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는 되고! 소주는 안 되고! 왜죠?
우선 모든 극장에서 술을 파는 것은 아닙니다. 롯데시네마는 주류를 일절 판매하지 않으며, CGV와 메가박스는 일부 지점에서 맥주와 와인을 팔고 있습니다. 주류 판매 여부는 기본적으로 인허가 문제와 관련이 있는데요, 주류를 판매하려면 해당 구청과 세무서에 일반음식점 영업신고와 주류판매 신고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왜 맥주는 되고 소주는 안 될까요. CGV는 “영화 관람 환경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팩소주와 같은 도수 높은 주류는 판매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맥주 또한 무한으로 사다 마실 수는 없습니다. 극장 매점에선 만 19살 이상 성인에게 1인당 2잔까지만 맥주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취객 역시 상영관 입장이 거절될 수 있습니다. 문득 든 생각으로, 소주를 팔면 소주 안주도 개발해야 할 텐데 극장에서 알탕이나 꼼장어를 팔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담, 안주 없어도 쭉쭉 넘어가는 ‘소맥’을 프리미엄주로 개발해 팔면 어떨지. 아차, 술 섞으면 빨리 취하지.
유럽에선 병맥주를 들고 상영관에 들어가던데…
자고로 술은 제대로 된 잔에 마셔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병맥주도 병나발을 불어야 제맛이지요. 그러나 여긴 극장입니다. 야구장에서도 병맥주는 팔지 않습니다. 모두 빅사이즈 종이컵이나 플라스틱컵에 생맥주를 담아주지요. CGV의 경우 일부 골드클래스 상영관에서 병음료를 팔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극장 매점에선 술이든 아니든 병음료를 판매하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 관객의 안전 때문입니다. 상영관이 어두워 병이 깨질 위험이 있고, 깨진 병 조각에 누군가가 다칠 위험이 크기 때문이죠. 그런데 왜 유럽은 되고 우리는 안 되냐고 물으신다면… 유럽에선 뽀뽀가 인사지만 우리나라에선 뽀뽀가 애정행각이듯, 술을 대하는 태도와 문화의 차이가 아닐는지. 독일 베를린에선 너도나도 병맥주 들고 영화를 보러 가지만 거긴 맥주를 물처럼 마시는 동네니까요. 베를린에 출장 보내주면 심층취재할 수 있을 텐데.
가끔은 직접 요리한 음식을 먹고 싶은데, 극장 매점에선 즉석식품 말고는 없나요?
극장 가는 재미의 절반은 먹는 거죠. 오징어, 알밤, 추러스, 나초 등등 평소엔 별로 즐겨 먹지 않던 간식들도 극장에만 가면 참을 수 없는 유혹으로 다가옵니다. 요즘엔 메뉴도 다양해져서 핫도그, 떡볶이, 와플, 피자, 고구마튀김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라, 이쯤 되면 영화를 보기 위해 먹는 건지 먹기 위해 영화를 보는 건지 구분이 안 될 지경이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꼭 전문 요리사가 필요한 건 아니에요. 긴 설명 않겠습니다. 한국맥도날드 가보셨죠? 극장 매점에서 반조리된 가공식품들도 직원의 간단한 조리를 거쳐 일정한 맛을 보장합니다. 물론 대표적으로 팝콘처럼 그 자리에서 직접 튀겨내는 간식도 있고 극장에 따라 직접 조리에 가까운 떡볶이, 어묵 등이 준비된 곳도 있습니다. 그래도 꼭 요리된 음식을 드셔야만 직성이 풀리시겠다면 근처 식당에서 사서 들고 오세요. 냄새가 심한 음식이 아니면 반입은 가능합니다. 반.입,은. 미리 알려드립니다만 저희가 주위의 눈총까지 책임지진 않습니다.
