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사랑스런 사람들/ 외로워서 사랑스런 사람들/ 아 사랑스런 사람들/ 외로워서 사랑스런 사람들.”(<그게 다 외로워서래> 중에서) 김목인의 2집 ≪한 다발의 시선≫을 듣고 나면 어김없이 저 구절이 머릿속에 맴맴 돈다. 외로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 복잡한 세상을 관찰하고 포용하는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하고 다정하다. 그의 경험이 묻어 있는 <지망생>부터, 비판적인 시선이 담긴 뾰족한 노래 <새로운 언어>, 한편의 드라마 같은 <결심>, 여러 시제를 한 노래의 구조에 담아보려 한 <흑백사진>까지. 각기 다른 시선으로 이 세상을 내려다보는 노래들을 ‘한 다발’로 가지런히 묶어낸 그의 목소리에 또 한번 귀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1집 ≪음악가 자신의 노래≫ 이후 2년 만에 김목인 자신의 노래로 돌아온 그를 만났다.
-앨범 커버 속 책상이 본인의 책상이라고. 붙여놓은 사진 속 인물들의 공통분모가 궁금하다. =내가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다. (하나씩 가리키며) 기타리스트 장고 라인하트, 마르셀 프루스트, 1960~70년대 비트 운동을 주도했던 시인 앨런 긴스버그와 개리슨 라이더, 그들에게 영향을 준 윌리엄 블레이크, 한살림을 만든 장일순 선생, 화가 에드워드 호퍼. 모두 독특한 시선을 가졌다.
-수록곡도 각기 다른 관점에서 쓰인 것들이다. =그래서 묶고 보니 앨범 제목을 짓기가 쉽지 않더라. 후보 중에는 1집과 2집 사이의 시간을 가리키는 ‘간밤의 주제들’도 있었고, ‘겹눈의 시선’도 있었다. 곤충의 겹눈. 여러 개의 눈으로 하나를 본다는 뜻으로 지었는데 나중에는 곁눈질처럼 느껴져서 바꿨다.
-가사의 아이디어가 중요한 곡들이 많다. 주로 가사를 먼저 쓰고 멜로디를 붙이나. =평소에도 괜찮은 멜로디가 뭐가 있을까란 생각보다는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써볼까란 생각을 더 많이 한다. 이야기에 멜로디를 붙이면서 다듬는다.
-금방 쓴 노래와 오래 걸려 쓴 노래가 있다면. =<그게 다 외로워서래>나 <한결같은 사람>은 자주가던 카페의 사장이 바뀌면서 단골들끼리 그전에 있었던 일들을 가지고 뮤지컬을 써보자고 해서 나온 노래다. 정해진 이야기와 장르가 있으니까 빨리 나왔던 것 같다. 아이디어에 대한 욕심만 많거나 붙이고 싶은 멜로디가 미리 나와 있는 경우에는 가사를 쓰는 데 오래 걸린다. <새로운 언어>도 새로운 언어만 담아서 쓰고 싶었는데 쓰다 보니 뾰족해졌고, <결심>도 1절만 써놨는데 1절 속 캐릭터가 2절에서는 어떻게 될지 쓰려니 오래 걸렸다.
-소설가나 시나리오작가가 가진 고민과 비슷하다. 본인의 노래를 글쓰기의 여러 장르에 빗대어 설명한다면 어디에 가장 가까울까. =일반적으로 노랫말하고 시가 가장 가깝다고 말하는데, 시보다 노랫말은 직관적이어야 한다. 시는 들여다보고 있을 수가 있는데 노래는 바로 귀에 들어와야 하니까. 그렇다고 영화 대본도 아니다. 영화 대사는 구어체인 데다 일부는 결국 편집되는데 노랫말은 완전히 구어체도 아니고 전부 다 쓰이니까. 멜로디에 맞게 다듬은 낭독에 가깝달까. 노랫말은 그냥 노랫말인 것 같다.
-싱어송라이터가 하는 일은 언어하고 멜로디를 붙이는 것임을 강조하며 그 과정을 ‘용접술’로 설명한 적이 있다. 직접 음악 교육을 해봐서기도 하겠지만 음악 작업의 과정을 언어화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는 것 같다. =연금술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화학작용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개인의 감각 차이인 것 같다. 그런 부분을 무조건 신비화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신비한 부분도 있지만 그 직전까지는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도 많다고 본다. 노래를 만들기 전에 글쓰는 작업을 더 많이 했기 때문인 것도 같다.
-2집은 캐비넷 싱얼롱즈 때나 1집 때보다 사람의 성격이 더 많이 묻어나는 앨범이다. =1집 때는 해보고 싶은 이야기의 주제가 명확했다. 근데 2집을 작업할 땐 세상이 충분히 뒤숭숭했다. 대선도 있었고. 다들 힘들게 사는데 거기다 어떤 불합리함을 고발하는 노래를 내놓고 싶진 않더라. 그러다보니 오히려 내 음악을 돌아보게 됐다. 내가 평소에 어떻게 음악을 만드나, 내게 어떤 특징이 있나, 한번 스캔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름 때문인지 목가적인 성향일 것 같다. =나무 목(木), 사람 인(人)자라고 하면 다들 그럴 줄 알았다고 하더라. 정작 나는 특별히 자연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닌데. 평화로움을 추구하는 도시의 소시민에 가깝다.
-그래도 도시의 속도에 자신을 내맡기기보다 인간 군상을 차분히 관찰하려는 음악가에 가깝다. <그게 다 외로워서래>나 <말투의 가시>도 사람에 대한 관심을 귀엽게 드러내고 있는데. =관찰자적인 성향이 있다. 귀여움이란 게 내가 평온한 가운데 거리감을 두고 보니까 귀여워 보이는 거잖나. 더욱이 1집 앨범 녹음할 땐 반지하에 살았는데 2집 때는 한적한 동네에 있는 건물 4층으로 이사를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창밖으로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은 이미지의 작업이 됐다.
-스스로 힘들거나 어떤 감정에 빠져 있을 때는 노래를 안 만드나. =시작을 그렇게 안 했다. 친구가 자기 캐릭터를 갖고 가사를 써보라고 해서 만든 게 첫 노래였다. 그러다보니 상황이나 사건을 묘사하는 성향이 강하다. 언젠가 밥 딜런이 자기한텐 세상이 아이디어로 보인다고 한 적이 있다. 아주 극단적인 표현이긴 한데, 나도 아이디어로 노래에 접근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앨범 작업 중간에 첫딸을 얻었다. 이제 아빠의 시선도 생겼겠다. =태도가 좀 달라졌다. 이게 ‘일’이라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그러면서 또 나중에 딸한테 아빠가 너 태어날 때 이런 걸 만들었다고 말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즐거워하기도 한다. (싱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