 소개돼야 우리나라 음악 신이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심사 과정에선 무엇을 중점적으로 볼 생각인가. =추명교_실력보다는 가능성을 먼저 보려 한다. 김수한 사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 우리의 초심을 후배들을 통해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음악에 대한 열정, 그게 중요한 것 같다.

-2014년 디아블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 =장학_상반기에 3집 정규앨범이 나올 예정이고, 2월엔 레드불 우승 혜택으로 홍콩과 대만에서 공연을 하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로드 페스트 공연을 준비할 계획이다.

-3집에 대한 소개를 좀더 자세히 해준다면. =장학_크게 봐선 지난 20년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20년을 준비하는 전환점으로서의 앨범이 될 것 같다. 사실 ‘오늘은 이런 음악을 만들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곡 작업을 하는 게 아니라서 어떤 곡이 3집에 담길 거라고 말하긴 힘들다. 멤버들 각자가 좋아하는 것을 규합하다 보면 그게 곧 우리의 음악, 디아블로의 음악이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