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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학과]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윤혜지 2013-12-16

다양한 배우 양성시스템을 갖춘 연기학과

배우가 되는 길은 다양하다. 가수도 배우를 하고, 모델도 배우를 한다. 여전히 극단에 들어가 밑바닥부터 차근히 밟아 올라가는 경우가 있고, 눈에 띄는 외모 덕에 우연한 기회로 길거리 캐스팅의 수혜자가 되는 일도 있다. 이렇듯 연기자로 데뷔하기까지는 사실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는 얼마나 오랫동안, 어떤 태도로 연기를 할 수 있느냐다. 연극인의 전통을 지키거나, 독립된 연기 영역을 개척하는 등 각 학교의 연기관련학과들은 ‘좋은 배우’를 양성하기 위한 더 나은 방법론을 꾸준히 모색 중이다.

연극연기의 기본을 착실히 다져오고 있는 학교로는 동국대학교 연극학부, 경기대학교 평생교육원 연기학부가 대표적이다. 동국대학교는 1962년 연극영화과를 개설한 이래 오랫동안 배우의 산실로 여겨져온 만큼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동국대학교의 커리큘럼은 “실질적으로 극단 생활을 하는 것과 진배없을” 정도로 실기수업 비중이 높다. 학교에서 탄탄히 다진 실력은 국내 대학 중 최대 규모, 최고 설비를 갖춘 학내극장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갈고닦는다. 스타니슬랍스키식 연기론을 표방하는 경기대학교 평생교육원은 “연기자가 습득해야 할 모든 교육과정을 완벽히 시스템화했다”고 자부한다. SIA연기과정과 뮤지컬연기과정으로 나뉜 연기학부는 학생들에게 주당 연기실기 52시간, 무대동작 24시간, 무용, 성악, 화술 66시간씩 교육하는 하드트레이닝 기관이기도 하다.

영화 중심 연기론을 강조하는 건국대, 동서대

영화 중심의 연기론을 강조하는 신흥강자들도 있다. 건국대학교 예술학부 영화전공과 동서대학교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이 그 선두주자다. “영화연기만의 고유한 예술성과 독립성이 있다”고 믿는 건국대학교는 연극에서 비롯한 연기론을 일찌감치 접고, 학생들에게 철저히 영화연기만을 가르치는 학교다. 건국대학교 예술학부 영화전공 조성덕 교수는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의 역사를 깊게 연구하면 할수록 그들이 스타를 키우는 데 얼마나 집요했는지를 알게 된다”라며 “좋은 연기자를 탄생시키기 위해선 스스로가 가진 스크린페르소나를 꾸준히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화의 도시 부산에 위치한 동서대학교 임권택영화예술대학 연기과는 “체계적인 배우 양성 교육 시스템”으로 무장했다. 특히 3, 4학년이 되면 대극장 소향뮤지컬씨어터에서 워크숍과 졸업공연을 진행하는 등 몸으로 부딪치며 실전경험을 쌓는 데 집중한다.