팝콘이 너무 비싼데… 원가, 그것이 알고 싶습니다
자, 이제 게임을 시작해볼까요? 극장 요금보단 싸고 추파춥스보다는 비쌉니다. 오징어보단 싸고 추파춥스보다는 비쌉니다. 추러스보단 싸고 추파춥스보다는 비쌉니다. <씨네21>보다는 싸고 추파춥스보다는 비쌉니다. 콜라 한잔보다는 싸고 추파춥스보다는 비쌉니다. 너무 어려우시다고요? 그럼 신변의 위협을 무릅쓰고 최후의 힌트! 그러니까 추파춥스보다는 비쌉니다!! 더이상, 더이상은 안 됩니다. 저도 처자식은… 없지만 나름 집에서 귀하게 자란 자식이란 말입니다! 더이상 캐내다간 고소미를 먹을 수도 있어요! 안 그래도 아무나 막 고소하고 그런 세상인데! 월급도 몇푼 못 받는데 그런 위험부담까지 감수할 순 없지. 그리고 사실 다른 메뉴가 없어서 팝콘 사먹는 게 아니잖아요? 그게 맛있어서 사먹는 거지. 때론 모르는 게 약입니다. 진실은 언제나 저 너머에 있는 법이죠…(협박 메일이 날아와서 이렇게 마무리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매점 매출왕은?
아무렴, 극장 하면 팝콘이지요.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모두 극장의 최고 인기 메뉴는 팝콘이라고 답했습니다. 롯데시네마는 구체적으로 라지 사이즈 팝콘과 미디엄 사이즈 음료 2잔이 포함된 ‘롯데 콤보’를 인기 메뉴로 꼽았습니다.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 중에 2인 커플(친구든 연인이든 부부든)이 많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메가박스는 오리지널, 캐러멜, 갈릭, 치즈 4가지 맛 팝콘이 골고루 인기가 좋다 했고, CGV는 달콤팝콘과 콜라를 많이 찾는다고 했습니다.
출출할 때 먹기 좋은 메뉴로는 3사 모두 핫도그를 추천했습니다. 특히 CGV는 ‘칠리 치즈 핫도그’, ‘크리미 갈릭 핫도그’, ‘로스트 베지터블 핫도그’ 등 핫도그 매장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메뉴들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최근엔 일부 지점에서 스퀘어 피자도 선보이고 있고요. CGV의 핫도그나 피자처럼 각 극장들은 신메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최근 메가박스는 커리부어스트를 일부 지점에서 선보이고 있는데요, 낯선 이름의 이 음식은 소스를 얹은 소시지에 감자튀김을 곁들인 메뉴입니다. 독일의 대표적인 맥주 안주이자 인기 간식거리지요. 사실 신메뉴를 개발하는 데는 적잖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극장이라는 특수 환경을 고려해야 해서 제약이 많기 때문입니다. 맛은 기본, 먹을 때 소리가 적게 나고, 냄새가 심하게 나지 않으며, 좁은 공간에서 먹기 용이하고, 조리 시간이 길지 않은 메뉴여야 하는 거지요. 그런 점에서 다시 한번 팝콘은 위대한 메뉴입니다. 극장의 아이콘이 될 자격이 충분합니다.
요즘 시네마스코프 비율의 영화를 상영할 때 마스킹을 하지 않고 바로 틀어버리더군요. 비율이 맞지 않을 텐데 이유가 뭔가요?
그걸 눈치 채시다니. 예리한 관객이시군요. 예전에는 시네마스코프 영화를 틀 때 화면 좌우(혹은 위아래)로 마스킹 막을 쳐 가로 세로 2.35:1의 비율을 맞추는 극장이 많았습니다. 국내 멀티플렉스 영화관 대부분이 비스타, 그러니까 1.85:1의 비율의 스크린인데 여기서 시네마스코프 영화를 상영하면 화면 양옆이 잘려나가버리죠. 이를 극복하고자 마스킹으로 스크린 비율을 수정하여 상영하는 건데, 문제는 마스킹 막을 치면서 도리어 화면 크기를 줄여버린다는 점이죠. 그래서인지 최근엔 이같은 마스킹 막을 치지 않은 채 블루레이나 공중파 방영 영화처럼 위아래에 레터박스(회색 띠)가 붙어 있는 채로 상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대해 관객의 호불호가 갈리는데 막을 치지 않아 자연스럽다는 이들도 있고, 블루레이를 튼 큰 비디오방과 다를 게 뭐냐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뭐가 더 좋은지는 모르겠습니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둘 다 별로라는 겁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시네마스코프 비율의 영화에 적합한 상영관이 거의 없다는 데 있죠.
