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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FF 37.5] 가장 중요한 건 ‘관계’
김성훈 사진 최성열 2013-12-20

CJ엔터테인먼트 해외영업팀 김현우

전세계 영화 세일즈 관계자와 바이어의 달력은 2월의 베를린에서 시작해 12월의 LA에서 끝난다. 2월에 열리는 베를린국제영화제 마켓인 유러피언필름마켓(EFM)을 시작으로 3월의 홍콩필름마켓, 5월의 칸필름마켓, 9월의 토론토국제영화제 필름마켓, 10월의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안필름마켓과 도쿄필름마켓, 11월의 아메리칸필름마켓(AFM)까지 세계 주요 필름마켓을 돌면서 그들은 자신의 영화를 알리고, 따끈따끈한 신작을 구매한다. 돈이 오가는 거래뿐만 아니라 수많은 미팅을 통해 거래처의 동향을 파악해 관계를 지속한다. 또 영화제에 초청된 감독과 배우가 영화제 일정을 원활하게 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해외 세일즈 관계자가 하는 일 중 하나다.

CJ엔터테인먼트 해외영업팀은 해외 마케팅, 해외 세일즈, 영화제 및 직접 배급 등 총 3개 파트로 구분되어 있다. 올해로 입사 3년차인 김현우(31) 대리는 해외 세일즈 파트에서 미주/유럽 지역을 담당하고 있다. 관리해야 할 국가가 무려 200여개국에 이른다. “여러 회사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업데이트된 영화 관련 정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우리 라인업을 소개하면서 계약을 이끌어내야 한다. 책임감이 많이 따르지만 그만큼 권한도 주어진다.”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지만 국가마다 시장 규모가 다른 만큼 각별히 신경써야 할 지역이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같은 자국영화 시장이 큰 국가의 회사들은 중요한 바이어”다. 하지만 CJ의 1년치 라인업이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바이어들의 성향에 맞는 작품을 소개하는 게 중요하다. “특정 국가에서 어떤 장르를 선호하는지, 어떤 바이어가 어떤 구매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정리하고 분석해야 한다.” 거래한 적 있는 바이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난해 그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한 필름마켓에 갔다. “쉽게 갈 수 없는 지역인 만큼 낯설더라. 할리우드영화가 시장을 잠식하고 있었고, 관객은 영어 대사로 된 영화를 선호했다.” 그곳의 바이어들에게 그가 소개한 영화는 <설국열차>와 <파이널 레시피>. “두편 모두 영어 대사로 된 글로벌 프로젝트라 그동안 쉽게 만날 수 없었던 바이어들이 관심을 보이더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30분 단위로 잡혀 있는 미팅을 소화해야 하는 빡빡한 마켓 일정이지만 한국영화를 해외에 알릴 수 있어 보람이 크다. “대학 시절, 교환학생으로 호주에 갔는데 <올드보이>에 감탄하는 그곳 관객을 보면서 자부심을 느꼈다. CJ엔터테인먼트 해외팀을 지원한 이유도 영화나 공연 같은 문화 콘텐츠를 해외에 알리는 일을 하고 싶어서다.” 하지만 그가 하는 일은 한국영화를 단지 알리는 것이 아니라 해외 바이어들에게 돈을 받고 파는 것이다. 실질적인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노하우는 없을까. “중요한 건 타이밍인 것 같다. 극장에서 내려간 영화는 화제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영화를 파는 데도 유효기간이 있다. 스스로 모두가 관심을 가지는 시점을 데드라인으로 정해놓고 일한다. 무엇보다 관계가 중요한 비즈니스다보니 영화를 판매하고 난 뒤에도 그 영화가 해당 국가에서 흥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한다. 바이어가 돈을 벌어야 우리와 계속 거래할 수 있으니까.” 끝까지 책임지는 태도야말로 그가 강조하는 세일즈맨의 첫 번째 덕목이다.

노트

김현우 대리는 마켓에 나가기 전에 만나야 할 바이어에 대한 정보를 노트에 정리한다. 소속 회사, 미팅 시간과 장소 같은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이고 과거에 구매한 작품, 구매 취향, 의외의 구매 리스트 같은 세세한 정보까지 분석한다. 사진은 마켓 때 사용한 노트다. 이 속에 그만의 영업 비결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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