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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식을 버리고 정답과 싸우라

미국 독립영화의 상징, 존 카사베츠의 동반자 지나 롤랜즈 Gena Rowlands

<사랑의 행로>의 존 카사베츠와 지나 롤랜즈.

“평생 나는 명료함에 대항해 싸웠다. 그 모든 바보 같은 명확한 정답들에 대항하면서 말이다. 도식적인 삶, 매끈한 해결책들은 꺼져버려라. 삶이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미국 독립영화계의 상징적 감독 존 카사베츠는 그렇게 말했고 그 삶의 명료함에 대항해 싸우는 혼란스러움의 무기로 여배우이자 아내인 지나 롤랜즈를 택했다. 도식적인 삶, 매끈한 해결책들이 어쩌지 못하는 혼란함의 상태를 그녀보다 더 뛰어나게 연기한 여배우의 사례는 영화 역사상 찾아보기 힘들다.

무대의 막이 오르기 전 신경쇠약에 걸린 여배우(<오프닝 나이트>), 불안하고 위태로운 정신 상태에 놓인 아내(<영향 아래 있는 여자>) 등 카사베츠의 세계관은 롤랜즈의 연기로 실현됐다. 그리고 예술적 동반자인 카사베츠가 1989년에 사망하자 사실상 롤랜즈의 전성기도 영화적으로 막을 내렸다. 롤랜즈는 지금도 그들의 방식대로 그들의 영화를 보존하려는 것 같다. 가령 카사베츠 영화 세계에 관해 여러 권의 책을 낸 비평적 권위자 레이 카니를 롤랜즈는 못마땅하게 여긴다. 카니의 말처럼 누군가 비평적으로 카사베츠의 영화를 다루는 것을 그녀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반면에 카니의 이름만 나와도 치를 떤다는 롤랜즈는 그 이유에 대해 자신의 의사를 이렇게 밝혔다고 한다. “내가 여는 파티에는 내가 원하는 사람들만 초대할 것이다.” 권위자이거나 말거나 한마디로 마음에 안 든다는 소리인데, 우리는 그들 사이에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채로 이렇게 추측한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하고 억지로 웃어가며 같이 어울리지 않는 게 카사베츠와 롤랜즈가 살아온 방식이다. 아니, 어쩌면 롤랜즈는 자신과 카사베츠의 작업이 혹시라도 명료해질까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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