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사무소23-죽어라 악당들 探情事務所23-くたばれ惡黨ども 1963년, 컬러, 89분
오오야부 하루히코의 연작 단편 <탐정사무소23>을 각색한 영화로 코믹한 뮤지컬 액션영화로 부름직한 영화다. 탐정사무소의 소장인 타지마가 암흑가에 잠입해 총격전을 벌이며 야쿠자 일당을 괴멸시키고 만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당시 ‘에이스 조’라는 애칭으로 불렸고 뒤에 <살인의 낙인>에서 넘버3 킬러 역을 맡았던 시시도 조가 주연이다.
야수의 청춘 野獸の靑春 1963년, 컬러, 92분
스즈키 세이준판 <요짐보>라고 할 만한 작품으로 미즈노라는 형사가 두 라이벌 야쿠자 조직 사이의 대립을 이용해 양쪽 모두를 패퇴시킨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탐정사무소23>의 원작자인 오오야부 하루히코의 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는 스즈키 세이준식의 영상미가 돋보이는 하드보일드 액션영화다.
간토 방랑자 關東無宿 1963년, 컬러, 93분
스즈키 세이준 스스로 “가장 정직하게 만든 야쿠자영화”라고 말한 작품으로 야쿠자의 윤리를 따르려는 잘생기고 젊은 남자 카츠타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세심하게 균형잡힌 구도와 효과적인 컬러 사용이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작품. 이시하라 유지로와 함께 닛카쓰의 대표적 남성 액션스타로 꼽히던 고바야시 아키라가 주연을 맡았다.
꽃과 성난 파도 花と怒濤 1964년, 컬러, 92분
다이쇼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의협영화. 키쿠지 오가타는 아버지가 진 빚 때문에 다른 사람과 강제로 결혼하게 된 애인 오시게를 데리고 결혼 전날밤 도주를 감행한다. 도쿄에서 오가타는 공사계약을 둘러싼 싸움에 휘말리고 자신의 아이를 가진 오시게와 경찰에 쫓김을 당하게 된다.
육체의 문 肉體の門 1964년, 컬러, 90분
패전 뒤의 도쿄. 가난에 허덕이던 마야는 굶주리다 못해 고구마를 훔치고 이후 미군에게 강간당한 뒤 세명의 매춘부를 만나 그들과 합류한다. 일종의 공동체를 이룬 이들에겐 그들만의 규율이 있는데, 돈을 받지 않고서는 남자와 잘 수 없다는 것. 그런데 미군을 살해하고 도피중인 이부키라는 남자가 이들에게 끼어들면서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가난에 대한 관찰을 폭력과 사도마조히즘에 대한 표현주의적인 감각과 결합한 작품.
위안부 이야기 春婦傳 1965년, 흑백, 96분
중일전쟁이 벌어지던 1938년. 하루미는 만주 국경에서 일본 병사들을 ‘위로’하는 종군위안부가 된다. 전쟁 기계로 세뇌당한 군인 미카미를 만난 하루미는 그와의 광적인 사랑에 몰두한다. <육체의 문>의 원작자이기도 한 다무라 다이지로의 또다른 대표작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성적 욕망과 삶에의 의지와의 관계,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문신일대 刺靑一代 1965년, 컬러, 87분
생업에 얽매이다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죽이고 만 야쿠자 형제의 비애를 그린 의협물. 뒤에 스즈키 세이준 본인도 지나쳤다고 회술할 정도로 특별한 디자인과 색채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 실내 세트와 다다미 방에서 벌어지는 격투장면이 특히 이 영화의 압권으로 손꼽힌다.
가와치에서 온 카르멘 河內カルメン 1966년, 흑백, 89분
카르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옮긴 영화로 자유롭게 살면서 많은 남자를 사랑하고 버림받아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여자의 모습을 그려냈다. <육체의 문> <작부(위안부???) 이야기>에 이어 이 여성영화에서도 노가와 유미코가 주연을 맡았다. 아파트의 빛과 어둠으로 인물의 심리를 묘사하는 구도 같은 양식적인 아름다움이 볼 만하다.