연극연기와 영화연기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학교들도 있다. 단국대학교 공연영화학부는 연극전공, 영화전공, 뮤지컬전공으로 학부를 나눴다. 특히 뮤지컬전공은 뮤지컬연기에서 필요로 하는 신체훈련을 필수로 거쳐야 한다. 이후엔 고급연기, 발레, 전통춤, 현대무용 등의 가창과 무용기술을 익히고, 다양한 공연에 참여해 실력을 갈고닦는다. 연극전공과 뮤지컬전공의 학생들은 체육관 지하층 전체를 연습실과 스튜디오로 사용할 수 있다.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도 연극트랙과 영화트랙으로 분리돼 있다. 무엇보다 연극트랙의 신입생들은 기초발성과 화술, 기초신체연기, 뮤지컬기초무용연기, 뮤지컬기초노래 등의 과정으로 기본기를 먼저 다진다. 전통연희, 뮤지컬, 실험극, 노래극, 근대극, 공연제작 등의 심화된 실습 수업은 그 이후의 과정이다. 국민대학교 연극영화과도 연극전공과 영화전공으로 학제를 세분화했을뿐 아니라 학과를 개설할 때부터 해외 각국의 현장 전문가를 초빙해 “시대정신을 갖춘 예술가”를 키워내는 데 골몰해왔다.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 연극영화가 발달한 국가로 진출해 공연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연기관련학과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점은 “입시학원에서 배운 연기에 너무 의존하지 말라는 것”과 “인문학적 소양을 꾸준히 갈고닦아야 한다는 점”이다. 단국대학교 공연영화학부 이대현 교수는 “학원에서 다들 흠 없는 교육, 입시에 안 떨어지는 교육만 받는 것 같다”고 말한다. “너무 정형화된 트레이닝을 받아 끼가 오픈되지 않은 학생들이 간혹 있다. 우린 완벽한 배우를 찾는 게 아니라 키울 만한 재목을 본다. 빈틈이 있더라도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개성 있는 학생이 좋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경기대학교 평생교육원 최태용 교수도 “학원을 다닌 학생을 학교에서 특별히 선호하는 것은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학원에서 “나쁜 연기 습관”을 익혀오면 그 습관을 지우기가 더 힘들기 때문이다. “입시형 연기를 잘한다고 꼭 좋은 점수를 받는 건 아니다. 입시 때는 소리내는 법이나 발성, 태도 등 기본적인 자질만을 테스트할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고전, 좋은 배우의 조건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선 “고전을 가까이 하는 것”이 필수인 듯하다. 동국대학교 연극학부 신영섭 교수는 “책 읽는 습관이 중요하다”며, “희곡은 많이 읽는 데 소설과 시는 안 읽는다. 깊이 있는 사고를 키우기 위해선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읽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건국대학교 조성덕 교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고전영화를 보는 것”이라고 전한다. 그는 요즘의 입시생들이 최근 개봉작만 열심히 보는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점점 영화 안에서 배우의 존재감이 줄고 있다. 세계 4대 영화제에서 최우수연기상을 탄 작품들은 무조건 봐둬야 한다. 아직 체계화돼 있지 않은 영화연기 스타일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조언했다.

근성과 진심은 통한다

연기학과 지망자를 위한 면접/실기고사 팁

면접/실기고사를 준비하면서는 딱 세 가지만 명심할 것. 하나, 고전을 가까이 하라. 트렌드를 꿰겠답시고 개봉작 정보만 줄줄 읊어대봤자 도움되는 건 없다. 오히려 각 학교의 교수들은 고전을 보고 읽을 것을 강조한다. 고전을 접하는 건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것과도 상통한다. 최신 시나리오나 영화만 붙들고 있을 것이 아니라 고전문학, 고전영화, 고전희곡을 정복하라. 특히 면접 시 나의 평소 취향과 생각을 신뢰감 있게 전달하는 데 이만 한 무기도 없다.

둘, 내가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왔는지를 정확히 판단하라. 건국대학교 조성덕 교수는 “시나리오를 잘 고르는 것도 배우의 중요한 자질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실기고사에서 눈에 띄고 싶다고 자기에게 맞지도 않는 어렵고 화려한 작품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나의 개성과 특기를 잘 드러낼 수 있는 찰떡궁합의 작품을 골라야 실패하지 않는다. 학교에 따라 별도의 특기가 비장의 카드가 되기도 한다. 경기대학교 평생교육원 최태용 교수는 “몸 쓰는 수업이 많다보니 신체기술 특기가 있다면 플러스 요인이 된다”고 귀띔했다.

셋, 결국은 근성과 진심만이 통한다. 건국대학교 조성덕 교수는 “5초만 들어도 연습을 얼마나 했는지 안다”고 말했다. 입시생만 수년을 보아온 교수들은 문 열고 들어오는 자세만 봐도 학생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는 ‘매의 눈’을 가졌다. 아무리 뛰어난 자질, 특기 운운하더라도 끈기와 진심을 이길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경기대학교 최태용 교수는 “면접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편이다. 내가 왜 연기를 하려고 하는지를 진솔하게 답하면 자연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말로 입시생들에게 응원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