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천안함 프로젝트> 메가박스 상영 중단과 관련해 열린 기자회견에서 <천안함 프로...
<천안함 프로젝트>는 지난 2010년 발생한 해군 초계함 PPC-772천안이 백령도 해상에서 침몰한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가 발표한 북한 어뢰 폭침에 의한 공격이 원인이라는 보고서에 의문점을 담아 만든 다큐멘터리영화다. 이와 관련해 해군 유가족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법원으로부터 이 소송이 기각되는 등 개봉하는 데 진통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극장에 걸렸지만 영화는 메가박스쪽으로부터 일부 단체의 강한 항의와 시위를 이유로 상영 이틀 만에 취소 통보를 받았다.
한국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극장에서 상영되다가 외압의 어뢰를 맞고 이틀 만에 침몰한 <천안함 프로젝트>는 사실 생각처럼 그리 위험한 영화가 아니다. 배우 강신일의 차분한 내레이션으로 풀어나가는 이 다큐멘터리는 어떤 성급하고 일방적인 결론도 내리지 않은 채 그저 국방부가 주장하듯 ‘어뢰에 맞아 한방에 폭침당한 게’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조용히 질문을 던지는 게 전부다.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중단 영화인진상규명위원회에선 과연 누가 <천안함 프로젝트>를 침몰시키기 위해 어뢰를 쏘았는지 조사해보았지만 역시나 명확한 주체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메가박스는 누군가가 극장 매표소로 협박전화를 해왔고, 이에 불미스런 사고가 생길까봐 겁이 나 영화를 내렸다는 기존의 주장만 되풀이할 뿐이다.
가슴이 짓눌려오는 진짜 이유는 공식적인 등급 심의를 받고(이 영화는 무려 12세 관람가) 버젓이 극장에서 상영되던 영화가 누군가의 전화 몇통으로 극장에서 사라질 수도 있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점이다. 예술 및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대한민국 헌법을 단박에 휴짓조각으로 만든 이 초유의 사태는 천안함 침몰 못지않게 충격적인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기껏 만들어진 영화가 누군가의 반대로 즉각 상영중단될 수도 있다면, 앞으로 사회/정치적이며 논쟁적 주제를 가진 영화에의 투자는 분명 위축될 우려가 있다. 이는 한국영화의 다양한 소재를 제한하고 관객의 볼 권리를 빼앗는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극장에 외압을 넣은 몸통을 밝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메가박스쪽의 책임도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다. 위험을 느꼈다면 적법한 대처를 해야지 왜 멋대로 관객의 볼 권리를 뺏는 것인가? 만약 알아서 긴 것이라면 더더욱 불행한 일이다. 한국영화는 수모를 겪으며 독재시대를 견뎌낸 끝에 오늘날의 천만 관객 시대를 열어젖혔다. 당신들이 돈을 벌고 주식이 오르는 데에는 영화 창작의 자유를 위해 피땀 흘린 영화인들의 노력이 있었다. 영화를 상품으로만 보지 말고 최소한의 예우를 가져달라. 그리고 소비자인 관객의 볼 권리를 뺏지 말라. 영화계 및 대한민국 문화 전반에 큰 우려를 끼친 메가박스측에 이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