도쿄 방랑자 東京流れ者 1966년, 컬러, 89분
스즈키 세이준을 컬트적인 지위에 오르게 해준 작품. 의리가 아직 건재하다고 믿는 시대 착오적인 야쿠자의 방랑을 야쿠자영화, 뮤지컬, 코미디 등 여러 장르로 넘나들면서 보여준다. 세트 장식의 독특함이 특히 눈에 띄는 작품이다. 영화학자인 노엘 버치가 “선구자적인 영화”라고 평가한 작품으로 많은 영화팬들로부터의 열광적인 호응은 1950년대 프랑스에서 <키스 미 데들리>가 인기를 얻는 것과 비교할 만하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겐카 엘레지 けんかえれじい 1966년, 흑백, 86분
1930년대 중반, 하숙집 딸을 가슴속에 품고 있으면서도 그녀에 대한 성적 욕망을 싸움과 같은 다른 육체적 행위로 대치해야 하는 고등학생 키로쿠의 이야기를 통해 은밀하면서도 코믹하게 순응주의와 군국주의를 가르치는 교육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 각본이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그것은 영화감독으로도 유명한 신도 가네토가 쓴 것이다. 영화학자인 데이비드 데서는 “<겐카 엘레지>가 스즈키의 가장 중요한 영화인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고 호평했다.
살인의 낙인 殺人の烙印 1967년, 흑백, 91분
스즈키 세이준으로 하여금 닛카쓰에서 해고당하도록 한 문제의 괴작. 일본에서 랭킹 3위로 인정받는 킬러 하나다의 분열을 기괴한 화면 구도로 그려낸 영화로 일본 뉴웨이브의 대중문화적인 상상력을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평론가 토니 레인즈는 이 영화를 두고 “에로티시즘, 잔인한 유머, 시각적 괴기성을 모두 갖추었다는 점에서 오슨 웰스의 <상하이에서 온 여인>에 비견할 만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지고이네르바이젠 チィゴイネルバイゼン 1980년, 컬러, 144분
일본문학에서 신파의 세계를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한 소설가 이즈미 교카에게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 친구 사이인 두 남자와 그들을 둘러싼 여자들의 이야기가 현실과 환상, 내부와 외부,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가 무너진 세계 속에서 펼쳐진다. 지극히 탐미주의적인 비주얼들이 처연한 감동을 주는 영화로 그해 <키네마 순보> 베스트 1위에 올랐던 작품이다.
아지랑이좌 陽炎座 1981년, 컬러, 139분
‘가부키영화’라는 이색적인 스타일을 취한 영화로 미지의 미녀와의 만남을 거듭하는 한 극작가가 꿈의 세계에 홀려 현실세계로부터 멀어져가는 모습이 <지고이네르바이젠>에 이어 또다시 화려한 영상미를 통해 그려진다.
유메지 夢二 1991년, 컬러, 128분
<지고이네르바이젠> <아지랑이좌>에서 이어지는 이른바 ‘다이쇼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다이쇼 시대의 화가 다케히사 유메지의 삶과 이미지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든 영화. 카나자와의 조용한 호반을 무대로, 밤마다 꾸는 악몽과 애증이 뒤섞인 광기에 농락당하는 화가 유메지의 고뇌를 그린다. 전작들보다는 다소 가볍고 유머러스하지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장면 연출은 여전하다.
피스톨 오페라 ピストルオペラ 2001년, 컬러, 112분
90년대 초반 이후 감독 활동을 쉬다시피 하고 있던 스즈키 세이준이 지난해 만들어 화제를 모았던 작품. 그의 문제작인 <살인의 낙인>과 공명하는 영화로, 전작에서 넘버3였던 하나다가 이번에는 여성 캐릭터로 바뀌었다. ‘들고양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넘버3 킬러 미나즈카는 수수께끼의 킬러 조직인 ‘길드’의 에이전트인 우에코로부터 현재 킬러 ‘넘버1’을 죽이라는 의뢰를 받는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얼굴을 알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위협 때문에 미나즈카는 점점 궁지에 몰리게 된다. ▶ 일본 B급영화 미학의 극점, 스즈키 세이준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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