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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 루머는 사실이었나?
장영엽 2013-08-27

스티브 잡스에 관한 또 다른 영화들

조슈아 마이클 스턴의 <잡스>가 스티브 잡스를 다룬 최초의 영화는 아니다. 이미 80년대 당시부터 미국 IT 업계의 역사를 재빠르게 갈아치우고 있던 잡스를 조명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있어왔고, 그중 주목할 만한 작품들을 여기에 소개한다. 흥미로운 점은 2000년대 초 아이팟을 출시하며 진정한 ‘애플 왕국’을 건설하기까지, 스티브 잡스의 인생은 너무도 많은 변곡점을 거쳐왔기 때문에 작품의 제작 시기마다 그를 바라보는 관점이 꽤 다르다는 것이다. 다음은 인터뷰 영상부터 다큐멘터리, 극영화까지, 혹은 아직 밑그림이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은 제작 예정의 프로젝트까지 스티브 잡스를 중심에 둔 작품들의 목록이다. <스티브 잡스: 미래를 읽는 천재>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의 실리콘밸리 전쟁>은 DVD로 출시되었다.

<스티브 잡스: 더 로스트 인터뷰> Steve Jobs: The Lost Interview 감독 폴 센 / 제작연도 2011년 / 상영시간 70분

한치 앞도 모른다는 말은 이런 경우에 어울린다. 95년, 스티브 잡스는 미국 <PBS>의 TV프로그램 <괴짜들의 승리>의 인터뷰에 응했다. 애플에서 해고당한 뒤 절치부심해 컴퓨터 회사 넥스트를 이끌던 시기였다. 당시만 해도 잡스는 PC 시대의 부흥을 이끈 주역들을 조명한 이 프로그램의 수많은 ‘괴짜 인터뷰어’ 중 한명이었을 뿐이지만, 그로부터 6개월 뒤 애플에 복귀했고 머지않아 본격적인 애플의 전성시대를 열어젖혔다. <스티브 잡스: 더 로스트 인터뷰>는 <괴짜들의 승리>의 감독 폴 센이 몇 년 전에야 차고에서 발견한 95년 당시 잡스의 인터뷰 영상이다(잡스가 지금의 위치에 오를 줄 알았더라면 그의 기록 영상이 감독의 차고에서 썩는 일은 없었을 거다). 1시간10분의 러닝타임 동안 자료화면도, 그 어떤 부가적인 연출도 없이 스티브 잡스의 얼굴만 비출 뿐이지만 자신의 삶과 IT산업, 그리고 미래에 대한 그의 유려한 대답을 듣는 재미에 결코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는다. 편한 질문으로 상대방의 긴장감을 풀어놓다가 갑자기 정곡을 찌르는 질문- 직원들을 혹사시킨다는 소문, 잡스를 애플에서 내치는 데 큰 역할을 한 전 애플 CEO 존 스컬리와의 관계 등- 을 던지는 기술 분야 전문 언론인 밥 크링글리와 그의 질문에 당황하는 듯싶다가도 이내 영리하게 자기 포장의 대답으로 마무리하는 잡스의 ‘썰전’이 흥미진진하다. 8월14일부터 구글 플레이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으며, IPTV와 홈초이스 VOD 등으로 관람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 미래를 읽는 천재> Steve Jobs: Genius 감독 타라 퍼니아 / 제작연도 2011년 / 상영시간 56분

스티브 잡스 추모 1주기인 2012년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작품의 완성도와 별개로 지금까지 공개된 잡스의 다큐멘터리 중 그의 일대기를 가장 잘 정리한 작품이라 할 만하다. 애플 컴퓨터ⅠⅡ의 실질적인 창조자라고 평가받는 잡스의 동료 스티브 워즈니악부터 매킨토시 프로젝트의 일원이었던 앤디 허츠펠드, 애플의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 잡스의 좋은 동지였다가 이후 원수가 된 전 애플 CEO 존 스컬리 등 잡스의 삶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이 담겨 있으며 조지 오웰의 <1984>에 영감을 받은 그 유명한 애플의 84년 광고, 초기 애플 컴퓨터의 모습 등 기록 영상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의 실리콘밸리 전쟁> Pirates of Silicon Valley 감독 마틴 버크 / 제작연도 1999년 / 상영시간 95분

80, 90년대 미국 IT 업계에서 피 튀기는 각축전을 벌였던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의 모습을 극화한 작품. 배우 앤서니 마이클 홀이 빌 게이츠를, 노아 와일리가 스티브 잡스를 연기했다. 영화는 미국의 흔한 IT 오타쿠였던 두 청년이 어떤 우여곡절을 거쳐 업계의 거물로 성장하게 되는지를 다루는데,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에 대해 확인된 사실과 루머가 적절히 섞여 있어 극적인 재미를 느끼기에 손색이 없다. 특히 윈도즈가 매킨토시의 운영체제를 도용했다는 점을 안 뒤 불같이 화를 내는 잡스와 눈 한번 깜짝하지 않고 그런 그를 설득해내는 빌 게이츠의 대결 장면이 인상적이다. 애플의 기술을 베꼈다며 화를 내는 잡스에게 게이츠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모두 제록스 옆집에 살고 있어. 그 집 문은 항상 열려 있지.”(애플이나 MS나 제록스의 기술을 훔쳤다는 뜻) 누가 오리지널인지보다 누가 성공해서 살아남느냐가 중요했던, 90년대 미국 실리콘밸리의 자화상을 다룬 영화.

또 한편의 잡스 영화가 온다

2011년 10월 잡스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소니픽처스는 잡스가 인정한 유일한 공식 전기 <스티브 잡스>(월터 아이작슨 저)의 판권을 발빠르게 획득했다.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은 소니와 함께 <소셜 네트워크>를 작업한 바 있는 시나리오작가 아론 소킨이 제목 미정의 스티브 잡스 전기영화를 연출하고 시나리오를 집필할 예정이라는 거다. 마크 저커버그라는 미국 IT 업계의 거물을 전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담아내는 데 성공한 소킨인 만큼, 그가 스티브 잡스를 어떤 방식으로 그려낼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소킨은 지난해 연말 자신이 구상하는 잡스 영화는 세 가지 중요한 장면을 기반으로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매킨토시 컴퓨터, 넥스트 큐브, 아이팟이 처음으로 발표됐던” 상황에 대한 이야기로, 이들 장면은 리얼타임으로 연출할 예정이라고 그는 말했다. 캐스팅은 아직 미정인 상태. 스콧 루딘(<소셜 네트워크>), 마크 고든(<라이언 일병 구하기>)이 프로듀서로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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