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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역발상의 통렬함
이주현 사진 백종헌 2013-10-08

부산국제영화제 ‘북 투 필름’에서 선보이는 김규삼의 웹툰 <쌉니다 천리마마트>

네이버에 연재 중인 김규삼 작가의 웹툰 <쌉니다 천리마마트>가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북 투 필름’(BOOK TO FILM) 선정작으로 뽑혔다. 북 투 필름은 출판물의 판권에 관심있는 영화 제작사와 출판사 및 저작권자의 만남을 주선하는 행사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린다. 올해는 최종 선정작 10편에 소설뿐 아니라 웹툰도 2편이 포함됐다. 그리고 이들 10편 선정작은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 기간에 공개 프로젝트 피칭을 갖는다. 이 행사에 김규삼 작가는 참석하지 않을 것 같다. 대신 네이버 웹툰사업부의 담당 기자가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영화화에 관심있는 제작사와 미팅을 갖고 피칭을 할 예정이다. 김규삼 작가는 담당 기자에게 판권 계약과 관련한 업무를 일임했다. 에이전시에 속해 있지 않은 작가들이나, 본인이 직접 계약에 나서길 꺼리는 작가들의 경우 이처럼 웹툰 담당 기자에게 판권 관련 업무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네이버가 웹툰 사업을 런칭했던 2005년부터 지금까지 웹툰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김준구 웹툰사업부 부장은 “마켓에 담당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좋은 기회가 있는데 챙겨주지 않으면 서로 섭섭하지 않겠냐”면서 북 투 필름에 참여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쌉니다 천리마마트>는 대마그룹에서 좌천당한 정복동 이사가 적자 경영이 만성화된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사장으로 ‘유배’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든 드라마든 결국 ‘키 센텐스’(key sentence)가 중요하다. <쌉니다 천리마마트>는 키센텐스가 명확한 작품이었고, 그래서 웹툰 샘플을 보기도 전에 연재를 결정했다. 북 투 필름에 선정된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정복동 사장이 작심하고 회사를 망치려고 마트에서 이상한 짓거리를 계속 하는데 그 행위가 오히려 공정유통의 가치를 실현시키면서 회사를 성공으로 이끈다.’ 이게 바로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키 센텐스다.” 학벌이나 경력 등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채용 방식은 물론이고, 사장이 직접 나서서 노조를 결성하고 심지어 노조위원장에게는 챔피언벨트를 선사하는 일련의 과정이 의도치 않게 공정유통으로 귀결되는 이야기가 결국 <쌉니다 천리마마트>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이러한 역발상과 “사회 비판 코드”에 독자들이 통쾌함을 느끼는 것은 물론이다.

캐릭터가 분명하고 에피소드별로 끊어 읽어도 재밌는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드라마 판권은 이미 김종학프로덕션에 팔린 상태다. 김종학프로덕션은 시트콤으로 제작하기 위해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판권을 구입했다.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영화화 판권과 관련해 문의가 여러 번 있었다. 그런데 ‘드라마 판권 팔렸으니까 영화 판권 안 살래’ 그런 분들이 의외로 많았다.” 김준구 부장은 “드라마, 영화, 뮤지컬, 연극 등 독립 판권 형태로 개별 계약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예전과 달라진 점”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시트콤 제작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영화든 시트콤이든 내년쯤엔 윤곽이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

네이버 웹툰사업부 김준구 부장.

“중요한 건 작가의 수익이다”

네이버 웹툰사업부 김준구 부장

-네이버 웹툰사업부에는 몇명이 속해 있나. =웹툰사업부 내에 유료모델팀, 웹소설팀, 웹툰서비스팀이 있는데 나를 제외하고 16명이 근무한다. 그중에서 웹툰 담당자는 8명이다.

-웹툰 담당 기자들의 구체적인 업무는. =편집기자로서의 업무가 있고 작가를 지원하는 업무가 있다. 작가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것도 담당 기자의 중요한 일이다. 그건 결국 작가들이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과 관련있다.

