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시즌이다. 영화계의 국정감사 준비 상태를 점검해보고 필요한 자료를 정리해야 할 때다.
매년 9월은 국정감사 시즌이다. 정부 부처와 산하 공기관, 공기업, 단체 등이 모두 대상으로, 해당 기관들에는 경영평가에 이어 연중 가장 중요한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도 7, 8월부터 국회의원실로부터 각종 자료 요청이 끊이지 않고, 9월에 접어들면 거기에 답하느라고 기본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보통 상반기 동안 이슈가 되었던 사안들을 중심으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므로, 국정감사는 그해에 있었던 모든 이슈들이 경쟁하듯 나타나는 여론 선전의 장이 된다. 또 일단 국정감사에서 지적이 되면 정부는 그에 대한 대책과 이행실적을 보고해야 하는 의무가 생기므로, 국정감사에서의 지적사항은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공식적인 근거가 된다. 정부가 움직이는 데 이 ‘공식적인 근거’라는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 강력한 동력이다. 공무원들이 흔히 하는 “근거가 없어서 추진할 수 없다”는 얘기를 쏙 들어가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것이 국정감사를 단순히 정부가 치르는 연례행사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그래서 국정감사 기간이 되면 영화계의 각 단체나 정책 관련 활동가들은 숙원사업이었던 내용을 의원실에 제공하여 정부를 압박하고 정책으로 현실화시키고자 노력한다. 정부도 마찬가지. 여러 압력이나 이해관계에 막혀 진행하지 못한 사업을 슬쩍 의원실에 찔러준다. 물론 상세한 백업자료와 함께 말이다. 그러면 의원님들께서는 국정감사를 통해 각 부처나 공기관에 그동안 이런 문제가 있었는데 왜 대응하지 못했느냐는 적당한 비판과 함께, 정부 또는 영화계가 만들어준 대안을 다시 의원의 입으로 제시해준다. 이런 사업 해야 되지 않겠어요, 라는 식으로. 이런 치고받기의 숨은 미학으로 국정감사는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낸다(물론 이런 행복한 경우는 평소 현장과 맞닿아 있는 의정활동을 해온 의원실만이 가능한 얘기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대개 하나마나한 질의와 헛다리 짚는 지적으로 아까운 시간을 보내기 마련이다).
어려운 점은 이 과정에 참여하는 이들이 결코 동일한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요즘처럼 여야간의 대결국면이 짙어진 상황에서는 최근 벌어진 <천안함 프로젝트> 종영 사태와 연계하여 표현의 자유 문제, 독립영화의 지원 문제 등에 대해서 정반대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대립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국정감사 준비는 단순히 의원실의 자료 요청에 답변하는 수준이어서는 안된다. 그 숨은 의도를 파악하고, 막을 것은 막고, 더할 것은 더하는 적극적인 수 싸움이 병행되어야 한다. 준비를 감사를 받는 기관만 할 것은 아니다. 영화계의 국정감사 준비 상태를 한번 점검해보고 자료를 정리해야 할 때다. 추석이 가기 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