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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블랙박스] ‘표준’의 힘

영화계에서 준비 중인 각종 표준계약서를 위해

표준계약서들이 현실 강제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계약 당사자간의 합의가 필수다.

영화산업에서 쓰이는 계약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영화를 만드는 이들에겐 생소하겠지만 가장 많이 쓰이는 건 ‘영화관람 표준약관’이다. 티켓 발권 시마다 극장과 관람객이 체결하는 계약이다. 이 약관은 공정위의 표준약관으로, 약관법에 의한 강제력을 갖는다. 또 (사)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전국영화산업노조가 체결한 임금단체협상에 의한 표준근로계약서가 있다. 노동법에 근거한 제작사와 스탭 등 근로자간의 근로계약이기 때문에 역시 강제력이 있다. 문제는 아직 많은 제작사나 스탭들이 이 계약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표준근로계약보다 하위 조건으로 계약할 경우, 노동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현재 이 두 가지의 표준계약서 외에 법적인 강제력을 갖는 표준계약서는 없다.

‘표준’이란 이름을 가진 또 다른 계약서들이 존재하기는 한다. 영화진흥위원회나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부 등에서 발표하는 표준계약서들이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영진위에서 발표한 투자-제작부문간 ‘표준투자계약서’, 배급-상영간 ‘표준상영계약서’, 제작-작가간 ‘표준시나리오계약서’가 있다. 거의 사장되기는 했지만 ‘부가시장 표준계약 가이드라인’도 발표된 바 있다. 이렇게 공적인 기관을 통해 발표되는 표준계약서들은 법률적인 강제력은 없지만, 나름대로 정치적인 혹은 정책적인 기준의 역할을 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표준계약서 논의들이 있다. 제작-감독간 ‘표준연출계약서’, ‘표준기획개발투자계약서’, ‘표준고용프로듀서계약서’, 후반작업과 관련된 ‘표준기술(서비스)계약서’ 등이 현재 연구 중이거나 논의 중이다. 특히 이 계약들이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일년 넘게 추진되고 있다는 점과 한편으로는 당사자가 모두 영화를 직접 만드는 이들이라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당사자간 의견차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표준계약서들이 어느 정도 현실 강제력을 갖기 위해서는 당사자간 합의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현재 추진되는 표준계약서의 핵심적인 문제는 차이를 조망하고 조율하는 조정능력을 모두에게 요구한다. 영화계 각 단체들의 분발과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영화인들 모두의 적극적인 노력이 덧붙여져야 할 것이다. 좀더 욕심내자면, 강제력이 있는 공정위 표준약관화도 가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