-초창기엔 네이버 웹툰의 영향력과 인기가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맞다. 2003년, 2004년, 2005년에 각각 다음, 파란, 네이버 순으로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 웹툰이 왜 잘되느냐 묻는다면, 그건 스타 작가와 신인 작가 발굴에 힘썼기 때문이다. 현재 140여명의 작가가 네이버에 웹툰을 연재한다. 모두가 스타가 될 순 없지만 한명이라도 스타가 나오고 그 과정이 계속해서 순환된다면 웹툰 시장이 건강해질 것이다. 웹툰 서비스를 하는 우리도 배부르고, 작가들도 배부를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는 거다.

-다음 웹툰에 비해 네이버는 영화화되는 웹툰이 적다는 인식이 있다. =사람들이 왜 네이버 웹툰은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느냐고 말한다. 실제 사정은 좀 다르다. 네이버에 연재된 스토리용 웹툰의 70∼80%는 드라마/영화 판권이 이미 팔렸다. 드라마나 스릴러 장르의 경우 보통 연재 시작하고 7화 이내에 영화 판권을 계약하자고 연락이 온다. 내년에도 3~4편의 영화가 개봉할 예정이다. 계약된 사례는 많은데 아직 영화로 완성된 경우가 없는 거다.

-판권 문의가 네이버쪽으로 바로 오나. =대부분이 그렇다. 컨택 포인트가 네이버다. 예를 들면, <마음의 소리> 단행본이 중앙북스에서 출간됐지만 사람들은 ‘네이버의 <마음의 소리>’로 인지한다. 에이전시가 없는 작가들은 대부분 네이버에 판권 계약을 일임하기도 하고. 아마도 업계 사람들 중 웹툰 판권 계약서를 가장 많이 본 사람이 내가 아닐까 싶다. (웃음)

-판권 계약 시 제작사와 작가의 요구조건 사이에서 가장 크게 이견을 보이는 부분은 뭔가. =몇년 동안 판권을 묶어둘지, 기간 문제에서 이견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계약 금액은 시장가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크게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는다.

-네이버 회사 차원에선, 웹툰의 판권 판매가 어떤 이득으로 돌아오나. =중요한 건 작가의 수익이 늘어난다는 거다. 대개 작가의 원고료는 조회수에 비례한다. 웹툰이 인기를 얻고 조회수가 늘어나고 판권이 팔리면 작가의 수익 구조가 좋아진다. 수익 구조가 좋아지면 창작 환경이 좋아지고, 창작 환경이 좋아지면 더 재밌는 웹툰이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좋은 웹툰이 소개되면 자연스럽게 네이버도 이익을 보게 되고. 실제로 작가들의 수익이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반지하방에서 시작했던 작가가 지금은 건물을 올린 경우도 있다.

-외국에서도 한국 웹툰의 인기가 상당하다고 들었다. =특히 북미쪽에서 인기가 높다. <노블레스>는 자발적인 번역에 의해 16개 국어로 불법 서비스되고 있는 실정이다. <신의 탑> <소녀 더 와일즈> 같이 판타지나 뱀파이어물 웹툰이 해외에서 인기가 많다. 최근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출판사에서 <노블레스>를 출판하고 싶다고 컨택해왔다. 거기서 가능성을 보고서 올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참가해 네이버 연재 웹툰들을 소개하기로 했다.

-네이버, 다음뿐 아니라 KT, 네이트, 한국아이닷컴 등 웹툰 플랫폼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 웹툰을 해외에 제대로 알리고, 그로 인해 해외에서도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글로벌 브리지 역할을 하는 게 네이버 웹툰 사업의 장기적 미션이다.

-언젠가는 한국 웹툰을 원작으로 한 할리우드영화를 볼 수도 있겠다. =물론이다. 미국에서 웹툰 단행본이 1천만부 팔릴 수도 있는 거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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