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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톱모션애니메이션의 미래가 여기 있다
장영엽 2013-09-03

<코렐라인: 비밀의 문> 등을 제작한 라이카 스튜디오

앞서 소개한 세 스튜디오가 디즈니-픽사와 드림웍스의 아성에 도전한다면, 라이카는 스톱모션애니메이션 장르의 대명사인 영국 아드만 스튜디오에 도전장을 내민다. 2005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설립된 라이카 스튜디오는 단 두편의 작품으로 미국 스톱모션애니메이션계의 유망주로 떠올랐다. 그들의 창립작 <코렐라인: 비밀의 문>(이하 <코렐라인>)은 2009년 해외 평론가들이 선정한 ‘올해의 베스트10’에 여러 차례 이름을 올렸으며, 지난해 개봉한 <파라노만> 역시 인터넷 영화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87%의 높은 점수를 얻으며 대중과 평단의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사실 라이카의 작품은 이렇게 다양한 수식어를 들여 설명하지 않더라도 그저 한번의 관람으로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보는 이의 숨을 턱 막히게 하는 정교한 프로덕션 디자인과 스톱모션 장르의 투박함을 상쇄하는 최첨단 3D 기술이 결합된 라이카의 작품은 아날로그적이고 다소 구식의 장르로 인식되어왔던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의 미래를 제시한다.

라이카 스튜디오의 기조는 ‘독특함’(unique)이다. 라이카의 CEO이자 애니메이터 트래비스 나이트에 따르면, 역사도 짧고 대형 스튜디오들에 비해 인프라도 부족한 만큼 작품의 타깃층을 확실하게 잡고 회사의 개성을 강하게 어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라이카의 경영진은 판단했다고 한다. 스튜디오의 개성과 취향을 확립하는 데에는 <코렐라인>의 감독이자 2004년 이 회사의 슈퍼바이징 디렉터로 합류한 헨리 셀릭의 영향이 적지 않다. 비록 그는 <코렐라인>을 연출한 뒤 회사를 떠났지만, 스톱모션 장르의 톱클래스 장인이자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연출했던 셀릭의 인장은 라이카의 두 작품 곳곳에 남아 있다. <코렐라인>과 <파라노만>에서 목도할 수 있는 고딕 스타일의 프로덕션 디자인, 기괴하고 환상적인 정서, 미스터리와 호러를 넘나드는 장르적인 변주는 헨리 셀릭이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통해 보여준 매혹적인 세계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물론 트래비스 나이트는 “우리는 작품마다 새로운 예술적 도전을 끝까지 밀어붙여보길 원한다”고 말하지만, 라이카의 기묘하면서도 몽환적인 세계관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9월 북미 개봉예정인 라이카의 차기작 <박스트롤>은 지하 동굴에서 쓰레기를 모으며 살아가는 박스트롤들과 그들이 거둬 키우는 고아소년에 대한 영화다. “탐정영화 스타일의 줄거리와 부조리 유머, 스팀펑크 장르”의 영향을 받았다는 <박스트롤>의 트레일러에선 외로운 아이와 기괴한 트롤의 모습, 환상적인 어둠의 세계를 잠깐이나마 엿볼 수 있다.

한편 <코렐라인>으로 3D와 스톱모션의 결합을 시도하고, <파라노만>을 통해 50만 가지의 얼굴 표정을 담아내는 데 성공한 라이카 스튜디오는 앞으로도 애니메이션 장인들의 수작업에 최신 컴퓨터 기술을 접목하는 시도를 공격적으로 계속해나갈 예정이다. 흥미롭게도 이 회사의 오너는 나이키의 공동설립자 필 나이트다. 그는 애니메이터 출신인 아들 트래비스 나이트를 위해 클레이애니메이션의 창시자인 윌 빈턴의 스튜디오를 인수하고 애니메이션 시장에 뛰어들었다. 일단 하고 보자는(just do it) 정신으로 나이키를 이끈 아버지의 공격적인 경영력과 애니메이터 출신 아들의 예술적인 재능이 결합된 라이카는 애니메이션 업계의 나이키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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