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바탕으로 한 <캐스트 어웨이>나 <필라델피아>에서의 역할과 현재 역할을 비교해본다면. =글쎄…. 모두 실존 인물을 연기했다고 하지만 다른 영화들이기 때문에 연관성이 크게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내가 현재 연기하고 있는 역할들이 나의 다음 작품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를 바라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배우는 항상, 새로운 출발점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전에 어떤 역할이나 연기를 했는지가 지금의 출발선에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아무리 그렇게 이야기해도, 당신에게는 평범한 소시민을 놀랍도록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특별히 준비하는 것이 있나. =감사하다. 그런데 정말 특별한 것은 없다. 이번 작품의 경우 리처드 필립스 선장과 그의 부인을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가 납치되었을 때의 상황만이 아니라 평소 그는 어떤 사람인지, 다른 사람이 보는 그는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에 대해서 가능한 한 많이 알려고 했다. 평소에는 유쾌한 사람이지만 배에 발을 딛는 순간 막중한 책임감 때문에 과묵해지는 남자가 해적에 납치되었을 때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 꽤 오랫동안 고민하고 생각했다.
-감독 폴 그린그래스는 이 영화에 세계화의 이면도 함께 그리고 싶다고 했다. 이것이 당신의 연기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그것은 폴의 생각이었다. 4명의 해적이, 그저 남의 물건이나 탐하는 불량배가 아니라고, 그들이 그렇게 된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고 설명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것이 내가 무세를 대할 때에도 분명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말리아에서는 그저 어린 어부였을 그가, 그런 행동을 하게 된 것이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슬프기도 하고, 더이상 잃을 것이 없는 그들이 두렵기도 한 감정은 이런 내막을 알지 못했다면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영화는, ‘지구에 침범한 위험한 외계인을 그들의 행성으로 돌려버리자’는 SF식 사고방식으로 연기할 수 없지 않나. (웃음)
-당신 역시 폴 그린그래스처럼 다큐멘터리나 역사학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데 역사책을 읽는 게 재미있다. 어렸을 때부터 공상과학만화보다는 역사와 관련된 책들을 읽었던 것 같다. 과거에 일어났거나,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재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내게는 그저 좀더 매력적인 것 같다.
-감독은 당신과 해적 역할을 한 4명의 배우들을 촬영 전에 만나지 못하게 했다고 들었다. =영화작업의 경우, 실제 촬영이 들어가기 전에 여러 루트를 통해 출연 배우들간의 미팅이 있고 그를 통해 친분이 형성된다. 어떤 영화들은 배우들간의 친분이 시너지를 낳기도 하는데, 폴은 이번 작품은 그 반대의 경우라고 믿었다. 그의 생각은 실제로 맞았다. 무세 일행이 내가 타고 있던 배로 점차 다가오는 순간을 촬영할 때에는 실제로 공포심과 긴장감이 동시에 일었다. 그때 나의 리액션은 모두 연기라고만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웃음)
-첫 만남 장면을 찍은 뒤의 상황도 궁금하다. =나 역시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감독의 컷 소리가 끝난 뒤 우리는 그저 처음 만난 사람들간의 대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톰 행크스입니다”라고 통성명을 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웃음)
-선장이 구출된 이후를 보여주는 당신의 연기는 정말 인상적이다. =사실 그 장면은 스크립트에 없었다. 그 장면을 촬영하던 날 우리는 다른 신을 찍을 예정이었고, 그때까지도 필사의 구출 뒤 혼자 남겨진 필립스 선장의 모습을 마지막 장면으로 하려고 했었으니까. 뭐, 극적이지는 않지만, 아주 나쁜 결말도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마침 당시 필립스 선장이 구출되었을 때 함께 있었던 밤브리지의 선장이 우리 배에 있었는데, 폴이 어떤 연유에서인지 그에게 물었던 것 같다. 필립스 선장이 구출되었을 때 상황이 어땠는지. 폴은 그가 필립스 선장을 양호실로 옮겼고, 그동안 선장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말조차 하지 못하였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서 바로 지금과 같은 마지막 장면을 생각해냈다.
-많은 이들이 벌써부터 당신을 오스카 후보로 꼽고 있다. 수상과 관련해 기대되는 부분이 있나. =(웃음) 모든 배우가 꿈꾸는 일이 아닐까. (다시 웃음) 하지만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원하는 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