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회 연재. 그럼에도 마감이 늦거나 펑크를 내지 않았다. 네이버에 직장 개그만화 <가우스전자>를 연재하는 만화가 곽백수는 ‘마감의 신’이다. 그 칼 같은 마감에도 불구하고 <가우스전자>는 야구의 타율로 치면 3할 이상의 빅재미를 보장한다. 이 꾸준함의 비법이 궁금했다. 그런데 그가 내놓은 대답은 너무 쿨하다. “직업이니까… 미리미리 하면 된다”가 전부다. 결국 비법은 없었다. 말하자면 곽백수는 천재가 아닌 그저 평범한 동네 아저씨 같은 사람이다. “이름(본명)처럼 백수로 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그는 지금도 마감을 준비하고 있을 거다.
-곽백수 하면 마감으로 유명하다. 비축되어 있는 연재분도 꽤 많을 것 같다. =지금은 3주치 정도 있다. 처음에 <가우스전자> 연재 시작할 때 1개월치 가지고 시작했다.
-비축된 연재분이 조금씩 줄어들면 초조해지지 않나. =그렇지 않다. 뭐 그냥 하던 거 하는 거니까. <가우스전자> 연재한 지도 오래됐고…. 직업이고 10년 이상 했으니까 불안하지 않다.
-마감 관련해서 워낙 유명하다 보니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일과가 아니고 주 단위로 생활한다. 월/화요일에 아이디어 생각하고 수요일은 집에서 일하고 목/금요일에 아이디어 생각하고 주말에 일하고. 아이디어 생각하는 날, 그림 그리는 날이 나눠져 있다.
-<가우스전자> 100회 작가의 말, “이제 겨우 100회네요”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한 10년을 해야 하니까. 2천회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최소 1천회는 가야 되니까. 중간에 인기가 없으면 그만둘 수도 있지만 계획은 10년 정도 잡고 있다. 10년 동안 극중 캐릭터들도 실시간으로 같이 성장할 거다.
-<가우스전자>를 통해서 캐릭터만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 직장을 배경으로 한 이유는 뭔가. =<트라우마>를 끝내고 신작 준비할 때 고민이 많았다. 개그만화를 계속 하는데 캐릭터가 있는 만화를 하고 싶었다. 그 캐릭터가 있는 장소를 직장으로 정했다. 직장이라는 공간은 범위가 넓지 않나. 예를 들어 한 가정을 배경으로 하면 아이디어 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직장만화 중에 <미생>이 워낙 유명하다. =윤태호 선배가 아주 안 좋은 형이다. (웃음) 후배 밥벌어 먹고 살겠다는데 숟가락 쓱 집어넣고…. (정색하고) <미생> 대단한 작품이다. <미생>과 <가우스전자>는 같은 직장만화라도 방향성이 전혀 달라서 서로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캐릭터 얘기를 하고 싶다. 다채로운 캐릭터가 나오고 이름만 봐도 성격을 알 수 있다. 캐릭터를 정할 때 어떤 점에 중점을 뒀나. =일단 상식이랑 나래는 평범하고 나머지 사람들(나무명, 김문학, 성형미, 건강미, 백마탄, 고득점 등)은 독특한 성격을 하나씩 넣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마케팅 3팀이라는 부서 내 밸런스를 맞추려 했다. 역할 분담을 하는 거다. 어떤 사람은 소리를 지르고 어떤 사람은 당하고 어떤 사람은 얄밉고. 그러니까 한 직장에 있을 수 있는 모든 성격 유형을 구성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부족해서 홍보부가 붙었다.
-개인적으로는 인도 사람인 아지즈라는 캐릭터가 재밌다. =번외자가 하나 있으면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 편하다. 외부자의 시각으로 볼 수 있으니까. 아지즈 분량을 많이 넣으려고 했는데 쉽진 않다. 그런데 좀 지나면 상식이나 나래 사이에서 아지즈의 역할이 있을 거다.
-고득점이라는 캐릭터도 독특하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다니면서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는 악착같은 캐릭터다. =그게 현실 아닌가. 우리나라는 과도한 학업/학습의 국가인 것 같다. 부질없지만 그게 또 보통 사람이면 뿌리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할 수 있는 게 공부밖에 없으니까. 고득점은 그런 체제 안에서 성공을 꿈꾸는 캐릭터다. 그래도 그나마 생각이 좀 있는 친구다.
-<트라우마>부터 에피소드가 중심인 개그만화를 했다. 서사가 있는 극화를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 =극화는 해본 적이 없다. 습작할 때는 해봤다. 그런데 솔직히 극화는 좀 위험하다. 뜨기도 쉽지 않고 하나 떴다고 해도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할 수도 없고…새로운 걸 또 띄워야 하고.
-수익 이야기가 나오니 말인데 광고만화도 많이 하지 않나. 그런 부분이 작가들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나. =수익 면에서는 광고만화가 좋다. 대기업 홍보, 통신, 게임 등 전방위적인 광고만화를 했다.
-<가우스전자> 연재 초반에 광고만화 말고 만화광고를 지하철 객차에 했다. =의미는 있겠다 싶었다. 마침 돈도 좀 생겼고. 효과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광고만화가 아니라 만화광고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되지 않을까 싶었다. 만화가 작가 개인의 역량에만 매달리고 있지 않나. (비가 와야지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천수답(天水畓)이다.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음악계의 SM이나 YG처럼 안정적인 창작 기반을 제공해주고 실력있는 사람을 서포트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만화 기획사 같은 게 생겨야 한다. 작가들도 일종의 투자 대상으로 봐달라는 거다. 만화도 마케팅과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 아직까지 안 왔는데 시장이 더 커지면 언젠가 오지 않을까. 시장의 볼륨을 키웠을 때 생기는 부작용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크지 않나 싶다.
-먼 미래로 가보자. <가우스전자>가 끝난 10여년 뒤 인생에 대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나. =10년이 지나서 오십 정도 되면 소설가를 해보고 싶은 꿈이 있다. 그렇다고 만화를 그만두겠다는 건 아니다. 제2의 새로운 인생을 준비한다기보다 뭐라고 해야 하나. 이제는 인간이 직업 하나로 살 수 없는 세상이다. 노후 준비를 하면 안되고 은퇴 이후의 새 직업을 준비해야 한다. 문장력이 안 좋아서 꽤 오랜 시간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연습이라는 말을 들으니까 드는 생각인데 노력파라고 봐도 되나. =으음…. 현실주의자다.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다. 내가 뭐 타고난 그게 있겠나.
-포털검색창에 곽백수 검색 하면 연관 검색어에 ‘곽백수 천재’ 이렇게 나오는데 스스로 천재라고 생각하지는 않나보다. =어이구, 그건 아니다. 머리가 좋은 편도 아니고 끊임없이 현실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다.