분실물 보관 기간은?
극장 분실물센터의 분실물들은 사람이 없을 때 “오늘도 주인이 찾으러 오지 않았니?” 같은 한탄을 나누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에요. 휴대폰, 지갑, 가방, 우산 등이 분실물의 대부분이며, 좌석 아래에 두고 나간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극장마다 보관하는 시간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보름에서 한달 정도 보관한다고 합니다. 그래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지갑, 휴대폰, 신분증 같은 귀중품은 관할 경찰서나 우체국으로 인계됩니다. 상영관을 나설 때 소지품을 제대로 챙겼나 확인하고 나갑시다.
광고 시간은 왜 10분인가요?
님들이 얼마나 늦을지 몰라서 10분 정도로 넣어봤다, 뭐 그런 겁니다. 정해진 규정이나 논리적 근거는 없어요. 정확히 말하면, 극장에 따라 10분에 딱 맞추는 곳도 있고 5분에서 10분 사이로 유동적인 곳도 있습니다. TV처럼 광고가 많이 들어오는 성수기엔 늘어나고 반대로 비성수기엔 줄어든답니다. 근데 몇분이 됐건 간에 광고 시간의 공식적 용도는 같습니다. 바로 ‘에티켓’ 타임. 교통 정체, 주차 지연, 화장실, 매점 구매 등으로 늦게 입장하는 관객으로 인한 관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된 시간이란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10분쯤 기다리다 보면 내가 영화를 보러 온 건지, 광고로 만든 옴니버스영화를 보러 온 건지 헷갈릴 때가 있죠. 그럴 거면 처음부터 티켓에 상영 시작시간을 10분 늦게 표시하라고 따지고 싶고요. 실제로 그런 항의가 많았는지 대부분의 극장에선 티켓이나 홈페이지에 실제 상영시간을 공지하고 있습니다. 근데 그러면 또 20분 늦게 들어가게 되는 게 사람 심리라능.
이런 ‘갑’객은 되지 맙시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재미없으니 환불해달라는 관객, 팝콘 다 먹고 나서 맛없다고 환불해달라는 관객. 1년에 1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극장을 찾습니다. 극장 스탭 입장에선 상대해야 할 관객이 늘었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극장 관계자 A는 “이치에 맞지 않는 일로 컴플레인하는 관객이 정말 정말 정말 많다”며 속사포처럼 ‘정말’을 세번 반복했습니다. 영화 재미없으니 환불해달라는 관객이 꽤 생기자, 매표소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특정 영화를 추천하지 말도록 극장에서 교육을 시키기도 한답니다. 상영관에서 싸우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고 하네요. 옆자리 관객과 시비가 붙어 말싸움이 일어나고, 말싸움이 몸싸움으로 번져 결국 극장에 경찰까지 불러야 했던 적도 있었다고 극장 관계자 B는 말했습니다. 영화 상영 중 소란이 일어나면 극장 스탭은 일단 싸움의 당사자들을 상영관 밖으로 유도해야 합니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상영관 밖에서 싸우라는 얘기인데요, 멀쩡히 영화 잘 보고 있는 다른 관객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극장 관계자 C는 “가장의 자존심을 걸고 극장과 싸웠던” 관객의 얘기를 들려줬습니다. 가족을 데리고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를 보러온 그 가장은 미성년자 자녀의 입장을 막는 스탭에게 “초대권이라고 무시하는 거냐”며 격렬하게 항의했고, 결국 다른 영화를 볼 수 있게끔 극장에서 조치를 취해 사건을 해결했다는 겁니다. 최근엔 극장에 대한 불만을 극장 홈페이지나 SNS에 올리겠다고 협박하는 관객도 늘었다고 합니다. 정당한 불만 사유는 야무지게 항의하는 게 맞지만, 비상식적인 이유와 행동으로 불만을 표하는 건 결국 자기 얼굴에 먹칠하는 거 아닐까요.
각 상영 회차 사이, 청소 시간은?
