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그녀와 함께
그 유명한 보티첼리의 그림 <비너스의 탄생> 한복판 비너스의 자리에서, 옷을 벗고 다리를 벌리고 가슴을 긴 머리채와 함께 양손으로 거머쥔 레이디 가가를 보라. 레이디 가가의 신보 ≪ARTPOP≫의 이 재킷사진이 지금 홍대 거리에 나붙고 있다. 노래보다 패션이 먼저 이야기되는 일이 드물지 않은 그녀지만, 노래가 별로였다면 지금의 위치에 서지 못했을 것이다. R. 켈리가 피처링한 <Do What U Want>와 <Gypsy>에 주목하시라.
알레산드로 멘디니를 좋아하세요?
와인 오프너 안나 G, 스탠드 조명 아물레토, 프루스트 의자. 모두 미학적으로도 실용적으로도 훌륭한 디자인 제품들이다. 그리고 모두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작품들이다. 이탈리아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삶과 예술세계를 조명한 <알레산드로 멘디니: 일 벨디자인>이 출간됐다. 번역서가 아니다. 저자 최경원이 직접 멘디니를 인터뷰하고 취재해서 쓴 글이라 더 와닿는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필생의 역작을 만나다
필립 K. 딕, 아서 C. 클라크와 더불어 세계 3대 SF작가로 꼽히는 아이작 아시모프. 그가 50년간 집필했다는 필생의 역작 ‘파운데이션 시리즈’ 7권이 완전판 세트로 출간됐다(황금가지). 이번 완전판에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아시모프의 유작 <파운데이션을 향하여>도 포함되어 있다. 소장 욕구를 마구 불러일으키는 깔끔한 커버도 인상적이다.
정의의 이름으로, 삼총사의 이름으로
올해의 피날레를 장식할 대한민국 대표 흥행 뮤지컬이 돌아왔다. <삼총사>는 체코의 원작 뮤지컬을 한국식으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특히 지난여름에는 일본 무대에서 일본인 관객을 대상으로 한국어 공연을 펼치며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궈 K-뮤지컬이라는 호칭까지 얻었다. 달타냥과 삼총사의 활약을 성남아트센터에서 만나보자. 12월13일부터 내년 2월2일까지.
연말 무대는 정보석이 접수!
정확히 말하자면, ‘정보석’의 <햄릿>이다. 배우 정보석이 주연한 <햄릿>(연출 오경택)이 무대에 오른다. 데뷔 27년차 배우에 대한 기대를 입증하듯, 정보석의 출연만으로 <햄릿>은 연말 연극 무대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12월4일부터 29일까지 명동예술극장.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종로구 소격동에 개관했다. 개관을 기념해 서울관의 역사와 건립 의도를 포함한 다섯개 주제로 전시를 마련했다. ‘미술관의 탄생’은 서울관의 건립 과정에 대해 노순택, 백승우 등의 작가가 기록한 사진을 모았다. ‘현장설치 프로젝트’는 서울관의 공간을 활용한 설치미술을, ‘알레프 프로젝트’는 서울관의 유연성을 대표할 장르간 융합미술품들을 준비했다. ‘자이트가이스트’와 ‘연결-전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나타낼 소장품과 해외 미술관과의 교류차 추천받은 작품들로 꾸려졌다.
그래서 내가 만들었다!
무적핑크를 모른다고? <씨네21>이 2009년부터 주목한 웹툰계의 스타 되시겠다. <실질객관동화>의 작가 무적핑크가 이번에는 <실질객관영화>로 영화에 딴죽을 건다. ‘왜 저 돈을 가지고 저렇게밖에 만들지 못하나’라는 발상을 가지고 영화 속 장면들을 실질적이면서 객관적인 해석으로 재구성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예고편만으로 웹툰팬과 영화팬 모두의 기대를 충족시킨 그녀. 이번주부터 본편으로 찾아온다. Coming soon!
둘의 이야기
‘이 만화가 대단하다! 2013’의 여성만화 부문 2위에 오른 <결혼식 전날>은 남매, 부녀, 고양이와 그의 집사 등 다양한 ‘둘의 관계’를 보여준다. 소소한 반전들이 마지막 장면에서 기쁨을, 슬픔을, 놀람을 느끼게 하는 포근한 단편집.
세기의 인물과 ‘점핑 위드 러브’
보는 것만으로도 같이 즐겁다. ‘세기의 인물과 날다’라는 부제를 단 사진가 필립 할스만의 <점핑 위드 러브 전>이다. 할스만은 <라이프> 매거진 표지를 가장 많이 장식한 작가이기도 하다. 사진전은 오는 12월3일부터 내년 2월2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층에서 열린다. 우리도 오드리 헵번, 마릴린 먼로, 그레이스 켈리, 윈저 공 부부와 함께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경계인의 시선으로 본 우리의 자화상
화제의 연극 <목란언니> 기간: 11월19일~12월29일 장소: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문의: 02-708-5001
탈북 입국자 2만명 시대다. 김은성 작, 전인철 연출의 <목란언니>는 우리에게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이웃인 탈북자의 눈을 통해 바라본 남한 사회를 그린 연극이다. 지난해 두산아트센터가 제작한 ‘경계인 시리즈’로 무대에 올라 2012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 동아연극상 희곡상, 신인상 등을 휩쓴 화제작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이 탈북자 문제 자체가 아니라 그들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 남한 사회, 즉 우리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연한 사고로 탈북자가 된 조목란은 북한에 돌아가기 위해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는다. 룸살롱을 운영하는 ‘큰손’ 조대자의 눈에 든 목란은 재입국 자금을 벌기 위해 그녀의 집에 간병인으로 취직하게 되고 조대자의 세 자녀 태산, 태강, 태양을 만나게 된다. 오로지 북한에 돌아가기 위한 돈을 버는 데 혈안이 된 목란에게 태양은 왜 그렇게 돈을 밝히느냐고 비난을 퍼붓지만 사실 여기 등장하는 인물 모두가 이러한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룸살롱 아가씨들을 다그치는 조대자나 돈 때문에 동료를 배신하는 태양의 친구, 탈북자들의 생명 같은 돈을 집어삼키는 사기 브로커, 그리고 돈이 안된다고 학과를 폐지하는 대학 등 조목란의 눈에 비치는 오늘의 대한민국은 ‘살기 좋은’ 낙원이 아니라 돈밖에 모르는 냉정한 사회일 뿐이다. 우울증 환자인 역사학자 태산, 폐과될 위기에 처한 철학과 교수 태강, 소설가의 꿈을 접은 태양 등 삼남매의 상황 역시 우리 사회에서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의 몰락을 비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목란언니>의 무대는 이러한 작품의 의미를 공간적으로 다시 한번 강조한다. 4면의 객석으로 둘러싸인 무대는 서로가 서로를 비추며 대칭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여기서 남과 북은 따로 나뉜 이질적인 공간이 아니라, 서로를 마주보며 각자의 치부를 드러내는 거울과 같은 공간이다. 그래서일까, 목란의 초점 잃은 눈동자가 삶의 방향을 잃고 부유하는 모습은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해 씁쓸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