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강아지 그 고양이>는 민병우 감독의 연애사를 그대로 녹여넣은 영화다. 두 남녀가 우연히 키우게 된 강아지와 고양이를 통해 사랑을 쌓는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민병우 감독은 비를 쫄딱 맞은 배고픈 길고양이를 반려묘 ‘나비’로 맞아들였고, 동물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감독의 전 여자친구는 유기견을 키웠다고 한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그 강아지 그 고양이>가 전세계 최초로 극장 개봉한 스마트폰 장편영화라는 사실이다. 민병우 감독을 만나 반려동물 데리고 영화찍기의 고충에 관해, 또 ‘스마트폰영화의 거장’이 되길 꿈꾸는 그의 야심에 대해 들어봤다.
-스마트폰 장편영화로 입봉했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 기르던 고양이를 데리고 찍은 단편 <도둑고양이들>이 1회 olleh국제스마트폰영화제에서 최고상을 탔다. 수상작을 상영하는데 생각보다 화질이 좋더라. 그때 생각했다. 앞으로 누군가는 스마트폰으로 장편영화를 찍겠지? 스타트는 내가 끊어야겠다! 노키아 N8로 찍은 미국 장편영화 <올리브>가 극장 개봉을 안 했으니 내 영화가 전세계 최초다.
-단편 <도둑고양이들>에 이어 또 반려동물을 데리고 영화를 찍었다. =스마트폰이라 세팅 시간이 필요 없어 편했다.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장면도 꽤 된다. 하지만 내가 3년을 지켜본 아이들이라 패턴을 잘 알고 있어서 대부분 시나리오대로 잘 진행됐다. 촬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동물학대가 될 수 있어서 조심했다.
-협소한 공간에서나 밀착 촬영을 할 땐 스마트폰이라 유리했겠다. =촬영도 후반작업도 간편하다. 글은 종이와 펜만 있으면 누구나 쓴다. 스마트폰영화도 마찬가지다. 또 하나의 장점은 기동성이다. 캠코더는 아무리 가볍고 작아도 마음먹고 들고 나가야 뭔가 찍을 수 있지 않나. 스마트폰은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언제든 간편하게 무엇이든 찍을 수 있다.
-카메라가 너무 가벼워 화면이 불안해 보이기도 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무게감이 없어 움직임을 묵직하고 부드럽게 연출하기가 힘들었다. 편집하면서 불안해 보이는 장면은 걷어내고 작은 화면을 키워서 좌우로 움직이거나 줌을 만들어넣는 식으로 화면이동을 다시 연출한 부분도 있다.
-애니메이션은 촬영의 한계 때문에 넣은 건가. =그런 이유도 있다. 동물배우들이 감정연기가 안 되더라. (웃음) 자동차에서 해바라기를 날리는 장면은 원하는 표현을 하기가 기술적으로 힘들어서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했다. 나머지는 계획했던 신들이다. 어릴 적 꿈이 만화가였는데 영화 안에 애니메이션 넣을 생각은 쭉 해왔다.
-촬영과정이 직장인 출퇴근보다 규칙적이었다고. =주5일 촬영이 아침 10시에 시작해 오후 6시면 끝이 났다. 회식도 양껏 하고 스탭계약서도 제대로 쓰고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프로듀서까지 해서 그런지 예산에 손실이 많았다. 10분짜리 단편 만들 때 제작비가 20만원이 들었으니 100분짜리는 200만원으로 해결해야겠다는 바보같은 생각을 했다. 영화제 상금 1천만원이면 넉넉하겠다 싶었는데 총제작비가 2500만원이 들지 않았겠나. 초과된 예산은 집에다 융통을…. (웃음)
-수익금 일부는 유기동물보호소와 스탭복지기금으로 기부한다고 들었다. =만들 때 여기저기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최진욱 위원장님 덕에 배급도 CJ엔터테인먼트가 하게 됐고, 따로 홍보사도 붙었다. olleh국제스마트폰영화제 수상자라서 촬영할 때 KT에서 아이폰도 주고 믹싱과 D.I 지원도 해줬다. 개봉이 잡히니 푸시도 잘해주더라. ollehTV 프로그램 <무비스타소셜클럽>에도 나간다. 개봉 전까지 42회나 방송된다.
-차기작도 스마트폰영화인가. =아니다. 지금은 유세윤을 주인공으로 한 한국형 <오스틴 파워>나 <쟈니 잉글리쉬> 같은 코미디를 구상 중이다. 이번 영화의 개봉 결과를 보고 나서 유세윤쪽과 미팅을 할까 한다. 제작자로서의 꿈도 있는데 스마트폰 영화시장이 얼른 커졌으면 좋겠다. 나름 노하우가 있으니까 LG나 삼성쪽에서 연락이 오지 않을까.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