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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블랙박스] 내가 영화 좀 봐서 아는데

‘작은영화관’ 지원 사업 활성화, 지역 영화 일꾼 키워야

한누리시네마를 찾은 전북 장수군 주민들이 입체안경을 쓰고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우리나라 지자체 중 극장이 없는 곳이 109곳이나 된다. 극장에 한번 가려면 근처 다른 도시까지 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곳들이다. 전북 장수군에서는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2010년에 작은 영화관(한누리시네마)을 하나 열었다. 인구 2만명의 장수군에서 2012년에만 관객 3만2천명이 극장을 찾았다. 고작 2개관 90석(1관 36석, 2관 54석)의 극장이 3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전라북도는 이런 작은 영화관을 2013년 김제, 임실, 고창, 부안, 무주 등 5개 지역에 더 개관했다. 내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작은영화관’ 설립 지원 사업을 시작한다. 2014년에만 14개의 ‘작은영화관’이 개관할 예정이고 2017년에는 90개까지 확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사업이 보여주는 함의는 꽤 깊다. 기존의 영상 정책이 대부분 영화 제작자, 창작자를 위한 정책이거나 이들을 지역에 유치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정책이었던 데 비해 이는 거의 최초로 지역 관객을 위한 정책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영화가 아니라 극장이라는 점도 놀랍다. 영화란 필름에 인화된 동영상이 아니라 그것이 극장에서 영사되고, 이를 관객이 응시하는 순간에 발생하는 하나의 현상이라는 누군가의 가르침이 다시 환기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작은영화관이 날개를 펼치려면 여러 가지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공간을 마련하고, 시설을 갖추고, 운영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기본적인 과제다. 이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그 극장에 안정적인 프로그램을 수급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인력을 자체 확보하는 것이다. 당장이야 서울에 있는 영화산업 전문가나 배급사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서울의 영화쟁이들이 지역의 역량으로 축적되기는 어려울뿐더러 지역민의 문화적인 수요에 맞는 프로그래밍을 제공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결국 극장이라는 시설만 갖춰놓고 운영은 파행으로 치닫는 과거의 사례를 반복할 우려가 크다.

작은영화관처럼 지역에 밀착한 사업은 유수의 명망가들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필요한 인력들을 서툴게나마 키워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영화진흥위원회 등의 지원사업의 세심함은 이런 부분에서 발휘되어야 한다. 지역에 필요한 영화 일꾼을 키워내는 프로그램을 다각도로 기획하고 운영하는 측면 지원이 오히려 직접적인 예산 지원보다 근본적인 지원이 될 수 있다. 동네에서 영화 좀 본다하는 사람들이 모여 좌충우돌하며 영화를 트는 극장이야말로 진짜 시네마천국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