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인권영화제는 경찰과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영화제다. 영화제를 주최하는 경찰청인권보호센터는 과거 인권 탄압으로 악명 높았던 남영동 ‘대공분실’을 보수한 건물에 위치하고 있다. “이런 공간으로 시민들을 초대하여 인권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를 갖는다면 그 자체로 의미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창무 총경을 만나 그가 품고있는 인권영화제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경찰인권영화제가 2회를 맞이했다. 어떤 취지로 시작한 행사인가. =어떻게 하면 시민과 경찰이 함께 인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생각해왔다. 경찰 내부에서도 인권의식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결국 경찰관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 이 시대의 인권에 대해 시민들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또한 영화를 통해 경찰을 고발해달라는 목적도 포함되어 있다.
-국가기관이 주최하는 최초의 영화제다. =그동안 상영회 형식의 영화제는 많이 있었지만 국가중앙부처의 이름을 걸고 작품을 공모해 경쟁, 심사, 상영까지 하는 영화제는 처음이다. 지금은 국가행정도 쌍방향으로 진행되는 시대다. 텍스트를 전파하는 일방적인 홍보보다는 영화제라는 플랫폼을 마련하여 시민들과 경찰들이 같은 목표를 달성해나가는 형식으로 기획했다. 물론 선례가 없고 경험이 없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이 겪고 있다.
-1회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지난해엔 경찰부문과 시민부문을 분리해서 진행했다. 영화 제작에 있어서 경찰들의 표현력과 실력이 부족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의 경험으로 미루어봤을 때 시민들과 같은 경쟁선상에서 시작해도 될 것이라 판단되어 공모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다. 그리고 더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충분한 의사표현을 할 수 있도록 5분 이내였던 러닝타임 제한을 10분으로 늘렸다. 결과적으로 지난해보다 작품의 질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심사위원들의 구성도 바뀌었다. =경찰관도 포함돼 있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정윤철(<말아톤>) 감독과 김경형(<동갑내기 과외하기>) 감독을 포함한 영화인들만 초빙했다. 작은 영화제라 하더라도 수여하는 상의 권위가 떨어지면 영화제의 존립 기반도 흔들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실력있는 사람의 작품이 선정되고 그 결과가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 영화제가 진정성있는 행사가 될 것이다. 3회부터는 더 엄격한 심사기준이 적용될 것이다.
-시민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공모하는 과정에서 홍보가 원활하지 못했지만 많은 분들이 출품해주었고 좋은 결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제가 아직 아마추어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나중에는 영화업계 종사자들도 많이 참여해준다면 더 좋겠다. 우리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부분까지 관심과 사랑과 지적으로 표현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일반 시민도 영화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행사의 규모를 키우는 데도 신경 썼다. 영화제 장소를 경찰청 본청으로 옮겼고 서울경찰청 홍보단에 근무 중인 배우 이제훈씨도 섭외했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길 기대한다.
-경찰인권영화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 행사를 꼭 경찰이 진행할 필요는 없다. 경찰의 인권의식 신장에 도움이 된다면 다른 영화제들과 교류하며 규모를 키워나갈 예정이다. 더 많은 참가자들에 의해 계속해서 좋은 작품들이 만들어진다면 시민의 관심도 높아질 것이고, 경찰들도 자기 자신을 더 엄격한 기준으로 관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