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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먼저고 장르는 다음이다”
송경원 사진 오계옥 2013-11-19

<응답하라 1994> 신원호 PD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 이후 딱 1년 만이다. 준비 기간이 넉넉지 않았을텐데. =나는 회사원이다. 하라면 해야 한다. (웃음) 그렇다고 할 이야기도 없는데 억지로 시작한 건 아니다. 제작 시기 문제야 온전히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었지만 ‘촌놈들의 서울 상경기’란 이야기 자체는 <응칠> 때부터 해보고 싶은 소재였다. 그래도 솔직히 이렇게 빡빡하고 힘든 일정일 줄은 몰랐다. (웃음)

-기본적인 틀은 <응칠> 때와 거의 유사하다. =나는 사실 빠순이 문화도 전혀 모르는 영역이었다. 그런 게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실상 아는 건 없는. 이번 전국 촌놈들의 상경기도 마찬가지다. 서울 태생인 나와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였지만 작가들과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는 중에 내가 왜 이걸 몰랐지, 싶을 만큼 재밌고 친근하더라. 모르는 사람은 신선하고 아는 사람은 공감할 수 있는 소재라는 점에서 <응칠>과 비슷하다.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본격적으로 대중문화에서 다뤄진 적 없는 영역이라서 해보고 싶었다.

-이번에도 역시 웃기고 찡하다. 공중파의 정극 호흡이라기보단 짧은 콩트 호흡에 가깝다. =의식적으로 이렇게 만들어야지 하고 작업하는 건 아니다. 몸에 배어 있는 게 저절로 나오는 것 같다. 예능에서 배웠던 웃음의 포인트들, 따뜻한 와중에 페이소스가 묻어나는 웃음이 좋다. 들었다 놨다 하는 ‘밀당’이 있어야 파괴력도 크고 감정도 깊어진다.

-이번주까지 6화가 방송됐는데 벌써 12화를 촬영 중이다. 쪽대본으로 피가 마르는 공중파 드라마보다는 여유가 있지 않나. =매 화 이야기가 완결되는 에피소드 구성이니 애초에 쪽대본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기획 단계에서 이야기를 좀더 단단하게 다진다는 측면은 있지만 만드는 건 똑같이 촉박하고 힘들다. 4일 내내 촬영하고 이틀 내내 밤새 편집하는 건 마찬가지다.

-연출은 물론이고 시나리오 회의에도 직접 참여하고 편집, 음악까지 모두 도맡아서 한다고 들었다. 작가, 편집감독, 음악감독의 역할이 확실히 구분되어 있는 여느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데. =그저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손을 대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촬영을 내가 했으니 음악 넣는 타이밍도 내가 하는 게 더 정확하고 애초에 대본 과정에서 음악을 어느 정도 정해놓고 들어가는 거라 직접 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대본 작업 중에 나온 음악을 막상 깔아보면 아닌 경우도 있고 편집실에서 결정되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선곡을 직접 할 정도니 90년대 음악에 대해선 전문가 수준이겠다. =노래를 조금만 잘했으면 가수가 됐을 거다. (웃음) 다들 대학생 때까지 노래를 많이 듣지 않나. 나도 딱 그 정도 수준이다. 그때는 시중에 나온 음악은 거의 다 들었던 것 같다.

-대본 회의 분위기도 여느 공중파 드라마와는 사뭇 다르다던데. =정극 드라마는 1인 작가 시스템이지만 우리는 예능 프로그램 회의하듯 함께 밤새도록 이야기하면서 아이디어를 건진다. 막내고 메인이고 PD고 할 것 없이 마구 던져지는 이야기 속에서 아이템을 찾고 살을 붙여나간다. 에피소드식 구성은 밀도 있게 디테일을 채워야 하는데 혼자서 그걸 다 하기란 쉽지 않다. 예전에 작가협회 행사에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들은 이야기로는 미국드라마 <하우스>가 그런 식으로 대본 회의를 한다더라. 우리 방식이 틀린 건 아니구나 싶어 뿌듯했다.

-만드는 입장에서 예능과 드라마는 어떻게 다른지. =디테일한 차이야 무수히 많지만 작품에 임하는 자세는 똑같다고 생각한다. 예능이니 하는 장르 구분 자체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소재와 이야기가 먼저고 장르는 그다음이다. 지금도 내가 특별히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은 없다. 극형식을 빌려 하고 싶은 이야기,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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