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4년 예산안을 보면 정부의 영화에 대한 정책적인 고민이 줄어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가 10월 초 2014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이 예산안은 이번 정부 들어 첫 예산 계획이라는 점에서 국정 철학의 실현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영화발전기금의 예산안을 보면 좀 헛갈린다. 기존 사업의 예산 규모 자체는 그다지 큰 변화가 없다. 제작지원이나 투자조합 출자, 유통지원, 수출지원 등 영화계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 예산은 모두 동결되었고, 기획개발지원, 영화 스탭에 대한 훈련인센티브, 찾아가는 영화관, 작은영화관 등의 사업예산은 1억~5억원까지 소폭 증액되었다.
여기까지 보면 문화부가 생각하는 2014년의 사업 기조와 방향이 대략 유추된다. 영화계 전반에 대한 지원보다는 취약부분인 기획개발이나 영화 스탭, 지역 문화소외층에 대한 지원으로 정책의 초점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예산 증액의 규모는 너무 작고, 새로운 사업방식에 대한 고민도 드러나지 않는다.
진짜 의아한 부분은 신규 사업들이다. 보통 신규 사업은 정책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하기에 매우 치열하게 준비되고, 영화계와 긴밀하게 협의된 사업들이 올라가기 마련인데, 올 한해 영화계에서 비중 있게 논의된 공정거래센터나 독립영화유통지원센터 등의 사업은 아예 예산안 자체에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독립영화유통지원센터는 독립영화 활성화와 관객 개발을 위한 대안으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와 영화계가 치열하게 고민해서 합의했던 결론이고, 그래서 영진위 주도로 설립추진단까지 결성되었던 사업이다.
대신 신규 사업으로 이름을 올린 것은 아시아영화아카데미, 촬영장응급치료지원 등의 생경한 사업들이다. 사업내용을 살펴보면 의아함은 더 커진다. 아시아영화아카데미는 부산 지역에서 진행하는 비전문 교육과정으로 기존 미디어센터나 영화아카데미를 통해 충분히 소화 가능한 사업이다. 촬영장응급치료지원은 부상이 우려되는 위험한 촬영 시 응급치료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라는데, 응급치료 준비는 당연히 제작사가 상비해야 하는 의무사항 아닌가. 이런 사업에 각각 25억, 5억원의 예산을 투여하는 것이 과연 영화발전기금 목적에 부합하는 것일까?
이런 예산 계획을 보면 점점 정부가 영화계와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영화에 대한 정책적인 고민도 줄어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계에 산적한 현안과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영화계와 머리를 맞대는 대신, 시끄러운 영화인들을 달래기 위해 적당한 방어 차원에서 사업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미 국회로 넘어간 이 예산안을 수정하기는 어렵겠지만, 쓸데없는 예산은 그냥 내후년을 위해 삭감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