20분 내외입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가고 상영관의 불이 켜지면, 극장 스탭들은 청소도구를 들고 상영관으로 출동합니다. 재빠르게 좌석 사이를 누비며 누군가가 먹다 흘린 팝콘이며 버리고 간 콜라를 치우는 거죠. 좌석 수가 적은 상영관의 경우 청소 시간이 5분 내외로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청소에 투입되는 인원수 역시 상영관의 크기에 따라 달리 운영됩니다. 그날치 상영이 모두 끝나면 좌석 및 바닥 대청소를 시작합니다. 청소하는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흘리지 말고 야무지게 먹어야 하는데, 나이 드니 손도 떨리고 집중력도 저하되고….
전라도에서도 무대 인사 많이 보고싶은데…
이건 뭐 트로트 가사도 아니고, 서울-대전-대구-부산 찍고 끝내는 영화가 많긴 하죠. 근데 설마 지역 차별이겠습니까. 영화인 중 경상도 출신이 특별히 많아서 ‘우리, 전라도는 가지 말자’고 약속한 것도 아닐 거고요. 실제로 지방색이 강한 영화는 영호남 불문하고 지방 무대인사를 꼼꼼히 돕니다. 다만 배급사는 비용 대비 효과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죠. 가령 한번 내려갔을 때 부산은 12개 극장을 돌 수 있는데, 다른 데는 5개밖에 못 도는 식이니까요. 그래서 부산 찍고 울산에 들르는 것조차 쉽지 않을 때가 많답니다. 이쯤 되면 지역 갈등이 아니라 지역 불균형이 문젠가요. 아, 감독이나 배우가 자기 출신 지역을 고집하거나 드라마 스케줄 때문에 촬영지 인근에서 무대인사를 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지방 소도시 관객 여러분, 동향 배우나 주변 드라마 촬영장을 잘 뒤져보세요. 계 타는 거 어렵지 않아요.
극장 좌석 재질은 왜…?
단언컨대, 천은 가장 완벽한 물질입니다, 라고 답해드리면 저희도 참 편할 텐데요. 한 극장 관계자는 “레자”의 경우 옷감에 따라 미끄러짐이 발생할 수도 있고 살이 맞닿는 부분에 땀이 찰 수도 있어서 천을 쓴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두개의 등받이로 유명한 의자회사에서는 “천이 특별한 장점은 없다. 인조가죽이나 가죽이 청소나 관리도 더 쉽지만, 천보다 비싸지 않냐”고 합니다. 그럼 싸면 다냐. 물론 아니고, 극장에는 방화 규정을 통과한 특수 가공 천만 사용 가능합니다. 그래도 위생상태가 의심스러워 천의자엔 못 앉겠다, 하시는 분들은 돈은 좀 들어도 마음만은 편안하게 영화를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CGV 골드클래스/씨네드쉐프관, 청담씨네시티점 더 프라이빗 씨네마/스윗박스 프리미엄관, 롯데시네마 샤롯데관, 메가박스 코엑스점 M2/프리미엄3/5/6~11관, 백석점 전체 상영관에서 천보다 좀더 완벽한 “레자”의자와 가죽의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휴대폰, 진동 전화 말고 아예 끄라고 하면 안되나요?
끄라고 해도 됩니다. 얼마든지 외치세요. 그놈의 휴대폰 좀 끄.라.고. 다만 끄지 않는다고 경찰 불러 끌어낼 수는 없습니다. 아쉽게도 아직 그런 법이 없어요. 자율적으로 해결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영화 시작하기 전에 맨날 지겹게 극장 에티켓 홍보 영상을 틀어젖히는 거죠. 하긴 얼마 전 팝스타 마돈나께서도 극장에서 문자질하다가 왕창 욕을 먹은 일이 있죠. 주변에서 휴대폰을 끄라고 했는데 적반하장 화를 냈다나요. 극장주가 친히 트위터에 ‘마돈나 출입 금지’라고 공표했을 정도니 어지간했나 봅니다. 극장이란 타인을 배려하고 상영시간 동안 집중과 인내를 필요로 하는 공간입니다. 당신이 극장을 통째로 빌릴 게 아니라면 말이죠. 혹시라도 극장에서 무례한 이들을 발견하시면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과감하게 퇴치해주세요. 안 그래도 예의 없는 이들로 넘쳐나는 세상, 좋은 일 하시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