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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 on] 네가 보고 싶은 영화를 알려주마
윤혜지 사진 오계옥 2014-01-02

영화 추천 서비스 ‘왓챠’ 개발한 박태훈 프로그램스 대표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고민은 깊게 실행은 빠르게 회식은 배부르게’. 프로그램스 사무실 곳곳에 걸린 족자 문구의 일부다. 청년사업가들이 모인 회사답게 위트 넘치는 사훈이다. 박태훈 대표는 “영화 뭐 보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없애고 싶어” 왓챠를 개발했다고 한다. 왓챠(WATCHA)는 유저가 직접 매긴 영화의 별점을 모아 유저의 취향을 파악하고 분석해 영화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27명의 직원이 이끌어가는 작은 규모의 사업체지만 나름대로 개발팀, 연구팀, 디자인팀 등 작업을 전문적으로 세분화해 보다 편하고 영리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의외의 재미, 의외의 정보량에 유저도 점점 느는 추세다.

-별점 매기는 재미가 쏠쏠하더라. =평가 과정 자체를 단순하고 재밌게 만들었다. 특히 ‘어? 내가 본 영화인데?’ 하면서 재미를 느끼도록 유저가 봤음직한 영화들이 추천되게 했다. 영화를 모으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게끔 하니 자연히 평가의 정확도도 높아지더라.

-유저의 취향을 분석하는 기준은. =내부에서 개발한 머신러닝 시스템에 의해서다. 기계에 5천만개 이상의 별점을 미리 학습시킨다. 누군가 별점 100개를 매겼다고 하면 기계가 그 평가를 토대로 이 사람이 좋아할 만한 영화와 예상별점을 짐작해 알려준다. 예상별점은 이 사람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유저의 별점을 모아서 예상치를 만들어낸 점수다. 실시간으로 취향 분석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스크롤을 내릴 때마다 새롭게 이 사람의 취향에 더 가까운 쪽으로 추천영화가 업데이트된다.

-카이스트 전산학과를 휴학 중이다. =곧 자퇴할 생각이다. 대학 다닐 땐 허접한 단편영화도 찍어봤다. 감독의 꿈도 꿨는데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를 보고 좌절했다. 날 놀리는 것 같았다. 처음부터 잘 만들진 않았겠지 싶어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을 찾아봤는데…. (웃음) 입봉이 하늘의 별따기인데 나의 재능은 이것밖에 안 되고….

-그래서 사업쪽으로 눈을 돌렸나. =초반엔 카페에 모여서 일했다. 소셜커머스 쿠폰이 유행할 때라 ‘쿠폰있수다’라는 앱을 만들었는데 잘 안 됐다. 그걸 접고 키워드나 재밌게 본 영화를 입력하면 영화를 추천해주는 엔진을 만들었는데 다들 귀찮아하더라. 몇 차례 더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처럼 정보를 떠먹여주기에 이르렀다. (웃음)

-2011년부터 2013년까지의 영화, 부산국제영화제 수상작 등 추천 분류가 섬세하다. =데이터는 다 수기로 입력했다. 우리끼린 에밀레DB라고 부른다. (웃음) 분류 카테고리도 직접 아이디어를 짜서 손으로 입력했다. 몇번씩 엎어가면서 ‘노가다’처럼 했다.

-영화제 관객이 아니면 모를 법한 별별 영화정보가 다 있더라. =유저의 제보 덕을 상당히 봤다. IMDb엔 있는데 왓챠에 없는 영화면 누군가가 꼭 제보를 해준다. 자기가 봤으니 평가를 내려야 하는데 왓챠에 없으니 답답했겠지.

-언제까지 데이터 입력을 수작업으로 감당할 텐가. <씨네21>과 데이터 제휴를 할 생각은 없나. =지금 영업하러 왔나? (웃음) 사실 알아봤는데 <씨네21> DB는 우리가 사기에 너무 비싸더라. (웃음)

-VOD 서비스업체와 제휴를 맺거나 배급사와 손잡고 타깃시사회도 열었다. =특정 영화를 좋아할 것 같은 타깃층의 왓챠 유저를 모은 자리라서인지 관객만족도와 별점에서 확 차이가 나더라. 우리가 타인의 취향을 꽤 잘 파악한다는 생각을 했다. 또 왓챠 유저의 상당수가 영화 마니아임을 증명한 셈도 됐다.

-앱 자체에 광고가 따로 붙지 않는데 예고편 제공이나 다운로드링크 연결서비스 외에 수익은 어디서 얻나. =타깃시사회 경험을 확장해 타깃캠페인을 하고 있다. 영화가 개봉할 때 그 영화를 좋아할 만한 사람에게만 푸시를 보내거나 좀더 세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소규모더라도 확실한 타깃을 공략하면 광고주는 효율적으로 돈을 쓰는 셈이고, 유저는 양질의 정보를 얻게 된다. 다양성영화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포장에 현혹되지 않고 취향에 맞춰 소비할 만한 콘텐츠를 소비하도록 하는 것이다. 많이 보는 것보다 잘 골라서 보는 게 창작자에게나 관객에게나 더 의미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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